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조정 신청 10건 중 2건만 성립해… 피신청인 거절하면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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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부터 올해 8월까지 1455건 중 329건만 성립
각하율도 2020년 31.8% → 2023년 8월 38.4% 수준
악성 임대인은 매년 늘어… 8월 기준 374명

이건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0-18 12:22:06

▲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주최로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자 집중 집회' 참가자들이 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보증금 관련 조정 신청은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서 실제 조정이 이뤄진 경우는 10건 중 2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사자가 모두 조정에 응해야 이뤄진다는 점 때문에 실제 조정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민기 위원장(더불어민주당·용인시을)이 한국부동산원·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받은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조정 신청 및 처리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1월부터 올해 8월까지 위원회에 접수된 분쟁조정 신청 1455건 중 조정 성립된 경우는 329건에 불과했다.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는 주택임대차 계약 관계에서 발생하는 각종 분쟁에 대해 소송 대비 저렴한 비용으로 빠르게 심의·조정한다. 정부는 해당 위원회에 대해 ‘주택·상가 임대차 분쟁조정 사업을 통해 임대차와 관련한 분쟁을 신속히 조정해 드린다’며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해당 제도로 조정이 성립한 비율은 2020년 34.1%·2021년 21.5%·2022년 22.5%·2023년 8월 22.4% 수준에 머물렀다.

지역별로는 충북 2건·제주 2건으로 조정이 성립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 서울 14.6%·세종 15.0%·경북 19.2%·경기 남부 19.7%가 뒤를 이었다. 강원(66.7%)·전북(36.4%)·경기 북부(32.7%)는 상대적으로 성립된 비율이 높았다.

오히려 조정 절차가 시작도 되지 못하고 각하되는 비율이 조정 성립률의 2배가량 높았다. 각하율은 2020년 31.8%·2021년 40.5%·2022년 46.1%·2023년 8월 38.4%로 나타났다.

통상 임대인과 임차인 가운데 한쪽이 조정에 응하지 않으면 각하된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상 피신청인이 조정절차에 응하지 않겠다고 통보하면 신청이 각하된다. 각하된 사례의 87.2%가 이에 해당한다.

이에 피신청인이 ‘조정신청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아무런 의사를 통지하지 않은 경우’ 신청을 각하하도록 한 법 조항을 ‘조정 절차에 응하지 않을 의사를 통지한 경우’로 2020년 개정했다. 하지만 각하율은 매년 높아져 법 개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2020년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접수된 조정 신청은 △보증금 또는 주택의 반환 유형(392건) △손해배상(335건) △계약종료·종료(314건)가 가장 많았다.

김 의원은 “임대인과 임차인의 의견이 달라 분쟁이 발생했는데 한쪽이 거부하면 신청이 각하되는 것은 신속한 분쟁 해결이라는 조정위원회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합리적인 조정안을 만들어 분쟁의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조속히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받은 집중관리다주택채무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8월 기준 악성 임대인은 374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악성 임대인은 2020년 83명에 그쳤지만 2021년 157명·2022년 233명으로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건혁 기자 ghle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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