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대형마트 ‘유통산업발전법’ 재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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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윤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9-12 00:02:30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유통산업발전법 때문에 대형마트가 10년 넘게 출점 제한과 영업시간 규제를 받고 있다. 그 사이 소비 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유통산업발전법 규제에서 자유로운 이커머스 기업들이 덩치를 키워 왔다. 이에 e커머스의 공습으로 유통시장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대형마트가 출점 제한과 영업시간 규제에 묶여 있는 사이 프랜차이즈 식자재마트가 지역 골목상권의 맹주로 급부상하면서 ‘빅3’ 식자재마트의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3대 식자재마트 업체인 식자재왕도매마트·세계로마트·장보고식자재마트의 매출 합계는 2014년 3251억 원에서 지난해 1조680억 원으로 3.2배 급증했다. 국내 대형마트 3사(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매출은 같은 기간 26조996억 원에서 27조8078억 원으로 6.5% 증가하는 데 그쳤다.

대형마트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 목적으로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2012년부터 월 2회 의무휴업을 하고 있다. 또 전국 대부분의 대형마트는 의무휴업일을 둘째·넷째주 일요일로 지정하고 있다.

문제는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유통산업발전법이 실효성이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국내 전통시장은 2013년 1500여 곳에서 지난해 1300여 곳으로 200곳가량 줄어들었다. 또한 유통업계와 한국체인스토어협회 등에 따르면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주요 대형마트 3사의 총 점포 수는 2019년 423개로 정점을 찍은 뒤 5년 연속 감소해 올해 9월 기준 393개로 줄며 업황 악화세를 나타내고 있다.

일선에서는 규제가 도입 취지와 달리 실효성과 형평성 논란만 키워 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한국경제인연합회의 2021년 조사 결과를 보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전통시장(8.3%)보다 슈퍼마켓·편의점(48.9%) 이용 비율이 약 6배로 많았다. 2018년 한국중소기업학회 조사에선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주변 점포 소비액이 8~15% 줄고, 온라인쇼핑 이용액이 7~37% 증가한다는 결과도 나왔다. 지난해 업태별 매출 비중의 경우 온라인은 50.5%에 달했지만, 대형마트는 백화점(17.4%)과 편의점(16.7%)보다도 낮은 12.7%를 기록했다.

특히 유통산업발전법이 적용되지 않는 온라인 유통업체는 대형마트의 몸집이 줄어드는 동안 급성장했다. 한 대형 카드사가 서울에 거주하는 카드 소지자를 대상으로 2019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5년간의 카드 지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6월 쿠팡·마켓컬리 등 무점포 온라인 마트 대상의 지출이 코로나19 이전 시기보다 63.7% 급증했다. 같은 기간 오프라인 지출은 21.9% 오르는 데 불과했다. 오프라인 지출의 경우 주중보다 주말에 쏠린 반면 온라인 지출은 주말에 감소세를 드러낸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업계에서도 국내외 e커머스의 부상과 유통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유통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4년 유통 채널에서 대형마트와 온라인 마켓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7.8%·28.4%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2024년 4월 기준 대형마트는 13.35%로 절반 이상 줄어든 반면 온라인 마켓의 비중은 49.8%로 늘었다.

유통법 제정의 취지였던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라는 명분은 이미 그 빛이 바랬다. 대형마트와 온라인 플랫폼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는 유통산업발전법의 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22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송재봉 의원 대표 발의)은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지정할 수 없게 하는 내용의 더 강력한 규제 법안을 발의했다. 22대 국회는 유통산업발전법으로 대형마트 규제만 강화하려 하지 말고 오프라인과 온라인 유통업체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하길 바란다.

김나윤 기자 ny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