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수원 
전주 
)
좀비기업은 자생 능력이 없어 정부나 은행의 도움을 받아 유지하는 기업을 말한다. 정식 명칭은 ‘한계기업’으로 회생 가능성이 없는 파산 직전의 회사인 경우가 많다. 좀비기업은 금융권 부실을 초래하는 주범이다. 은행이 좀비기업에 계속 투자하다보면 정작 돈이 필요한 일반 기업들이 투자 자금을 빌리는 데 어려움이 생긴다. 또한 도산 위험이 있는 좀비기업은 이른바 부실채권을 양산시키며 금융권을 넘어 결국 우리 경제 전체에도 타격을 입히게 된다. 지난 1990년대 일본이 장기 침체를 겪은 이유는 좀비 기업 정리를 미적거렸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1990년대 버블이 꺼지면서 좀비 기업들이 대거 생겨났지만 당시 일본 정부와 은행권은 ‘경제 충격을 막는다’는 이유로 한계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대신 다양한 지원을 통해 연명시켰다. 결국 일본 은행이 망가지면서 일본 경제가 장기 침체되는 중요한 원인이 됐다. 실제 경기침체가 한창이던 2002년 8월 당시 일본 시중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8.4%까지 치솟았다. 이처럼 좀비기업은 경제 발전의 위험요소이지만 그동안 경제논리가 아닌 정경유착 등 정치논리에 의해 목숨을 부지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자연스럽게 좀비기업이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미국 금리인상과 퇴출 위기의 좀비기업을 진단했다. 
|
▲ 16일(현지시각)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는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현재의 0.00%∼0.25%에서 0.25%∼0.50%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에 위치한 증권거래소 ⓒ스카이데일리
미국이 2006년 6월 이후 9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결국 단행했다. 인상폭은 시중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은 0.25%로 비교적 작았으나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는 대형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번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뉴욕과 런던 등 국제 금융시장에서 국제 금리가 전반적으로 올라가는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환율 시장에서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며 우리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하락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국내에 유입된 해외 투자자금의 대량 유출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그동안 미국 금융시장에서 전 세계 금융시장으로 흘러들어갔던 투자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우리의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긴박한 상황에 빠졌다. 하지만 금리가 인상될 경우 부채가 많은 가계와 기업들은 파산할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좀비기업’으로 불리는 한계기업들은 정부의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하면 생존이 불가능해질 상황에 처했다.
▲ 자료: 중소기업연구원 ⓒ스카이데일리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것인데 보통 이자보상배율이 1.5 이상이면 빚을 갚을 능력이 충분한 것으로, 1 미만이면 잠재적인 부실기업으로 간주된다. 그런데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은 자체적인 생존능력이 없다고 보고 좀비기업으로 불린다.
좀비기업들은 정상기업에 비해 영업이익율, 매출액증가율이 월등히 낮은 반면 차입금 의존도는 높아 금리인상 등 외부충격시 생존이 어려워질 수밖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11년만에 4.4배 늘어난 한계기업…“대기업 계열사들도 예외 없어”
최근 중소기업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 ‘한계기업 현황 분석과 정책 시사점’에 따르면 이자보상비율 1미만인 상태가 2년 또는 3년 연속되는 한계기업의 수 및 비중이 2000년대 이후 지속적인 상승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계기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구분하지 않고 늘어나고 있다.
한계기업의 수는 대기업의 경우 2003년 213개사에서 2014년 569개사로 2.6배, 중소기업의 경우 2003년 547개사에서 2014년 2817개사로 5.1배 증가했다. 국내 한계기업은 2003년 총 760개에서 3386개로 4.4배 증가했다.
한계기업 비중은 대기업이 2003년 10.3%에서 2014년 19.0%로, 중소기업 2003년 6.8%에서 2014년 17.9%로 증가했다. 2013년 이후 대기업의 한계기업 비중이 중소기업 비중을 초과했으며, 2011년 이후 대기업의 한계기업 증가속도가 중소기업 증가속도를 초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의 분석 결과에서도 한계기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18일 CEO스코어가 매출 500대 기업을 분석한 결과 2013년과 2014년 2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인 곳은 모두 49개사로 집계됐다. 1년이라도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을 기록한 기업은 2013년 75개사에서 지난해 85개사로 10곳이 늘었다.
▲ 자료: 전자공시시스템, , 2015년 9월 30일 기준 ⓒ스카이데일리
지난 6월 말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한계기업 비중은 2009년 12.8%(2698개)에서 2014년 15.2%(3295개)로 늘었다.
2014년 말 기준 한국 증시에 상장한 기업 중 약 1/7인 234개사가 좀비기업이다. 여기에는 대한항공·한진해운(한진), 현대상선(현대), 아시아나항공(금호아시아나), 두산인프라코어·두산건설(두산), 동국제강(동국제강), 코오롱글로벌(코오롱), OCI·넥솔론(OCI), KCC건설(KCC), LS네트웍스(LS), 동부건설·동부하이텍(동부), 포스코플랜텍(포스코), 현대정보기술(롯데), SKC솔믹스(SK) 등 30대 그룹 계열사도 17개나 포함됐다.
한국 경제 발목 잡는 좀비기업, 미국 금리 인상으로 퇴출 가속화 전망
금융권에 따르면 그동안 미적미적 해온 정부는 이번 미국의 금리 인상을 기회 삼아 좀비기업 퇴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측됐다. 일본처럼 좀비기업을 그대로 둘 경우 금융권 부실을 넘어 우리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10월 15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필요하다면 기업 구조조정 협의체를 격상해 구조개혁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혀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본격 착수할 뜻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최근 정부와 산업은행은 100여명으로 운영되고 있는 구조조정본부에 인력을 추가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내년에는 정부가 좀비기업 솎아내기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자료: 중소기업연구원 ⓒ스카이데일리
이처럼 정부가 좀비기업 퇴출 사인을 보내면서 경제계 안팎에서는 좀비기업을 지원해주지 않으면 내년도 대규모 구조조정 한파가 닥쳐 우리 경제가 어려울 것이라는 동정론이 함께 일고 있다.
그러나 조선, 해운, 건설, 철강, 석유화학 등 다양한 제조업 분야의 회생 가능성이 없는 좀비기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한국경제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 큰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리 경제의 환부를 지금 단호하게 도려내지 않는다면 조만간 큰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중역은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 상황에서 한은 역시 금리 인상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좀비기업들이 버티기 힘들 것”이라며 “정체에 빠진 한국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좀비기업을 정리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직언했다. 그는 “이런 점에서 이번 미국의 금리인상은 질병에 걸린 허약 체질의 한국 경제에는 일정 부분 독이 아닌 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연재소설 ‘CIA와 대한민국’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