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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英 폭력 사태 부른 ‘가짜 뉴스’ 남 일 아니다
어린이 피살 사건 ‘범인은 무슬림’ 가짜 뉴스 확산
‘사실’보다 ‘믿고 싶은 거짓’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세태
박 대통령 탄핵·광우병 사태 1등 공신도 가짜 뉴스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8-09 00:02:01
영국에서 폭력 시위가 일주일 이상 이어지면서 극렬한 시위를 촉발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짜 뉴스’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리버풀 인근 지역에서 발생한 어린이 피살 사건의 범인이 ‘무슬림 망명 신청자’라는 가짜 뉴스가 확산되면서 전국적으로 무슬림을 겨냥한 폭력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폭력 시위의 발단은 ‘피살 사건’이 아닌 사건 이후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된 ‘가짜 뉴스’였다. 경찰에 체포된 피의자가 ‘무슬림 망명 신청자’ ‘시리아에서 온 불법체류자’라고 주장하는 가짜 뉴스가 영국 사회에 잠재해 있던 반(反) 이슬람·반 이민 정서에 불을 지핀 것이다.
 
실제로 피의자는 웨일즈 태생의 17세 영국인으로 드러났다. 이름은 액설 루다쿠바나. 종교는 밝혀지지 않았다. 영국 법원이 ‘미성년 피의자의 이름을 비공개한다’는 원칙을 이례적으로 깨고 신원을 공개한 것은 가짜 뉴스가 조장한 이슬람·이민자를 겨냥한 혐오 시위를 잠재우려는 의도에서였다.
 
하지만 한번 불붙은 혐오 시위는 사그라질 줄 몰랐다. 가짜 뉴스의 위험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는 걸 보여 준다. 가짜 뉴스에 휘둘리는 사람들은 ‘사실’보다는 ‘믿고 싶은 거짓’을 ‘진실’이라고 받아들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는 사태를 촉발하고 증폭시킨 원인으로 소셜미디어(SNS)와 가짜 뉴스를 지목하면서 이에 엄중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왕립기소청(CPS)은 지금까지 최소 100명이 기소됐다고 밝혔다.
 
그런데 영국에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게 된 경위를 보면 뭔가 기시감이 느껴지지 않는가. 우리 사회에서도 가짜 뉴스가 득세하면서 정상적인 시대적 흐름을 바꾸거나 지체시킨 사건들이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있었고 이로 인해 치러야 했던 반대급부도 컸다.
 
심지어는 언론이 가짜 뉴스를 유포하기도 했다. 세월호 사고에서 비롯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탄핵에 이르기까지에는 일부 언론들의 악의적이고 선정적인 가짜 뉴스가 한몫을 했다. 지난해 12월 연합뉴스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최서원 씨에게 서울고등법원이 “연합뉴스가 2000만 원을 지급하고, 정정 보도를 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은 언론의 가짜 뉴스 사상 중대한 사례로 꼽힌다. ‘박근혜 탄핵 1등공신은 가짜 뉴스’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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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관련 가짜 뉴스는 또 어땠는가. 광우병 사태 당시 “소를 이용해 만드는 화장품·생리대·기저귀 등 600가지 제품을 사용해도 광우병에 전염된다” “광우병 쇠고기를 다룬 칼과 도마에 의해 수돗물까지도 오염된다” 등의 괴담이 확산되면서 2008년 5월부터 약 100일 동안 전국적으로 시위가 이어졌다. 하지만 실제로 이 주장들은 과학적 근거도 전혀 없고 감염사례도 없는 괴담임이 밝혀졌다. 2011년 9월 대법원은 “대한민국 국민이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더 크다는 보도”는 명백한 허위 보도라면서 사태를 촉발시킨 MBC PD수첩에 정정 보도를 내보내라고 판결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관련한 ‘윤석열 커피’ 가짜 뉴스도 있다. 이는 야권이 기획하고 만든 가짜 뉴스라는 진술과 정황이 드러났다. 이 밖에도 아님 말고 식의 가짜 뉴스가 우리 사회를 혼란에 빠뜨린 사례로 천안함·사드·오염수 괴담 등이 거론된다. 우리 사회에서 특히 가짜 뉴스가 판치는 것은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이 득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아님 말고’식 가짜 뉴스를 생산·확산한 주체들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묻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다.
 
정치적 양극화와 진영 논리에 매몰된 한국 사회는 유독 가짜 뉴스에 취약하다. 영국 정부처럼 가짜 뉴스의 출처를 발본색원하고 또 이를 퍼나르는 무책임한 언론과 소셜미디어 등에도 엄격히 잣대를 들이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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