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주택통계 파문… 대통령 재건축 대책 헛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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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통계 오류 발견한 뒤 3개월 동안 침묵

김학형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5-01 12:33:2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윤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국토교통부가 주택공급 실적을 잘못 파악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국토부는 1월말 통계 오류를 파악했지만 3개월이 지나서야 통계 오류를 밝혀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재건축 활성화를 약속했지만 잘못된 통계를 바탕으로 내놓은 정책이라서 업무상 실수로만 보기에는 사안이 심각하다.

4월30일 국토부는 1월 말 작년 주택공급 실적 관련 데이터베이스(DB)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통계에 누락이 발생했다며 지난해 주택공급 실적을 정정해서 발표했다. 지난해 주택 인허가 실적을 기존 38만9000가구가 아닌 42만9000가구로, 착공 실적을 20만9000가구에서 24만2000가구로, 준공 실적을 31만6000가구에서 43만6000가구로 각각 바로잡았다.

2022년과 비교한 지난해 주택공급 실적 역시 △인허가(25.5% 감소→17.8% 감소) △착공(45.4% 감소→36.8% 감소) △준공(23.5% 감소→5.4% 증가)으로 정정했다. 준공 실적은 수정 폭(28.9%p)이 가장 컸고 감소가 아닌 증가로 바뀌었다.

주택공급 실적이 실제보다 적게 잡힌 주요 원인은 ‘전자정부법’에 따라 주택공급통계정보시스템(Housing Information System·HIS)와 세움터(건축행정정보시스템) 간 데이터 전송 방식을 ‘직접 연계’에서 국가기준데이터 관리 시스템을 ‘경유 연계’하는 것으로 바꾸면서 2021년 11월부터 정비사업 코드가 누락됐기 때문이다.

2021년 6월 개정 및 그해 12월 시행된 ‘전자정부법’에 따르면 필요한 행정정보가 국가기준데이터인 경우 국가기준데이터를 우선으로 활용해야 한다. 국토부는 “이후 지난해 9월 HIS의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에서 사업정보가 변경된 경우 HIS에 기록되지 않아 공급 실적이 과소 집계된 것으로 파악됐다”며 “6월까지 DB 시스템 정비를 마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지난해 연간·월간 주택공급 실적 통계는 수정됐으나 올해 1~3월 통계는 그대로 유지했다. 2월 말 발표한 1월 실적부터는 오류를 바로잡아 집계했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늦어도 2월 중 통계 누락을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수치를 정정하면서도 4월 말까지 약 3개월간 발표를 미룬 꼴이다. 발표 지연 배경에 관해 국토부는 언급을 피하고 있다.

이처럼 국토부가 집계하는 주택 관련 통계에서 막대한 오류가 확인되면서 이에 근거해 수립된 주요 정책 등이 신뢰성에 타격을 입게 됐다.

정부는 ‘공급 촉진’과 건설경기 회복을 내세워 지난해 ‘9·26 부동산대책’과 올해 ‘1·10 부동산대책’을 연이어 발표했다. 여기에는 △수도권 신규 택지 △3기 신도시 물량 확대 △1기 신도시 재정비 기간 단축 등의 방안이 들어갔다.

4.10 총선 이틀 전 윤 대통령은 “도시 내 주택공급의 핵심인 재개발·재건축 속도를 확 높이겠다”며 이를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하는 패스트트랙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추진하는 이유로 그는 “주택공급이 최대한 활성화되도록 정부가 지금 적극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연구원은 지난달 23일 ‘주택공급 상황 분석과 안정적 주택공급 전략’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공급계획 대비 인허가·착공·준공 실적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다. 실제로 국토연 보고서는 지난해 공급계획 대비 인허가 실적을 전국 82.7%로 집계했으나 정정된 수치를 대입하면 90%를 넘게 된다.

다만, 국토부는 이번 통계 오류·정정이 정책 흐름을 바꿀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주택공급이 부족하다는 판단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