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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야는 대부업체 대출 최고금리를 연 34.9%에서 연 27.9%로 내리는 것에 잠정 합의했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중으로 대부업법이 개정돼 사상 첫 20%대 최고금리 시대가 열릴 예정이지만 해당 법안은 여전히 계류 중이다. 이에 따라 기존에 있던 34.9% 상한선이 그나마 사라져 버린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대출 최고금리의 자물쇠가 풀어져 자칫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대부업 최고금리는 66%에 달했다. 어쩔 수 없이 대부업체에 손을 벌린 소비자들은 높은 금리에 허덕이게 됐고, 일각에서는 폭력 등을 동원한 부당 추심 행위를 일삼기도 했다. 규정된 최고금리 역시 허울뿐이었다. 지난 2006년 10월 재정경제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05년까지 대부업체 등 사금융 이용자들이 감수하는 평균 대출 금리는 각해 234%, 188%, 189%, 222%, 196%를 기록한 바 있다. 이에 대한 피해사례가 속출하자 정부는 법정 최고금리를 낮추는 결단을 내리게 된다. 불법 추심에 대한 단속에 더욱 고삐를 죘다. 그러면서 사금융 업계의 분위기는 점차 바뀌어 갔다. 스카이데일리는 ‘2016년 사금융 시장’의 현 주소를 점검해봤다. 대출을 받게 되더라도 ‘알고 쓰자’는 취지로 사채업계의 상황을 면밀히 취재해 보았다. 취재를 통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사채시장의 변화를 파악했으며, 현직 업계 종사자들을 만나 그 민낯을 들여다 보았다. 법정 상한선을 상회하는 불법 이자로 인해 고통 받는 피해자들의 이야기도 들어봤다. 스카이데일리가 ‘이슈 포커스’ 시리즈 ‘사채업 현황’ 첫번째로 대출업계의 신풍속도라고 할 수 있는 성형대출 시장을 조명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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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형수술을 희망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성형대출이 강남 일대에서 성행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합법적인 이자율을 내세워 고객을 유치하는 것으로 비춰지지만 그 이면에는 고객을 유치하려는 성형외과 간의 불법적인 인센티브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취재결과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불법 인센티브로 인해 소비자들에게 적지 않은 금전적 피해는 물론 자칫 부작용이라는 치명적 손상도 야기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은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성형외과.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스카이데일리
강남엔 지금 사채 낀 불법 성형알선 성행…인센티브 경쟁에 환자부담 가중
▲ ⓒ스카이데일리
성형대출은 현재 성형외과가 밀집한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성행하고 있다. 성형대출 업체의 주 무대 또한 성형외과가 밀집한 서울 강남구 신사·압구정동 일대다. 대부분은 인터넷 등을 통해 고객을 유치하며 연이율 10~34.9%의 대출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그런데 성형대출이 성행하면서 다양한 부작용도 하나 둘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가장 큰 문제는 성형대출 업체가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 것에서 나아가 인센티브를 챙기기 위해 병원까지 알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의료법 25조에 따르면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또 성형대출로 인해 제2, 제3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불거져 나오고 있다. 일례로 성형대출업체들이 최고금리 상한선(34.9%)을 지키면서 합법적인 업체인양 선전하지만 이면에는 불법적인 요소가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각종 편법을 통해 환자가 최고금리 이상의 돈을 지불하도록 유인하는 경우도 비일비재 한 것이다.
일례로 고급 유흥주점에 나가는 이른바 ‘나가요 여성들’ 사이에서는 이를 두고 “강남에서는 지금 사채의 마수가 곳곳에 뻗어 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예뻐지기 위한 악마의 거래가 성행하고 있는 격이다. 이런 현상이 일반 여성들에게로 확산되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성형대출 업자는 “알선업자들은 자연히 인센티브가 높은 곳으로 환자를 유도할 수 밖에 없다”며 “대다수의 병원들은 알선업자에게 주기로 한 인센티브에 해당하는 금액을 수술비에 포함시킨다. 결국 알선업자에게 돌아가는 인센티브는 고스란히 환자의 몫인 셈이다”고 귀뜸했다.
의료서비스의 질적 저하 문제도 우려되는 부작용 중 하나로 지목됐다. 의료업계 한 관계자는 “대출업자들이 병원의 질이나 의사의 자질 등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인센티브가 높은 곳으로만 환자를 유도한다”며 “이는 결국 의료서비스 질적 저하는 물론 소비자들의 신뢰감 마저 무너뜨리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성형대출’을 검색하면 홍보성 게시물(사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주로 지식검색·질의응답 게시판을 중심으로 관심이 있는 이에게 휴대폰번호와 카카오톡 ID를 광고해 상담을 유도하고 있다. 사진은 실제 인터넷에 게시된 광고물 캡쳐화면 ⓒ스카이데일리
인터넷 도배 ‘성형대출상담’ 카톡 문의 즉각 회신…전화·방문에 병원 적극 알선
스카이데일리는 이 같은 성형대출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환자인 듯 하면서 직접 성형대출 상담을 진행해 봤다.
인터넷에서 성형대출 관련 광고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주로 지식검색 사이트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광고물로 채워 넣는 방식으로 광고가 이뤄지는 것으로 보였다. 이 중 한 곳의 대출업체와 직접 연락을 시도해 봤다.
광고에는 전화번호와 카카오톡 아이디가 나란히 기재돼 있었다. 우선 카카오톡으로 대출상담을 시도했다. 답장이 오기까지 채 1분도 걸리지 않았다. 대출상담 직원은 대출 및 각종 연체기록, 신용카드 유무, 최종학력, 직장재직 및 4대 보험 여부, 희망 성형부위, 병원 등에 대한 답을 요구했다.
‘코’를 원한다고 답하자 3곳의 병원을 추천했다. 한 곳은 성형에 관심이 없어도 누구나 한번 이상은 들어봤을 법한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유명성형외과였다. 다른 두 곳은 압구정동에 위치한 곳이었으나 유명한 곳은 아니었다.
전화 상담에서는 최소 2곳 이상의 상담을 권유했지만 가장 유명한 한 곳을 방문하겠다고 밝히고 전화를 끊었다. 약 20분쯤 후 해당 직원으로부터 정확한 예약시간이 명시된 메시지를 받을 수 있었다.
이튿날 예약시간에 해당 병원을 찾았다. 1차 상담은 상담실장과 진행됐다. 마치 본인이 의사인 것처럼 깎일 부위와 세워질 부위를 설명했다. 가격은 275만원이지만 250만원까지 할인이 가능하며 이 자리에서 수술날짜를 잡을 경우 225만원까지 추가 할인이 가능하다고 병원비를 저울질했다.
의사와의 상담은 불가했다. ‘생각해 보겠다’는 애매한 의사를 피력했기 때문에 의사를 만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의사의 진단 없이도 병원비가 책정된다는 사실이 조금 놀라울 뿐이었다.
대출업자와 재차 연락을 시도했다. 상담을 마치고 다시 연락을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병원 상담실장이 대출진행 내용을 아느냐’는 질문에 그는 “병원은 대출진행과 관계가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추가 상담을 권유했다.
▲ 카톡을 이용한 스카이데일리와 실제 대출상담업자 간 상담내용. 하얀색 대화창이 대출업자다. 사진 1번은 예약을 대신해서 진행하는 대화내용, 2번은 병원 측이 대출 진행 사실을 모른다고 주장하는 내용과 추가 병원상담을 권유하는 내용, 3번은 병원을 추천하는 대부업체 측 대화내용, 4번은 대출 진행 시 적용되는 이율 등에 관한 내용 등이다. ⓒ스카이데일리
업소女 마이킹 수단이 일반인들로 확대…병원이 더 적극적 “환자 보내달라” 원장 연락도
실제 성형대출업자를 만나봤다. 스카이데일리가 대출상담을 진행한 M업체를 아느냐는 질문에 성형 대출업자는 “현재 강남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업체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성형대출이 유흥업소에서 행해지던 행태가 일반인에게까지 대폭 확대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유흥업소에서 여성 직원 채용 과정에서 성형 필요성을 언급하고 사채를 쓰게 했던 것이 점차 규모가 커져 이 같은 성형대출이란 이름의 형태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이 대출업자는 “유흥업소에서도 예전에는 본격적으로 일을 하기 전에 빌려주는 돈, 속칭 ‘마이킹’을 통해 성형자금을 마련해줬지만 이제는 이 마저도 사채업자들에게 넘기는 추세다”면서 “어느 순간부터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성형대출이 속속 등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출업자에 따르면 지금의 이 시스템은 고객과 대출업자 그리고 병원 모두를 만족시키는 시스템에 가깝다. 우선 고객은 개인 신용만을 바탕으로 원하는 성형수술을 할 수 있다. 대출업자는 법에 저촉되는 홍보행위를 자제하면서도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 직접 수술을 담당하는 병원은 말할 것도 없다.
대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업자는 고객에게 병원 선택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기 때문에 사실 병원이 가장 큰 수혜자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에는 오히려 병원들이 대출업자 확보에 혈안이 돼 있다. 특히 인지도가 낮은 성형외과일수록 높은 인센티브를 약속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술비의 20~30%에 달하는 돈이 인센티브 명목으로 대출업자에게 돌아갔다.
인터뷰 도중에도 테이블 위에 놓인 대출업자의 핸드폰은 요란하게 울려댔다. 자연스럽게 핸드폰에 시선이 갔다. 휴대폰 화면에는 모 성형외과 박 모 원장이라는 문구가 선명했다. 잠시 동안 그들의 통화가 이어졌다.
전화를 끊은 업자는 “원장들이 직접 나서 환자를 보내달라고 사정하는 전화다”고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지난달 2000만원 적자를 봤다는 원장이 겨울방학 성수기임에도 손님이 별로 없자 직접 전화를 걸어 환자유치에 나섰다는 게 업자의 설명이었다.
“비싸게 물어와 수술비 부풀리기” 현금거래·조세포탈·불법수수료 피해부담은 소비자 몫
대출업자는 “대출업자들에게까지 원장이 전화해 영업을 해야 할 정도로 병원들의 경우 대출업자에게 지불하는 인센티브 규모가 다른 병원에 비해 높다”며 “심지어 인센티브가 40%를 웃돌기도 한다”고 밝혔다.
높은 인센티브는 고스란히 고객의 몫이었다. 대출업자에 따르면 높은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불법적인 행위를 저지르는 대출업자와 병원도 더러 존재했다. 예를 들어, 병원 측은 소비자에게 800만원이면 가능한 수술을 1100만원이라고 말한다. 자연스럽게 대출업자에게 돌아가는 인센티브와 이자율은 모두 올라간다.
▲ ⓒ스카이데일리
이런 식이면 병원은 대출업자로부터 더욱 많이 환자를 소개받게 되고 대출업자는 챙기는 돈의 액수가 커진다. 병원과 대출업자 어느 곳 하나 손해 보는 곳이 없다. 손해 보는 이는 환자 뿐이다. 환자는 금전적 손해 뿐 아니라 검증되지 않는 병원에서 실시한 수술로 인해 최악의 경우에는 ‘부작용’의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대출업자에게 앞서 스카이데일리가 진행한 상담 과정을 이야기했다. 그는 대번에 “병원 측에서 해당 고객이 대출을 진행 중인지에 대해 모를 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인지도가 높은 병원일지라도 대출업자 등을 통한 환자유치에 나서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또 그는 “상담진행 중 꾸준히 다른 병원을 권유하는 것은 그쪽 인센티브가 높기 때문일 것”이라 예측했다.
대출업자의 말을 종합해 볼 때,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높은 이자를 부담하더라도 목돈 부담을 줄이면서 성형수술을 감행하려는 성향이 짙었다. 환자의 성형수술 욕구가 높을수록 피해에 노출되는 정도 또한 높아졌다. 또 업자들에게 높은 인센티브를 주는 병원은 마치 소문난 유명 병원처럼 소개돼 2차 피해가 우려될 만한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의료업계 관계자는 “해당 알선행위는 엄연한 불법행위다”고 규정지었다. 그러면서 “대출업자를 통해 환자를 유치하고 현금으로 수술비를 받고 또,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과정에서 병원 측의 조세포탈 행위가 쉽게 이뤄지고 있을 것이다”며 연쇄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김선웅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이사는 “외국인 등 극히 일부 경우를 제외하면 환자를 병원에 알선하고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는 것은 의료법상 엄연히 불법행위다”고 강조하며 “(의사회 측이 내부적으로 파악한 바에 의하면)대형 성형외과의 경우 환자 알선 및 유치행위가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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