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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박선옥 부장|문용균 팀장·오창영·유환인 기자]흔히들 교육을 일컬어 ‘백년지대계’라고 표현한다. 교육이 ‘백 년 후를 내다본 큰 계획’이라는 의미다. 덕분에 시대를 막론하고 아이들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화하는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한 단계 앞선 새로운 방식의 교육이 지속적으로 요구돼 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변화무쌍한 시대의 흐름 보다 한 발 앞선 교육을 고민하는 자세가 교사의 자질로 꼽혀왔다. 교사들 역시 학생과 학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부단한 연구와 개발에 주력했다.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참신한 교육 방식은 여지없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경기도 화성 동탄에 위치한 청림초등학교 최영은 교사 역시 비슷한 이유로 최근 여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
교실 속 녹아있는 경제교육… 인성·학습능력·흥미 모두 동시 상승
최 교사가 처음 교실에서 경제교육을 실천하게 된 계기는 한 신문기사의 내용 때문이었다. 신문기사 내용은 우리나라 학생들이 수학에서는 세계적으로 뛰어나다는 평가를 듣고 있지만 정작 실생활에 필요한 경제 관련 지식은 학교에서 교육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언젠가 신문에서 기사를 읽었는데 우리나라 학생들이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수학부문에서는 1위를 했고 금융에서는 최하위를 기록했다는 내용이었어요. 그걸 보니 이게 과연 올바르게 교육이 되고 있는 건가 고민이 되더라고요.”
“정작 아이들이 자라서 사회에 나갔을 때 돈 벌고 직장에서 일하는 등 제일 먼저 직면하는 것이 경제 문제이죠.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이런 부분과 관련해 꼭 필요한 지식을 심어줄 수 있지 않을까 고민했어요. 이전에 비슷한 수업을 진행한 선생님들로부터 여러 가지 조언을 얻기도 하고 관련 책들을 참고하면서 조금씩 방법을 찾아가게 됐죠.”
최 교사는 아이들에게 경제 관련 교육을 고민하던 중 단순히 지식을 익히게끔 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직접 느끼게끔 하는 교육이 효과적이라는 결론에 도덜하게 됐다. 이후 그는 학급경영 안에서 경제를 녹여내는 교육 방식을 새롭게 도입했다.
“학교에는 몇 학년 몇 반이 있잖아요. 그 반을 꾸리는 것을 학급경영이라고 하죠. 맡은 구역을 청소하거나 학급 회의를 이끌어가는 등 크고 작은 활동들을 각자 하게 되죠. 이러한 활동을 경제와 연결시켜서 학급 경영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경제관념을 터득하도록 하고 있어요. 물론 인성교육도 함께 진행되죠.”
“예를 들어 저희 학급에서는 자기 역할을 하면 스티커를 주는 것이 아니라 아르바이트처럼 월급으로 환산해서 그 보상으로 자신이 원하는 어떤 것, 예를 들어 원하는 좌석에 앉을 있는 권리 등을 구매하도록 하는 방식이에요.”
“그렇다고 수업을 등한시하는 건 아니에요. 경제적인 지식은 실과나 수학시간에 융합해서 할 수 있도록 학급경영을 통해 얻은 경험을 수업시간에 녹이고 있어요. 이자율 계산은 수학시간에, 용돈관리는 실과시간에 하는 식이죠.”
최 교사의 독특한 경제 교육은 학생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어려운 경제 교육을 몸으로 익히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인성교육까지 병행되고 있다. 경제적 이윤을 얻기 위해선 개인의 도덕적 자질이 중요시되는 까닭이다.
“원하는 자리를 구매하기 위해 또는 원하는 물건을 얻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고 또 월급을 받으려면 일을 해야 한다는 개념이 아이들 뇌리에 확실하게 자리 잡히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책임감도 커지고 약속을 지키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고, 나중에 노력한 만큼 대가를 얻음으로써 보람을 느끼게 돼요. 특히 이런 생활태도가 몸에 배다 보니 무슨 일이 생기면 특별히 보상이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스스로 희생하는 책임감도 형성되죠.”
“이 교육방식을 통해서 노력에 대한 대가가 공정하게 잘 이뤄지면 경쟁이 아닌 상생이 될 수 있다는 것, 남을 밟고 올라서는 것이 아닌 오히려 세상을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배우는 하나의 교육적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걸 확인했어요. 특히 아이들의 인성적인 부분에서 많은 변화가 눈에 띄었죠.”
최 교사의 수업 방식에 학생은 물론 학교와 학부모들의 평가도 긍정적인 편이다. 최 교사가 지난해 담임을 맡았던 학급의 김주영 학생(가명)은 돈을 버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경제 지식과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삶의 태도를 배웠다고 밝혔다. 같은 학교 6학년인 이승민 학생은 일의 가치와 보람을 배우는 과정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쁨을 맛봤다고 말하기도 했다.
“참신한 교육을 위한 교사들의 고민과 담론을 모아야 할 때”
최 교사는 참신한 교육의 실천을 위해서는 △법과 규칙을 만들고 실행하는 사람 △가르치는 사람 △배우는 사람이 모두 함께 뜻이 모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즘 학교 수업은 교사 재량에 따라 교육의 질이 결정되는 환경이죠. 덕분에 유동적으로 교육하면서 아이들이 어떤 부분에서 성장하는지도 관찰할 수 있어요. 덕분에 새로운 시도를 하는 선생님들도 굉장히 많고 연수도 많은 편이죠. 선생님들 스스로 자유롭게 자신만의 수업을 만들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죠.”
하지만 아직까지 경제교육을 만들어나가는 주체가 불분명하다는 점이 아쉽다고 최 선생님은 지적한다. 국가에서 경제교육에 대한 필요성과 그런 기조를 인식하고 교사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지침서가 생긴다면 분명히 지역사회에서도 기관과 업체를 연결할 것이고 시너지효과가 날 것이라고 그는 조언했다.
“학생들로 하여금 소비·생산·투자라는 경제의 기본 흐름을 인식한 상황에서 스스로 회사를 만든다거나 투자를 하면서 돈을 버는 과정 등을 학교에서 배울 수 있도록 조성이 된다면 보다 본격적인 경제교육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봐요. 이미 독일엔 학생들이 만든 회사가 220곳이나 있다고 해요. 아이들이 제품을 만들고 팔고 피드백 받고 회계도 하고 있어요. 우리나라 학생들도 ‘왜 이 기업은 돈을 벌까’ ‘왜 이 기업은 더 잘 나갈까’ ‘벼룩시장에 물건을 팔 때 왜 내가 파는 것은 안 팔릴까’ 등의 생각을 할 수 있는 문화의 조성이 필요하다고 봐요.”
최 교사는 교사들의 입장에서 교육방식에 대한 고민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이미 참신한 교육을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시도가 시작되고 있으나 모든 교사가 함께 고민하고 모여서 담론도 형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교사의 자질 함양을 위해 좋은 교사나 전문 강사를 영입해서 더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교사 유튜버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선생님들이 콘텐츠를 정말 잘 만들더라고요. 특히 최근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개학을 하면서 그런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앞으로 조금씩 참신한 교육의 문이 열릴 것으로 봐요.”
최 교사도 현재 ‘몽당분필’이라는 모임을 통해 참신한 수업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다. 이 모임에서는 교과를 재구성하는 콘텐츠 만들기, 학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재밌는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드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교류하고 선생님들끼리 소통하면서 발전시키고 있다. 끝으로 최 교사는 이제 곧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이 세상에서 공부하랴 우정도 지키랴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하랴 너무도 바쁜 우리 학생들, 언제든 멈춰서도 되고 천천히 가도 되니까 힘들 땐 그 자리에 멈춰서 정말 나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꼭 한 번 다잡아가면서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돈도 직업도 다 떠나서 여러분이 가장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그 가치를 찾기를 바라면서 그 가치를 찾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주위의 선생님이나 부모님이나 혹은 다른 어른에게 기대도 되고 물어보면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유환인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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