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30일까지 의대 정원 공표”… 의대 교수 “편법”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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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내 의사 결정은 구성원 몫… 공표부터 하라니 말이 되나”
시립대 대부분 늘린 인원 뽑아… 내년 모집 1500명 넘을 듯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4-28 17:31:20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의과대학을 운영하는 40개 대학 총장과 영상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번 간담회는 정부가 6개 국립대 총장 건의를 수용해 2025학년도 대입전형에 한해 대학별로 증원분의 50∼100% 범위에서 모집 인원을 자율화할 수 있도록 한 이후 처음 개최됐다.

교육부가 각 대학에 30일까지 2026학년도 의과대학 모집 정원을 공표하라는 공문을 보내자 의대 교수들이 즉각 반발했다. ‘학칙 개정 전 의대 증원을 미리 공표해도 된다’는 조항을 거론하며 편법 조장이라고 문제 삼았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26일 제9차 성명을 통해 “교육부는 탈법적 의과대학 대입전형시행계획 변경 진행을 당장 중지해야 한다”며 “무엇보다도 규정과 절차를 존중해야 할 교육부가 나서서 탈법과 편법을 조장하고 있으니 이를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대학 내의 모든 결정은 교무회의·평의회 등 구성원들의 의사를 반영해 진행돼야 하지만 이를 생략한 채 공표부터 하라는 발상은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앞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4일 의과대학을 운영하는 40개 대학 총장들과 영상 간담회를 열고 30일까지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된 학칙 개정 및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을 마무리해달라고 요청했다. 교육계에 따르면 2025학년도 대학 입학전형은 대학이 일정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의대 모집 인원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으나 실제 모집인원을 줄이는 대학들은 일부 국립대에 한정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대부분의 사립대가 증원된 인원을 모두 모집하는 방향을 택하면서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 증가 폭은 1500명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아직 증원 폭을 확정하지 못한 다른 사립대들도 대부분 최대한 정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모집 인원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의교협은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포함한 모든 결정은 교무회의·평의회 등 대학 구성원의 의사를 반영해야 하는데 이를 생략한 채 공표부터 하라는 정부 방침이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전의교협은 “2025년 입학 정원은 이미 2023년에 적법한 절차를 거쳐 공표된 바 있다. 이를 미리 공표하는 이유는 대학입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고등학교 내신 성적·봉사활동 등 미리 챙겨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늦어도 고등학교 2학년 1학기 이전에 차분하게 계획을 세우라는 의미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천재지변이나 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구조 개혁·첨단 학과 신설 등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 한 해 소규모 변경이 이뤄진 전례가 있지만 지금처럼 대규모 순증원이 수시 접수를 5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뤄지는 예는 전무하다”고 밝혔다.

전의교협은 “정부가 증원을 서두르는 명분은 의료개혁이다. 무리한 의과대학 증원 결정이 의료 개혁에 도움이 되는지도 의문이지만 설사 백번 양보해서 도움이 된다 하더라도 의료개혁을 위해서 대학 입시의 틀을 갑자기 바꿀 수 있다는 내용은 고등교육법 법조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의대 증원을 일방적이라 규정하고 의대 교수 집단 사직과 휴진이 잇따르자 정부는 이들 의대 교수를 처벌할 법적 근거와 시기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집단 사직에 나선 의대 교수들의 규모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의대 교수들의 잇따른 사직과 휴진 결정에 정부는 현장을 지켜달라고 호소하며 제출된 사직서는 소수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 의대 증원 정책과 관련해 의정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26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26일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두 달이 넘도록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비운 상황에서 의대 교수 단체가 주 1회 휴진과 사직 견해를 밝힌 데에 대해 유감”이라며 “수십 년간 지체돼 온 의료개혁의 적기”라고 일축했다. 의료계가 요구하는 ‘원점 재검토’에 대해 전 실장은 “정부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의대 입학 정원을 어느 정도 늘릴 것인지 그 결과가 0이라면 단일안을 가지고 오면 협의는 당연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정부는 의대 교수들이 30일에 휴진 및 주 1회 휴진을 결의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관계 법령을 위반했는지를 검토 중이다. 25일 출범한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 등 4대 의료개혁 과제를 논의하겠다면서도 최대 쟁점인 의대 정원 문제는 논의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기준 수도권의 대형병원 ‘빅5’ 교수들이 모두 집단 휴진을 결의했다. 또 전국 의대 19곳이 참여하는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도 총회를 열고 △외래 진료와 수술, 검사 일정의 조정 △당직 후 24시간 휴식 보장을 위한 주 1회 휴진 △경증환자의 회송을 통한 교수 1인당 적정 환자 유지 등을 결의했다.

또한 전의비는 학생들의 휴학이 승인되지 않아 유급하게 되거나 정부가 의대 증원을 밀어붙이면 비대위 참여 병원들의 휴진 기간 등에 대한 논의를 다음 회의에서 다시 결정하기로 했다. 정부가 돌아서지 않는다면 당장 병원을 떠나겠다는 교수들도 늘어나고 있는데, 5월부터 우후죽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