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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이 고금리 등으로 작년 한 해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에는 미분양 등 부동산 침체에 따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들의 PF 대출 연체잔액·연체율은 금융권에서 압도적이다.
특히 중·소형사들의 상황은 심각하다. 부실 위험이 큰 브리지론과 중·후순위 중심 PF 사업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PF발(發) 유동성 위기에 따라 중소형 증권사들의 신용등급이 강등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작년엔 주식 침체, 올해는 부동산 침체로 실적 악화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 상위 9곳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총 4조5968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9조4383억 원)과 비교해 51.3% 감소한 규모다. 메리츠증권 빼고 모두 영업이익이 거의 ‘반토막’ 났다.
미래에셋증권의 영업이익은 8459억 원으로 전년(1조4855억 원) 대비 43.1% 줄었다. NH투자증권도 1조2939억 원에서 5214억 원으로 60% 가까이 감소했다. 삼성증권은 55.8% 줄어든 5781억 원, 키움증권은 45.7% 줄어든 6564억 원을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소형 증권사들의 감소폭이 더 컸다. 중소형 증권사 14곳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총 9396억 원으로 전년(3조121억 원) 대비 3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한화투자증권은 2021년 2088억 원이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438억 원에 그치면서 80% 가까이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아예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적자(-476억 원)로 전환했다. DB금융투자도 전년보다 86% 감소한 230억 원에 그쳤다. SK증권은 97% 줄어든 15억 원에 불과했다.
이 같은 부진은 금리 인상에 따른 증시 침체로 풀이된다. 투자자의 거래량이 줄면서 증권사 수입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주식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수료수익은 급감했다. 고금리 현상에 안전자산으로 ‘역머니무브’ 현상이 일면서 운용부문 실적도 저조했다.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은 소송 패소 판결 등의 영향으로 배상금을 지급하면서 손실 폭을 키우기도 했다.
올해 실적 전망도 어둡다. 부동산 침체로 부동산 PF 관련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는 시행사에 고금리 단기대출 성격의 ‘브리지론’을 제공하며 PF 사업에 참여하는데 시행사가 기초공사를 마친 뒤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본 PF’로 넘어가지 못할 경우 만기연장 또는 자금회수를 거친다. 시행사가 상환에 실패하면 증권사가 그 손실을 메워야 한다.
브리지론을 돌려받지 못한 증권사도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 금융권(카드사 제외)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 잔액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1조1465억 원으로 전년 말(4838억 원) 대비 2배 이상 불어났다. 이 중 증권사의 PF 대출 연체 잔액은 3638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 32%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증권사의 PF 대출잔액(4조5000억 원)이 전 금융권의 PF 대출잔액(125조3000억 원)에서 고작 3.6%를 점유한 걸 감안하면 압도적이다. 이렇다보니 연체율은 가장 높았다. 작년 9월 기준 증권사의 PF 연체율은 8.2%로 2021년 말(3.7%)보다 4%p 이상 늘어났다. 2019년 말(1.3%)과 비교하면 6배나 치솟은 수치다. 2위인 저축은행(2.37%)보다는 3배 이상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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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박서현 기자] ⓒ스카이데일리 |
그나마 대형 증권사는 안정적이다. 손실을 메울만한 자산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고 중·후순위 대출 비중도 낮다. 문제는 중소형 증권사다. 떼일 위험이 큰 브리지론과 중·후순위 대출 비중이 높은 편이다. 부동산 경기에 따라 자산건전성과 손익이 악화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대형 증권사(자본 3조 원 이상)의 부동산 우발부채 중 브릿지론(19.6%)과 중·후순위 본 PF(15.9%)의 비중은 35.5%였다. 반면 중형 증권사(자본 1조~3조 원)는 브리지론(27.9%)과 중·후순위 본 PF(41.4%)의 비중이 69.3%에 달했다. 소형 증권사(자본 1조 원 미만)는 비중이 76.5%(각 30.8%·45.7%)로 더 높았다.
문제는 최근 미분양이 확대되면서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미분양 주택 물량은 6만8107가구로 2012년(7만4835가구) 이후 가장 많았다. 1년 전인 2021년(1만1170가구)과 비교해 4.3배가량 늘어난 규모다. 이달 6일에는 대우건설이 울산 동구 한 주상복합아파트의 시공권을 포기한 채 440억 원 규모 브리지론을 자체 자금으로 변제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방사업장 등 사업성이 떨어지는 미착공 현장에서 시공사를 확보하지 못하거나 시공사를 확보해도 대우건설과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며 “대우건설의 시공권 포기는 부동산 불안이 금융시장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사례”라고 말했다.
증권사 대부분 작년 4분기에 순손실
신용등급 조정도 위험 요인이다. 신용등급이 낮아질 경우 차후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을 때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신용평가업체에 등록된 증권사 22곳의 신용등급은 회사채 기준 △AA+(안정적) 3곳 △AA(안정적) 4곳 △AA-(안정적) 9곳 △A+(긍정적) 2곳 △A+(안정적) 1곳 △A(안정적) 2곳 △A(부정적) 1곳 수준으로 양호하다. 다만 실적 둔화·우발부채 현실화·재무안정성 저하 등에 따라 신용등급이 하향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한신평에 따르면 증권사 24곳(대형 9개·중소형 15개) 중 15곳이 지난해 4분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대형 증권사 9곳의 4분기 합산 순이익은 1305억 원으로 전년 동기(9149억 원) 대비 85.7% 줄었다. 중소형사 15곳은 4분기 적자 -1454억 원을 기록했다.
김예일 한신평 수석애널리스트는 “4분기 실적 저하의 주된 원인은 주식·채권 시황 변동성 확대와 그에 따른 이익 감소·부동산금융의 건전성 저하 등”이라며 “올해 증권업의 산업전망을 ‘부정적’으로 발표한 바 있는데 증권사의 실적 하락은 올해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그 규모와 지속성·회사별 대응력에 따라 신용도가 차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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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박서현 기자] ⓒ스카이데일리 |
건전성 저하·재무안정성 훼손도 증권사 신용도에 악재로 다가올 전망이다. 중소형 증권사의 자산 중 1개월 이상 연체된 요주의 이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신평에 따르면 자기자본 3조 원 미만 중소형 15곳의 지난해 3분기 요주의 이하 자산은 전분기(1183억 원) 대비 약 3배 늘어난 311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대형사의 요주의 이하 자산은 1069억 원 수준이었다.
김 수석애널리스트는 “당분간 만기 차환 등의 대응 부담이 지속되면서 지방 소재 브리지론 등 고위험 부동산금융 비중이 높은 일부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지난해 4분기와 올해 충당금 설정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우발부채 현실화 과정에서 건전성 저하와 구조적인 재무안정성 훼손 수준 등을 점검해 신용도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이스 신용평가(나신평)도 부동산 및 금융시장 변화에 따른 증권사 부동산 PF 익스포져(리스크 노출 자금)의 양적·질적 리스크 추이 및 재무안정성 부담 등에 대해 점검하고 필요 시 신용등급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신평에 따르면 나신평이 유효등급을 매긴 25개 증권사의 부동산 PF 익스포져 28조4000억 원 중 올해 만기도래 금액은 9조7000억 원이다. 이 중 분양을 통해 투자자금 회수가 가능한 분양형 본PF 사업장 익스포져는 3조7000억 원으로 파악된다.
이예리 나신평 선임연구원은 “현재 공정률 등을 감안하면 정상적으로 사업이 진행될 경우 분양대금을 통해 자금 회수가 무리 없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은 총 2조4000억 원 수준”이라며 “다만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익스포져의 절대적 규모가 크고 사업 진행 시 예상 분양대금 유입액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질적으로 열위한 부동산 PF 익스포져를 보유한 증권사들의 경우 재무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예상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부동산 PF 불안이 금융시장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선제 대응에 나섰다. 그간 금융권역별로 관리한 부동산 PF 관리 체계를 사업장 단위로 개편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주택·물류·상업시설 등 PF 개발사업 유형과 분양률·공정률 등 진행 상황에 대한 분석 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또 부실 PF 사업장의 자율적인 정리를 유도할 수 있도록 PF 대주단 협약 개정을 지원한다. 증권사 채무보증의 실질적 리스크 요인도 파악할 방침이다.
공문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PF의 위험은 해소되지 않았다. 부동산 경기·정부 대책·각 참여자들의 리스크 노출도와 대응 역량 등에 따라 차별화가 진행될 것”이라며 “시장 리스크와 함께 개별 회사들의 자산건전성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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