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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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는 바느질을 하다가 실수로 바늘에 손가락이 찔린다. 하얀 눈 위로 붉은 핏방울이 번지는 것을 보고 왕비는 ‘흰 피부에 붉은 입술’의 아기가 태어났으면 하고 바란다. 바람대로 진짜 그런 아기가 태어나고 왕비는 아기의 이름을 백설공주라고 짓는다.
많이들 알고 있는 ‘백설공주’의 도입부다. 오래전에 읽었을 때는 심상하게 넘겼는데 지금 읽으니 안 보이던 게 보인다. 왕비가 바늘에 찔리고 피가 난다는 사실이 왕비의 죽음 내지 공주가 당할 고난을 예고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멋진 복선이 아닐 수 없다.
구전되는 전설이나 설화는 창작자가 여러 사람이다. 시대를 거치면서 필요 없는 부분은 빠지고 모자라는 것은 보완된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장인이 깎고 갈고 다듬은 나무공처럼 완벽에 가까운 외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이야기도 완성본이라고는 할 수 없다. 앞으로 더 긴 세월 사람들의 입을 통해 이 이야기가 전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시대를 반영하며 또 다르게 각색될 여지가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흰 피부와 붉은 입술은 미인의 조건이었다. 흰 피부가 많은 백인 사회는 물론 흰 피부가 드믄 동양권에서도 ‘미인=흰 피부’라는 공식이 있다.
하지만 ‘흰 피부는 아름답고 우월하다’는 논리는 자칫 백인우월주의로 흐를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이 이야기에서 피부 색깔과 관련한 왕비의 소원은 제거될 공산이 크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백설처럼 흰 피부’ 대신 다른 내용을 넣어 이야기를 들려줄지도 모른다. 가령 ‘샘물처럼 맑은 눈’ ‘앵두 같은 입술’ 같은 것 말이다.
그에 앞서 아이의 외모를 부모가 구체적으로 욕망하는 일은 옳은지 짚고 넘어갈 수 있다. 마녀의 질문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도 문제가 많다. 왕비든 마녀든 온 등장인물이 외모에 집착하고 있다. 이건 정상이 아니다. 따라서 내용도 외모 대신 다른 것을 소망하는 쪽으로 각색될 여지가 있다.
가령 자녀의 학습 능력에 관심이 많은 부모라면 “총명한 두뇌와 뛰어난 집중력을 가진 아기”로 왕비의 소원을 대체할 것이다. 마녀 역시 거울에게 다른 것을 물을 것이다.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가장 공부를 잘하니?”
그런데 ‘백설공주’에서 외모 이야기를 전부 들어낸다면 백설공주(Snow White)라는 제목은 어떻게 할 것인가. 문제가 간단하지 않다.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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