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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에 빠져 스스로의 의지만으론 도박을 멈추지 못하는 현상을 ‘도박 중독’이라 한다. 도박 중독 피해는 단순히 중독자 개인의 빚을 늘리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중독자의 가정, 사회 등 주위에까지 퍼지는 경우가 대다수다. 전문가들은 도박중독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하면서도 중요한 방법은 아예 도박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도박은 한 번 손을 대면 헤어나오기 힘든 만큼 중독에 이르는 경로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사회 곳곳에서 도박을 접할 수 있는 장치나 매개체가 무방비로 노출돼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스카이데일리는 금주 이슈포커스 주제로 ‘도박에 빠진 대한민국’을 선정해 도박중독 문제를 심화시키는 인터넷 불법도박 사이트. 강원랜드·마사회, 카지노펍 등을 찾아 운영 실태, 이용자들의 목소리 등을 취재하고 이에 대한 학계 전문가, 업계 관계자 등의 입장을 청취해 세 편에 걸쳐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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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임현범 부장|강주현·윤승준·홍승의기자] 최근 번화가·유흥가 등을 중심으로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카지노펍’ ‘홀덤펍’ 등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도박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접근성을 높인 탓에 도박중독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현금을 걸고 하는 게임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도박과 같은 규칙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용자는 자연스레 도박의 재미를 알게 되고 종국엔 중독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카지노 시설 등에 대한 차단 여부가 도박중독 유병률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도박중독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애초에 도박을 접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카지노시설에 대한 노출도가 높아질수록 일반인들은 도박중독에 취약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주요 상권 중심으로 인기몰이…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가본 사람은 없는 ‘카지노펍’
최근 카지노, 홀덤 등 각종 카드게임을 즐길 수 있는 주점이 서울 강남 등 주요 상권 지역을 중심으로 성행하고 있다. 해당 주점들에선 주로 블랙잭, 홀덤, 바카라 등 도박에 이용되는 다양한 카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룰렛, 다트 등 시설이 구비된 곳도 있다. 주점이기 때문에 술을 마시며 게임참여가 가능하다. 카지노시설 처럼 플레잉 카드(트럼프 카드)와 카드테이블(카지노 테이블) 등이 구비돼 있다. 게임의 룰(rule·규칙)과 진행방식 등도 카지노와 비슷하다. 참여자들이 ‘칩’을 베팅하며 게임이 진행되는 식이다.
다만 카지노펍에서 사용하는 칩은 기본적으로 현금화할 수 없다. 일반 카지노와의 차이점이다. 칩은 현금으로 구매하거나 주류 등을 구매해 지급받는 방식으로 획득할 수 있다. 우승 등에 대한 보상은 가게에 따라 다르다. 주류 교환권, 식사 쿠폰 등을 지급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게임 규모에 비례한 칩을 지급하기도 한다. 획득한 칩은 다른 또 다른 게임에서 활용할 수 있다. 단, 게임에서 획득한 칩을 모두 보상으로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블랙잭과 홀덤 등 카드게임은 카지노에서 인기 있는 종목으로 꼽힌다. 인기가 높은 만큼 중독성도 상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블랙잭은 딜러와 플레이어가 카드의 숫자를 겨루는 게임이다. 2장 이상의 카드를 꺼내 그 합계를 21점에 가깝도록 만들어 딜러의 점수와 승부한다. 도박으로 활용될 경우 승부에서 이긴 쪽이 돈을 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홀덤은 플레이어가 2장 이상의 카드를 갖고 공개된 5개의 공통 카드로 일종의 ‘족보’를 완성하는 게임이다. 족보를 완성하거나 족보를 완성한 플레이어 중 더 높은 점수의 족보를 완성한 플레이어가 승리한다. 승리한 플레이어가 베팅된 칩(돈)을 가져가는 식이다.
바카라도 카지노 인기 게임으로 꼽히는데, 뱅커(Banker)와 플레이어(Player) 중 한쪽을 택해 9이하의 높은 점수로 승부하는 카드 게임이다. 룰렛은 회전원반 위에 주사위를 올리고 회전시킨 후 회전반이 정지했을 때 주사위가 어느 눈금 위에 멎느냐를 두고 내기를 거는 게임이다.
카드 게임 무경험자거나 게임 룰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어도 카지노펍을 즐기는 덴 큰 어려움이 없다. 테이블마다 룰이 적힌 책자가 놓여있거나 딜러 및 종업원이 룰을 알려줘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카드게임 특성상 특별한 기술이 없더라도 룰만 숙지하면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입문자도 짧은 시간 내에 게임에 적응할 수 있다.
실제 스카이데일리가 방문해 본 서울 강남구 소재 한 카지노펍(홀덤펍)은 미숙련자에게 종업원이 교육을 진행해 주는 곳이었다. 이곳에선 술을 마시며 홀덤을 즐길 수 있었다. 메뉴판에 적힌 주류 가격은 여타 주점에 비해 2배가량 비쌌다. 주류 구매를 통해 주류와 일종의 참여 자격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이곳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게임을 즐기기 위해선 맥주를 구입하고 칩을 받는 식이다.
특이한 점은 해당 가게에선 주기적으로 홀덤 대회가 열린다는 점이었다. 평상시 진행되는 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낼 경우 승점을 쌓을 수 있다. 그 승점을 토대로 참가자격이 부여된다. 가게 관계자는 “대회는 참가자격을 얻은 플레이어들이 모여 승부를 겨루는 만큼 다소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다”며 “가게 대회에서 순위권에 오른 플레이어는 상위 라운드로 진출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되는데 거듭 상위 라운드에 진출한 플레이어는 전국 단위 대회에도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가게 차원에서 진행되는 대회의 경우 순위권자에게 현금 등 금전적 보상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전국 단위 대회의 경우 상금이 걸려있다고도 말했다. 해외에선 홀덤을 프로스포츠로 취급하는 경우도 많은 만큼 일련의 대회들도 엄정한 대회 룰을 토대로 진행된다고도 덧붙였다.
또 다른 성격의 카지노펍(홀덤펍)도 방문해봤다. 종업원이 기본적인 룰을 설명해주는 것은 동일했다. 기본 교육을 끝낸 후 바로 게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이곳에선 칩을 현금으로 구매해야 했다. 현금과 1:1 비율의 칩이 지급됐고 구입한 칩에 비례한 식음료 쿠폰 등이 지급됐다.
이번엔 직접 게임에 참여해봤다. 초심자인 기자와 달리 같은 테이블엔 소위 ‘고수’가 많았다. 고수가 아니더라도 모든 참여자가 일정 수준 이상의 게임 지식을 갖추고 있었다. 기자는 게임을 시작한 지 10분여 만에 모든 칩을 잃었다. 칩을 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카지노펍, 홀덤펍 등의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순수하게 카드 게임을 즐기기 위한 이들을 위해 마련된 공간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회도 진행되는 만큼 홀덤 등이 일종의 스포츠로 취급될 필요가 있다고도 피력했다.
카지노펍에서 도박 배우고 강원랜드로… 전문가들 “카지노펍, 도박중독 유병률에 영향”
그러나 학계 전문가, 유관기관 관계자 등은 전혀 다른 견해를 내비치고 있다. 카지노펍이 도박중독 유병률을 높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카지노에서도 통용되는 카드 게임을 대중이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됐다는 것은 그만큼 대중이 도박중독의 위협에 노출돼 있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주장했다.
노성원 한양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카지노펍 등은) 도박중독 유병률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도박중독에 취약한 사람들이 도박시설에 접근하기 쉬워진다면 그만큼 환자가 많아지고 도박중독 확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금이 오고가는 건 아니지만 카지노펍도 주류 교환권 등 일종의 보상을 지급하는데 결국 사행성을 이용·조장한다고 볼 수 있다”며 “참여자들로 하여금 우연으로 획득하는 것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만큼 도박중독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도박중독 유병률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유전적 특성 △성격적 특성 △도박 시설에 대한 접근성 등 세 가지를 지목한다. 유전적으로 도박에 취약한 사람이 있는데 친인척 중 도박중독뿐만 아니라 알코올중독, 마약중독 등 중독자가 있다면 도박중독에 취약할 확률이 높다는 설명이다. 충동적 성향이 강하거나 집중력이 떨어지는 사람도 도박중독에 취약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은 사회적으로 도박시설에 대한 접근성을 낮추는 게 도박중독 예방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도박시설을 자주 이용할수록 조절 능력과 상황인지 능력 등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스로가 도박중독에 취약한 특성을 갖고 있다면 아예 도박이나 관련 게임 등에 손도 대지 말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노성원 교수는 “도박중독자들의 특징 중 하나가 처음 도박을 했을 때 연봉에 버금가는 큰 돈을 딴다는 것이다”며 “그렇게 도박을 시작하고 더 큰 돈을 잃게 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이들은 잃은 돈을 만회하기 위해 거듭 도박을 하고 종국엔 도박중독자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박중독자 대부분은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잃은 돈을 만회하기 위해 도박을 하고 있다”며 “그러다가 더 큰 돈을 잃게 되고 도박을 반복하다 보니 돈을 걸어서는 안 되는 상황에 돈을 거는 등 조절능력이나 판단능력 등이 떨어지는 경우에도 이르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박중독자들은 경제적으로 황폐해지는 것은 물론 대인관계 문제, 직업생활 상실, 가족관계 해체 등 사회적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며 “본인이 도박중독에 취약한 특성을 갖고 있거나 도박을 비롯해 충동성을 추구하는 성질이 있다면 도박을 아예 시작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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