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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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교육감 즉각 반발 “거부권 행사할 것”
학생 인권만 지나치게 강조되어 교권 붕괴돼
교사·학생·학부모의 권리·의무가 조화 이뤄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5-01 07:00:01

서울시 학생인권조례가 폐지 절차를 밟게 됐다. 지난달 26일 서울시의회는 관련 특위와 본회의를 열고 조례 폐지안을 의결했다. 2012년 이 조례가 제정됐으니 12년 만에 폐기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제정 당시부터 여러 문제점이 지적됐었고 이후 우리 교육계에 있어서는 안 될 비극적 사건들이 발생한 것이 배경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즉각 조례 폐지에 반대하고 나섰다. 이를 둘러싼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조례 폐지안이 의결된 서울시의회 본회의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표결에 불참하면서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 단독으로 안건이 처리됐다. 지방의회가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의결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이틀 전 충남도의회는 학생인권조례 최종 폐지를 담은 안건을 통과시켰다. 또 경기도와 광주시에서도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의결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울러 서울시의회는 교육위원회 소속 김혜영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서울특별시교육청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안’이 본회의를 최종 통과했다고 밝혔다. ‘학생인권조례 대체 법안’을 여권에서 발의한 것이다. 기존 학생인권조례가 휴식권·사생활의 자유 등 특정 권리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견제 장치가 미비하다는 지적을 감안해 보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광주·서울·전북·충남·인천·제주 등 지방의회에서 차례로 제정됐다. 이들의 공통점은 좌파 성향 교육감 시기에 제정됐다는 것이다. 주로 학생 인권 보장에 치중한 바람에 교권이 바닥으로 실추되는 등 부작용과 폐단이 지속적으로 문제가 됐다.

특히 지난해 7월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20대 교사가 교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으로 현직 교사들이 고충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비로소 우리 교육 현장의 실상이 낱낱이 드러나게 됐다. 교사 2년 차였던 A씨는 학부모 민원에 시달린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 일로 유사한 사례들이 추가로 밝혀지고 교육현장을 지켜 왔던 교사들의 슬픔과 분노가 폭발적으로 표출됐다.

학생인권조례가 학생의 인권에 치우쳐 있는 탓에 교사들은 교권은 고사하고 때로는 최소한의 인권마저 짓밟히는 현실을 겪어 내게 됐다. 물론 극단적인 경우겠지만 그간 쉬쉬하는 분위기 속에서 학생·학부모의 폭행·폭언에 교사들이 무방비로 노출되기도 했다. 지난 6년간 교원 상해·폭행 사안이 1200건을 넘는다는 통계가 이를 잘 말해 주고 있다.

교권 추락의 원인이 전적으로 학생인권조례에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학생에 대한 체벌금지 등의 조항 때문에 교사가 학습에 방해되거나 규율을 어기는 학생을 통제할 수단을 갖지 못하게 된 것은 사실이다. 일례로 한 초등학교 6학년 교실에서 학생이 여자 담임교사에게 수십 차례 주먹질 등 폭력을 가했지만 교사는 정당하게 방어나 제지할 수단이 없어 그저 맞고만 있었다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실제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가 지난해 7월 전국 교사 3만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는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추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이 84.1%에 달했다. 이쯤 되면 더 이상 이 조례가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교권 붕괴는 교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상적인 교육활동이 이뤄질 수 없는 환경에서는 대다수 학생의 학습권이 침해받고 그러면 공교육이 무너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학생·교사·학부모의 책임과 권리가 서로를 침해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도록 새 조례안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 내길 촉구한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