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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들이 큰 수익원이었던 카드론(장기카드대출)이 올해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포함되자 대출규제 사각지대를 공략에 나섰다. 리볼빙(일부결제 금액 이월약정)·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개인사업자 대출 상품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수익원 다변화에 나선 것이다.
금융소비자가 카드대금을 갚지 못해 대금 지불을 다음 달로 이월하는 신용카드사 리볼빙 잔액은 최근 1년 사이 16% 이상 급증했다. 일각에서는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저신용자와 다중채무자의 비중이 높은 리볼빙 상품의 부실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카드론보다 금리 높은 리볼빙… 빚의 덫에 빠져
리볼빙 서비스는 신용카드 이용금액 중 일부의 결제를 미루는 ‘결제성’과 대출상품 상환을 연기하는 ‘대출성’으로 나뉜다. 이 중 결제성 리볼빙은 DSR에 포함되지 않아 카드사들은 새로운 수익원 확보를 위해 신규 리볼빙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커피 쿠폰·모바일 상품권 지급, 포인트 적립 혜택 등의 이벤트를 진행했다. 카드사 입장에선 대출 규제에 막힌 카드론의 대체 수익원으로 리볼빙 서비스가 선호된 것이다.
문제는 카드사들이 마케팅을 하면서 리볼빙을 이용하면 카드대금 연체로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위험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만을 부각시킨다는 점이다. 반대로 말하면 장기간 이용 시 금리가 높은 만큼 상환 금액의 부담이 커져 신용등급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걸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
카드사들은 리볼빙 서비스가 카드대금 연체로 신용등급 하락을 막을 수 있어 대금을 전액 납부하기 어려운 소비자들에게 유용한 서비스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 여신업계 관계자는 “하반기부터 DSR 규제를 받기 때문에 카드론을 대체할 수 있는 리볼빙과 현금서비스 이용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카드사들이 이런 상황 속에서 마케팅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신한·삼성·현대·롯데·우리·하나 등 7개 전업카드사의 리볼빙 이월 잔액은 3월말 기준 6조1770억원으로 파악됐다. 전년 동기 대비 16%가량 증가했다. 이월 잔액은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가 시행된 2020년 2분기에 줄어들었다가 지난해 말 6조원을 넘어선 뒤 올해 들어 3개월만에 950억원 추가로 늘었다. 리볼빙 이용이 늘어났다는 건 월소득 대비 상환능력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것을 가리킨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선 연체율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지적한다.
카드사들은 혹시 모를 부실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쌓는다. 대손충당금이란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채권에 대비해 미리 쌓아놓는 자금이다. 대출 채권이 증가하면 손실 위험이 늘어나는 만큼 대손충당금 전입액도 증가한다. 3월 말 기준 카드사들의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64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94억원 증가했다.
대손충당금을 가장 많이 적립한 곳은 신한카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많은 1455억원을 충당했다. △KB국민카드가 1112억원 △롯데카드 1109억원 △삼성카드 1030억원 △현대카드 741억원 △우리카드 610억원 △하나카드 381억원 순이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리볼빙 서비스 및 이월 잔액이 늘어난 이유에 대해 DRS에 카드론이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돈을 빌리지 못한 소비자들이 리볼빙 서비스 이용 증가로 이어졌다는 진단이다.
각 카드사의 리볼빙 가중평균금리는 △롯데카드 18.52% △KB국민카드 17.76% △우리카드 17.60% △신한카드 16.95% △현대카드 16.83% △삼성카드 15.11% △하나카드 14.83% 순이었다.
고신용자의 리볼빙 금리도 큰 차이가 없었다. KCB기준 신용점수 900점 초과 소비자 기준 리볼빙 금리는 △롯데카드 17.06% △우리카드 15.55% △KB국민카드 14.98% △현대카드 14.40% △삼성 13.54% 수준이었다. 결제성 리볼빙 평균금리는 연 14.83~18.52%로 카드론 평균금리 12.52~14.51%보다 최대 6%p 높았다.
리볼빙 급증, 대책 없나
경제계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리볼빙 상품에 대해 고금리 대출상품이라는 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카드사의 경우는 차주의 신용도를 정확히 평가해서 무분별한 대출이 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차주 또한 자기 책임하에서 경계심을 갖고 상환능력을 고려해 돈을 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준모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고금리 상품이다 보니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당국, 카드사, 차주들이 상품의 위험성에 대해 명확하게 인식하고 상품이 불완전 판매가 되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 교수는 이어 “돈을 빌리는 사람은 자신의 상환 능력을 고려해 돈을 빌려야 할 것이고 카드사들도 차주의 신용도를 정확히 평가해서 무분별한 대출이 되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교육 강화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소비자들이 리볼빙 상품 이용에 있어 교묘하게 착각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는지 금융당국이 약관이라든지 계약조건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금융상품에 대한 사용자들의 오해의 소지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조 명예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금융교육이 부실하다며 금융회사들의 마케팅에 현혹되지 않고 상식적으로 고금리 대출상품에 대한 위험성을 이용자들이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리볼빙 서비스 이용에 대한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가입해 사용하는 소비자도 계속 나오고 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이에 대해 “카드사는 소비자에게 가입한 서비스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금융당국이 불완전판매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강국장은 또한 “카드사 리볼빙은 고객 부담을 줄이기는커녕 잘못 사용하면 빛의 덫에 빠질 수 있다”며 “소비자들은 리볼빙 상품을 고금리 대출상품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경각심을 일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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