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 정산 늦춘 ‘마켓컬리’… 자금난 커지나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E fact > 유통·물류·광고

기존보다 최대 20일 주기 연장… ‘자금융통 위한 편법’ 분석 많아
매달 평균 2000억 원 이상 거래… 적어도 수백억 돌려막기 가능

김나윤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8-13 13:24:12

마켓컬리가 정산대금 주기를 최대 20일 늦췄다. 일각에서는 티몬·위메프 사태와 비슷하게 자금난을 겪기 때문에 자금 융통을 위해 정산대금 주기를 늦춘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납품업체들은 정산대금을 늦게 지급받아 현금흐름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1월에 기존 익월 대금 정산 기한에 대해 차등적으로 늦추는 방안을 전 공급사를 대상으로 공지했다.

기존에는 매월 1일~말일까지 입고(매입)되는 상품에 대해 다음달 말일에 대금을 지급했는데, 최근에도 1~10일 납품건에 한해선 납품일 기준으로 기존과 동일하게 대금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11~20일 납품된 상품들은 두 달 뒤 10일까지, 21일부터 말일 납품 건은 두 달 뒤 20일까지 정산을 늦추는 식이다. 월말에 상품을 납품하는 공급사들은 기존보다 최대 20일 늦게 대금을 지급받게 된다.

일각에서는 티몬·위메프 사태와 비슷하게 자금난을 겪기 때문에 자금 융통을 위해 정산대금 주기를 늦춘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티몬·위메프 사태의 원인으로 △판매대금에 대한 긴 정산주기 △판매대금 운용방법에 대한 규제 공백 △전자금융업자의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할 수 있도록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미비했다는 점이다.

특히 티몬과 위메프 사태는 긴 판매대금 정산 주기를 이용해 납품 업체의 판매대금을 돌려막기 하거나 글로벌 쇼핑 플랫폼 인수대금으로 사용했다.

컬리도 정산대금 주기를 늦춰 자금 융통에 나섰다는 시각이다. 지난해 컬리가 매달 평균 거래액 2000억 원 이상을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컬리는 정산대금 주기를 늦춰 수백억 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한 셈이다.

여기에 컬리는 작년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통해 자금을 유치하며 급한 불을 껐지만 지속적인 현금 유출로 안정적인 자금 조달이 절실하다. 대금 결제 기한을 늦춰 현금을 확보하면서 지표 상 ‘세전·이자지급전이익(EBITDA) 흑자’라는 실적을 내기에도 유리하게 됐다.

반면 납품업체는 정산 지연으로 인한 인건비 지급이나 원재료 매입 등 사전지출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를 충당하기 위한 대출이 불가피하고 그에 따른 이자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납품업자 A씨는 “소규모 납품업자들은 판매대금 정산이 늦어지면 원자재를 구매할 때 자금이 없어 늘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