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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옥칼럼] 셀린 디온과 장기표에 보내는 박수갈채
박선옥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8-05 00:02:40
 
▲ 박선옥 논설실장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프랑스 파리의 여름밤, 에펠탑 중간에 마련된 무대의 피아노 위에서  빗방울이 조명에 반짝였다. 피아니스트의 열정적 반주와 함께 세계의 디바 셀린 디온이 ‘사랑의 찬가’를 열창했고, 그녀의 머리 위엔 어두운 에펠탑을 배경으로 올림픽의 상징인 오륜이 밝게 빛났다.
 
오랜만에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셀린 디온이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파리올림픽 개막식에서 축가를 부르는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적인 전율을 선사했다. 유튜브 동영상에는 “병마와 싸우는 셀린 디온이 온 인류에게 바치는 위로의 헌가” “파리올림픽은 셀린 디온이 다했다”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휘트니 휴스턴·머라이어 캐리와 함께 ‘세계 3대 디바’로 불리는 디온은 최근 자신이 투병 중임을 공식적으로 발표해 팬들을 놀라움과 슬픔에 빠지게 했다. 100만 명 중 한 명 정도 걸린다는 희귀 질환인 ‘강직인간증후군(SPS)’으로 지난 17년간 투병 생활을 해 왔다는 고백이었다. 진행성의 근육 강직과 반복적인 근경련을 특징으로 하는 이 질환은 심한 경우 거동이 불가능해진다는 불치병으로 알려졌다. 목 근육을 쓰는 가수로서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올해 6월 개봉된 미국 다큐멘터리 영화 ‘아이 엠: 셀린 디온(I Am: Celine Dion)’ 에서는 디온의 가수 인생, 그리고 SPS와 싸우는 모습이 소개되는데 하필 이때 또다시 근육 경련과 발작이 시작됐다. 그리고 다큐멘터리는 디온의 동의하에 몸이 뒤틀리는 고통 속에 괴로워하는 그녀의 모습을 그대로 담았다. 디온이 파리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노래 ‘사랑의 찬가’를 부르는 모습은 그래서 더 감동적이었다.
 
셀린 디온의 모습과 오버랩 되면서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바로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이다. ‘장기표’라는 이름은 우리 현대 역사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그는 1960년대 학생운동으로 시작해 1980년대 민주화운동에 앞장서면서 지금까지 평생 시민운동가로서의 삶을 이어 왔다. 하지만 제도권 정치에 발을 들여놓지 않아 ‘영원한 재야’라는 별명을 달고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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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장 원장이 지난달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암 발병 사실을 알렸다. “담낭암 말기에 암이 다른 장기에까지 전이되어 치료가 어렵다는 판정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자연의 이법에 따른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면서도 “요즘 대한민국이 돌아가는 꼴을 보노라면 이런 나라 만들려고 그토록 열심히 노력해 왔나 싶어 자괴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며 한탄했다.
 
진영 논리와 이해관계에 따라 정당을 따라다니는 여느 정치인과 달리 장 원장은 ‘국민의 행복’을 위한다는 꿈을 지향점으로 삼아 고집스럽게 달려 왔다. 조국 사건과 문재인 정권의 부도덕함을 질타하며 문 정권을 종식시켜야 한다고 외친 이가 바로 장기표다.
 
정치로써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 꿈이라는 장 원장이 최근까지 매달려 온 꿈은 바로 ‘국회의원 특권 폐지’ 운동을 실현하는 것이었다. 지난해 4월 출범한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의 상임대표를 맡은 그는 “공직자는 국민의 ‘공복’, 즉 심부름꾼인데 이 공복이 국민의 상전이 되어 엄청난 특혜를 누리며 국민 위에 군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장 원장은 다양한 활동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우리나라 국회의원이 누리는 특권이 186가지나 된다고 폭로했다. 특히 연봉과 각종 수당을 비롯한 특권이 가장 시급히 조정되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국회의원들에게 국민이 내는 혈세가 4년 재임기간을 합치면 무려 1조 원이 된다. 그렇다면 의원들이 과연 국민을 위해 그만큼 일을 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는 걸 자타가 공인할 것이다.
 
그래서 장 원장이 주장하는 바는 국회의원 월급을 도시근로자 평균임금 수준으로 줄이자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명예·권력을 추구하는 대신에 진심으로 국민에 봉사하려는 사람들이 국회에서 일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꿈이 이뤄질 때까지 ‘늙지도 죽지도’ 않아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제 그는 “(그동안)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기대에 부응하기는커녕 갑자기 죽음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전하게 되어 정말 죄송하다”고 말하고 있다.
 
셀린 디온이 근육 경련의 위험을 무릅쓰고 최선을 다해 에펠탑에서 노래를 마쳤을 때 이를 지켜보고 있던 파리 시민은 열렬한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장기표는 우리 사회의 후진적이고 부조리한 단면 중 하나가 국회의원 특권이라는 걸 국민에게 알리고 특권폐지 운동에 최선을 다했다. 이제부터 국민이 뜻을 합쳐 그가 쏘아 올린 ‘특권 폐지’라는 공을 힘껏 받아쳐 골인시키는 것이 ‘영원한 재야 장기표’에게 박수갈채를 보내는 일이 될 것이다. 아무쪼록 장 원장의 기적적인 쾌유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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