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戰, 협상으로 끝날 것”… 유럽 주요국 승전 다짐은 옛말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국제정치

ECFR보고서, 佛·獨 미온적… 伊·그리스 지원 반대
스웨덴·폴란드만 ‘러 점령지 탈환할 만큼 돕자’ 우세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03 16:20:35

▲지난해 2월9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중앙)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럽연합(EU) 정상들과 벨기에 브뤼셀 본부에 모여 ‘승전’을 다짐했다. EU 주류와 다른 생각을 제시해 온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젤렌스키 바로 뒤에 굳은 표정으로 서 있다. 1년5개월 지난 현재 ‘완승’ 가능성이 희박해진 가운데 ‘협상’으로 끝날 것이라는 시각이 대세로 굳어지고 있음을 보여준 유럽외교협회(ECFR) 보고서가 나왔다. AFP 연합뉴스

유럽 주요국 대다수가 우크라이나전쟁이 ‘협상’으로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조사 보고서가 나왔다. 1년 수개월 전 유럽연합(EU) 정상들이 벨기에 브뤼셀 EU본부에 모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에워싸고 승전을 다짐하던 때와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2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가디언은 유럽 15개국 정기 설문조사 결과를 종합한 외교안보 싱크탱크 유럽외교협회(ECFR) 보고서에서 이런 추세가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종전 방식을 묻는 말에 ‘우크라이나 완승’을 내다본 사람들이 에스토니아에서만 비교적 많았다(38%). 그러나 지속적 군사지원은 우크라이나의 협상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고 대부분 나라 응답자들이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웨덴‧폴란드에선 러시아에 점령된 영토를 모두 되찾을 때까지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반면 이탈리아‧그리스‧불가리에선 영토 완전탈환을 목표로 한 무기 지원 증대에 반대가 두드러졌다. 독일‧프랑스‧네덜란드‧스페인‧스위스 등은 아예 이렇다할 국민적 공감대를 마련하지 못한 모습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경우 ‘영토 완전수복을 위한 지속적 지원’ ‘협상을 통한 종전 압박’ ‘입장 없음’이 각각 3분의1이었다.

5월 전반기에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유럽 15개국 1만9566명에게 물어 집계된 이번 조사에서 우크라이나인들에 대한 직접 설문이 처음 이뤄졌다. 우크라이나인 58%가 승리를 장담했고 30%는 전쟁이 협상을 거쳐 끝날 것으로 전망했으며 러시아 승리를 예상한 응답은 1%에 그쳤다.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해선 우크라이나인 응답자 65%가 상당한 신뢰도를 보였다.

조사 보고서의 공동 참여자 이반 크라스테프는 “여론의 안정성이 주목된다”며 “전쟁은 유동적이지만 대중의 태도가 여러 면에서 동결상태”라고 분석했다. ‘여론의 안정성’이란 우크라이나의 존속과 지원 지속 자체엔 동의하는 경향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 바깥에선 우크라이나의 미래를 훨씬 냉혹하게 바라본 시각도 존재한다.

우크라이나 파병 방안을 향해 지지가 형성된 유럽 국가는 없었다. 전쟁 발발 이후 민생고가 가중된 가운데 EU 주요국 정상들이 모두 지지율 20~30% 하락으로 곤경에 처해 있다. 그나마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지지율 하락이 10% 정도에 그친 것 역시 우크라이나 지원에 가장 소극적인 정부라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파병’을 언급할 만큼 적극적이던 엠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조기총선에서 폭망이 예상돼 암울한 상황이다.

“전쟁 종식의 방식에 대한 유럽인과 우크라이나인 사이 엇갈린 입장의 타협을 이끌어내는 게 서방 지도자들의 핵심 난제임이 이번 조사에서 나타났다”고 보고서의 또 다른 작성자 마크 리오나드가 설명했다. 그는 “양측이 러시아 침공을 물리칠 군사지원 지속 필요성을 인식”하지만 “승리의 구성요건과 실질적 도달점을 둘러싼 심대한 괴리가 있다”며 곤혹스러운 현황을 짚었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