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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임금님이 어떻게 수많은 백성과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볼까?”
드루실라 선생님은 칠판에 커다랗게 ‘신문고’라고 썼다.
“신문고는 태종 임금님 때 대궐 밖 문루 위에 달았던 북이란다. 백성이 이 북을 치면 임금님이 직접 듣고 북을 친 사람의 억울한 사연을 처리하도록 했단다. 정말 좋은 제도였지.”
“선생님, 그런데 신문고는 서울에 와야만 칠 수 있었네요. 아주 멀리 사는, 일테면 제주에 사는 사람은 사용할 수 없잖아요?”
애덕이 질문했다.
“애덕아, 아주 좋은 질문이구나. 그런 문제가 있어서 신문고는 아주 유용하게 사용되지는 못했어. 그래서 고민하던 임금님은 암행어사 제도를 만드셨단다.”
“저, 기억나요, 선생님. 춘향전에 보면 나중에 이 도령이 암행어사가 되어서 나쁜 변 사또를 벌주고 춘향이를 살려주지요?”
해린이 신이 나서 말했다. 거지꼴로 나타나 구박받던 이 도령이 암행어사인 것이 밝혀지는 장면은 다시 생각해도 통쾌하다.
“해린이, 정말 공부 열심히 했구나. 암행어사는 찾아가는 신문고라고 할 수 있겠지. 전국 곳곳을 다니며 백성의 억울함과 어려움을 해결해준 분들이니까.”
선생님의 칭찬에 해린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선생님도 질문 하나 해볼까? 임금님들은 왜 신문고니 암행어사니 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했을까?”
선생님은 중요한 것을 가르칠 때 곧바로 이야기하지 않았다. 늘 질문을 던져 아이들이 생각하게 만들었다.
“백성의 숫자는 많고 임금님은 한 분 이니까 중간에 다리를 놓아야 해서 그런 것 아닐까요?”
곰곰이 생각하던 보민이 자신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맞아, 보민아. 그런데 임금님과 백성 사이에 원래 아무도 없었을까?”
선생님의 심층 질문이 다시 이어졌다.
“중간에 있지요. 영의정 좌의정 이런 분들이요.”
보민이 답했다.
“우리 아버지가 계십니다!”
해린이 손을 번쩍 들고 엉덩이를 들썩이며 큰 소리로 말했다. 그 모양이 하도 우스워서 선생님과 아이들 모두 폭소를 터뜨렸다.
“보민이, 해린이 둘 다 정답이에요.”
한참 웃던 드루실라 선생님이 겨우 진정했다.
“그런데 말이지, 벼슬하면서 임금님을 모시는 이 양반님들이 백성들의 사정을 솔직하게 말씀드리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그거, 간신 아니예요?”
애덕이 조심스레 말했다. 언젠가 간신에 대해서 들은 것 같다.
“그렇지! 애덕이 말대로 백성과 임금님 사이를 나쁘게 만드는 간신들이 있단다. 그런데 그들이 아주 힘이 세져서 임금님을 속이고 무시하면 나라는 어떻게 될까?”
선생님의 질문이 다시 이어졌다.
“음... 임금님이 힘이 약해지면 백성들을 돌보지 못하니 나라꼴이 엉망이 되겠네요.”
보민이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말했다.
“맞아! 그래서 임금님의 권위와 힘이 중요한 거야. 그런데 슬프게도 우리 조선은 순조 임금님 이후로 아까 애덕이가 말한 ‘간신’들의 힘이 자꾸만 커졌단다. 그래서 간신들이 그들의 입맛에 맞는 왕족을 구해다가 허수아비 임금님을 세웠지. 그 세월이 길어지다 보니 백성들의 삶은 매일매일 힘들어지기만 했어. 지금 우리 임금님을 백성 모두가 좋아하는 것은 간신들을 물리치고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하시기 때문이란다.”
[글 최문형 그림 박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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