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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기도지사는 13일, 앞서 한 차례 연기하면서까지 무슨 작전을 펴듯 날짜와 장소를 사전에 알리지 않은 채 출입기자들을 갈라치기하며 수원시내 모 식당으로 기자회견장을 옮겨 신년기자회견을 가졌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이쁘게 봐줄 수 있다. 도청 기자회견장이나 도담소가 많은 언론인들이 모일 경우 뜻하지 않은 질문 공세를 받기라도 하는 날에는 회견 취지가 흐려질 수 있다고 봤는가보다 해서다.
그런데 김 지사의 ‘비밀 작전’ 치고는 별로 흥행을 타기 어려운 데다 무슨 시사프로그램의 패널이 얘기하는 것같은 회견문을 읽는 수준이었으니 자칫 ‘정치인’ 흉내내는 영원한 ‘참모형 공직자’ 출신답다는 소리 안나올지 모르겠다. 그는 회견문 서두에 “희망찬 새해여야 하지만, 우리는 어느 해보다 힘들고 우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정치는 국민을 실망시키고, 경제는 백척간두에 서 있다.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둘로 쪼개져 싸우고 있다… ”고 했다. 무슨 시사프로그램에 논평하듯 말이다. 게다가 경기도 질문은 자르고 중앙 정치 이슈만 짜고치듯 문답이 이어졌다면 경기도지사이길 포기한 건 아닐까.
이재명 방탄과 거야의 탄핵남발에 이은 윤통의 계엄포고에 따른 대통령 탄핵으로 진영에 따라인식이 상반됨은 당연하다. ‘내란에 따른 국가 사회 혼란’을 겪고 있거나 혹은 정반대로 ‘2030세대를 포함한 국민의 진정한 계몽으로 비로소 대한민국을 바로잡을 절호의 기회’라는 인식을 하는 쪽이든, 중차대한 현실을 맞고 있는 것은 굳이 그가 말하지 않아도, 중학생정도만 해도 다 아는 하나마다한 소리로 괜한 관심을 얻으려고 하는 것같아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흡사 무슨 작계따라 펼친 ‘작전’ 치고는 너무 싱겁다.
눈에 띄는 대목도 있다. 탄핵중인 윤석열은 빨리 단죄해야 하고 트럼프 취임에 맞춰 경제 대사로 자천하고 나선 모양세인데, 조기대선시에 대비해 트럼프 눈도장이라도 찍고싶은 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은 아닐까 싶다. 가령 탄핵당한 쪽은 강도만 잡던 사람이라 그렇고, 탄핵을 한 쪽은 온갖 잡범이라 그러하니 유학파 출신의 내가 적임자요 하는 식으로 말이다. 출입 기자들 설렁탕 한 그릇 대접하면서 자신의 속마음을 너무 드러낸 건 아닐까. 지방 기자들을 너무 우습게 보는 게 아니길 바란다.
현장에 참석한 한 기자는 이런 그를 두고 ‘대권병’ 내지는 ‘정신병자’ 수준에 가까워보였다고 말한다. 무엇보다도 그의 연설에서는 도무지 큰 감흥을 느껴볼 수가 없다. 기자가 얼마전 그의 휴머노믹스 경제전환을 보며 ‘야 이건 천재적 발상이다’라고 극찬을 했던 적도 있었지만 이 역시 국민적 감동이 없으면 울리는 꽹가리에 다름 아니다. 너무 요란하기 보다는 조용히 국민적 감동을 얻어가는 편이 나을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적어도 행정가에서 정치인으로 변신을 꾀했다면, 진인사 대천명하며 때를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허구한 날 도정보다는 대권행보에서 도지사 하는 맛을 느끼고 있다면 정말 문제다. 임기 전반기를 돌 때까지 전임자들에 비해 과도하리만큼 많은 정무직, 임기제 공무원 등 어공들을 도청에 낙하산처럼 내려 꽂더니 한물 간 무슨 친노 친문 하는 인맥들 불러 대통령실 비선 조직을 흉내내기라도 하듯 수도 없이 무슨무슨 수석 아니면 각종 비서관·협력관 등으로 에워싸고 있는 것이 아닌가. 대통령 놀이한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참모들이 문제인지 지사에 문제가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들 중에 정말 도정에 보탬이 되는 위인설관이 과연 얼마나 될까? 생계형이라고 없으리란 보장도 없다. 이쯤되면 전임자 이재명 전 지사도 혀를 내두를 법하다.
‘영(零)선’ 출신 정치인 김 지사가 본디 행정가 출신이기에 나무랄 바는 아니다. 하지만 그런 그가 누리는 대권급 조직 구조가 도정을 그만큼 잘 굴러가게 한다는 보장이라도 있는가. 그러잖아도 경기도의회 야당격인 국민의힘쪽에서는 민생을 돌보고 해결하려는 의지는 전혀 없는, 오직 ‘가짜 성과’ 자랑하기에만 급급하다며 김 지사에 대해 기회 있을때마다 비판을 해온 것을 우리는 잘 안다.
김동연 표 ‘기회’는 전임자의 ‘기본’을 슬쩍 바꿔치기한 것이라는 지적으로부터 누가 들어도 황당한 맹탕 공약에 도민들의 심기만 불편해졌다고 아우성이었던 것도 우리는 잘 안다. 경기북도 분도문제와 경기남부공항건설 문제 등 난제들은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는 모양새란 지적이 이제 그의 임기 2년여밖에 안 지났는데 나온다. 약속을 지키는게 정치인의 첫번째 도리다. 지하 기자실 이전 약속은 기자실을 금테 두를 것같았지만 이미 물건너갔다.
새해 도정 계획을 듣고 싶은 도민들을 우습게 본 것인지 생뚱맞게도 ‘대한민국 비상 경영 3대 조치’라는 그럴듯한 의제를 던지며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심사였는지는 모르겠다. 탄핵으로 조기대선이 유력해보인 때문일까, 아니면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더 빨라지는 날에는 야권의 ‘플랜B’를 향한 행보차원에서 한 것인지, 아니면 대대행을 하고 있는 과거 자신과 같은 급(부총리) 최상목 권한대행이 부러웠던지 국가경영이라고 하는 화두를 벽두에 던지고 나선 것같아보였으나 왠지 좀 생뚱맞아 보인다. 기자만 그같이 본 걸까? 차라리 탄핵 이후 국정논의의 장인 여야정 국정협의체에 ‘나좀 끼워달라’고 사정하시면 어땠을까. 그도 아니면, 도백 자리 깨끗이 내려놓고 중앙정치 무대로 뛰어들던가.
여러 기자들이 회견장을 나오며 하는 소리가 전언이 돼 환청처럼 들린다. “에잇! 다시는 이런 기자회견 안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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