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8º
습도 65%
수원 7º
습도 70%
여수 9º
습도 55%
 요원들은 뉴저지 우드브리지에서...'))
1978년 5월20일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은 뉴저지주 우드브리지에서 유엔 주재 소련 대사관 직원으로 위장한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 3명을 간첩 혐의로 체포했다.
이들은 에드(Ed)라고 불리는 미 해군 중령이 데드 드롭(Dead Drop·약정된 기밀 장소에 매설)한 비밀문건을 챙겨 이동하려는 순간 검거됐다. 이른바 당시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의 승인까지 받은 ‘레몬에이드 공작(Operation Lemon Aid)’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FBI는 소련의 악의적인 대미 침투 공작을 차단하기 위해 해군수사대(NIS)와 협력해 ‘레몬에이드 작전’이라는 유인 공작(일종의 함정수사)을 실행했다. FBI는 소련이 뉴욕에 소재한 유엔을 전진기지로 삼아 뉴욕과 뉴저지에서 미 해군 작전을 감시하는 등의 스파이 활동을 일삼고, 특히 소련 민간회사가 운영하는 크루즈선을 활용하여 스파이 공작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FBI는 유인공작을 실행할 요원을 물색하던 중 NIS의 도움을 받아 해군 중령 아서 린드버그(Arthur E, Lindberg·당시 42세)를 적임자로 발굴했다. 린드버그가 이중스파이 역할에 동의하면서 이른바 ‘레몬에이드 작전’이 탄생했다. FBI는 그가 전역이 임박한 상태에서 심각한 재정난에 직면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처럼 연출했다. 이어 은퇴 후 안정적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군사정보를 팔아넘길 수 있는 상황으로 가장했다. 돈 때문에 나라를 배신할 현실적인 인물로 포장한 것이다.
레몬에이드 작전은 2008년 3월26일 기밀 해제된 CIA의 공작보고서(Case Study: Operation Lemon Aid·1979.10.25.)에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1977년 8월13일 린드버그는 휴가를 떠나는 여행객으로 가장하여 뉴욕에서 버뮤다를 왕복하는 소련 선박사 소유의 크루즈선인 카자흐스탄에 탑승했다. 이 배에는 KGB 요원들이 승무원 등으로 가장해 포섭 대상자를 물색하고 있었다. 그는 항해 중 여행하는 군 장교와 같은 인상을 의도적으로 풍겼다.
그는 1주일 간의 여행을 마치고 8월20일 하선하면서 승무원에게 소련 대사에게 전달해 달라며 편지를 건넸다. 편지는 즉각 유엔 주재 소련대사관의 KGB지부로 전달되었다. 그는 편지에서 자신을 에드(Ed)라고 칭하고 뉴욕 기지에 근무하고 있는 고위급 해군 장교인데 6년 후에 전역한다고 소개했다. 더 나아가 은퇴 자금을 충분히 주면 군사정보를 넘기겠다며 관심 있으면 연락하라며 번호를 남겼다. 미끼를 던진 것이다.
1977년 8월30일 소련 KGB 요원은 뉴저지 소재 공중전화를 통해 에드에게 첫 연락을 했다. 그는 자신을 짐(Jim)이라고 소개했다. 소련이 미끼를 문 것이다. 그해 9월7일 두 번째 연락을 받았다. 1977년 9월24일 짐이라는 KGB 요원은 에드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종류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지, 그리고 가격은 얼마인지 타진했다. 이후 재차 접선하여 원하는 정보 목록과 전달 방법(데드 드롭)을 알려 주었다.
당시 소련은 미국의 핵잠수함에 대한 정보에 관심이 많았다. 그해 10월22일 에드는 비밀 통신을 통해 핵잠수함에 대한 군사기밀을 제공하며 환심을 샀다. 그 대가로 1000달러를 받았다. 당시 소련 요원은 에드에게 “ 안녕하세요, 에드. 이 편지를 매우 주의 깊게 읽어 주세요 (…)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먼저 귀하의 자료를 잘 받았습니다. 귀하에게 첫 번째 돈을 지불합니다”고 전했다.
이후 에드는 기밀이 해제된 미 해군에 관한 군사정보와 실제 정보를 섞어 극비 문건인 양 하나씩 하나씩 제공하고 접선을 이어 갔다. FBI는 정보를 찾아 가는 소련 요원들을 추적할 수 있었다. 총 3명이었는데 한 명은 유엔 주재 소련대사관의 인사 담당자로 위장한 KGB 요원인 루돌프 체르냐예프(코드명 오스카 필)과 KGB 요원 발디크 엥거·거점책인 블라디미르 지냐킨이었다.
1978년 3월12일까지 FBI는 체포 영장을 발부받기 충분한 증거를 서면·영상·사진으로 확보했다. 그리고 드디어 1978년 5월20일 체포 작전에 나섰다. 뉴저지주 우드브리지 근처 데드드롭 주변에 FBI 요원들을 잠복시켰다. FBI는 에드에게 실제 기밀 자료가 들어 있는 문서와 사진 등 5개를 주어 소련 측에 전달하도록 했다.
에드의 승용차 트렁크 안에는 FBI 요원 2명이 숨어 있었다. 에드는 데드 드롭 장소에 접근해 차를 멈추고 소련이 제공한 ‘Ann Page Bartlett Pears’라는 라벨이 붙은 통을 집어 들었다. 그는 통 안의 내용물(공작비 3000달러와 지령문)을 꺼내고 재빨리 기밀문서를 집어넣은 후 떨어뜨리고 차를 몰고 떠났다. FBI는 이를 회수하려는 소련 KGB 요원 2명(엥거와 체르냐예프)을 현장에서 체포했고 곧이어 근처에서 대기하던 거점장 블라디미르 지냐킨을 체포했다.
소련은 에드에게 수차례 걸쳐 총 2만 달러를 제공했다. KGB 요원 두 명은 간첩 혐의로 50년 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미국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최초의 소련 스파이였다. 외교 면책권을 가지고 있던 지냐킨은 소련으로 추방되었다.
레몬에이드 작전은 미국 FBI가 소련의 KGB를 속여 소련이 미국 요원으로부터 정보를 얻기 위해 어떻게 활동하는지 그 메커니즘을 파악하는 데 성공했다. 소련은 함정에 빠졌고 이를 통해 미국은 소련이 첩보 활동 전략과 수집된 정보가 다양한 정보기관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미·소 첩보전에서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이 작전에서 중요한 점은 미국의 정보수사기관들이 추적 및 법 집행 과정에서 협업하는 모델과 전통을 구축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KGB 요원이 미국의 군사작전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취한 모든 단계를 모니터링했다. 그들은 돈과 기밀 전달 방법으로 담배꽂이·오렌지주스 상자·자석 열쇠 고리·고무 호스·소다 캔 및 기타 일상 용품을 사용한다는 점도 파악했다.
1979년 4월27일 복역 중이던 두 명의 KGB 요원들은 미·소 합의에 의해 소련 반체제 인사 5명과 교환되어 소련으로 귀국했다. 린드버그는 1979년 5월7일 그의 영웅적 행동으로 미군 ‘공로훈장’(Legion of Merit)를 수여받았다. 2022년 린드버그는 ‘믿기 어려운 스파이(부제 : 레몬에이드 작전과 소련 첩자 체포의 진실)’란 책자를 출간했다. 린드버그는 후에 말했다. “스파이란 직업은 매우 외로운 직업입니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1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연재기획 ‘반대세의 비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