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검은 월요일… 나스닥 3년 만에 4%대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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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4조 달러 증발·변동성 확대 우려… ‘경기침체 가능성’ 배제 안해

임진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3-11 10:39:55

미국 주식 시장 시가총액이 2월 고점에서 4조 달러(약 5832조 원) 증발했다. 특히 기술주 중심인 나스닥 지수는 2023년 9월 이후 3년 만에 4%대 하락을 기록했고 친트럼프 행보를 보인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는 15.4% 폭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부터 중국을 비롯해 캐나다․멕시코와 관세 갈등이 커지면서 물가 인상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연방정부 축소 등의 정책으로 고물가와 경기침체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미국 경제의 적신호라고 예단하기 어렵지만 미국 증시가 검은 월요일을 맞이하자 한국 증시 코스피 지수도 12% 넘게 하락한 채 출발했다.

미국 나스닥 종합지수가 10일 월요일(현지시간) 4.00% 급락했다. 작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1만8000선이 무너졌다. 이날 낙폭은 2022년 9월 이후 2년6개월 만에 최대 수치다. 나스닥 지수는 작년 12월 사상 최고치 대비 10% 이상 폭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도 올해 들어 최대 낙폭인 2.70% 급락했다. 이에 따라 S&P 500 지수는 2월19일 사상 최고치 대비 8.6% 폭락했다. 지수 종목 편출입까지 반영하면 10% 가까운 낙폭이다. 이 기간 지수 편입 종목들의 시가총액은 4조 달러 규모로 날아갔다.

미국 증권가 일각에선 변동성 확대로 인한 지수 폭락에 대한 걱정이 있었던 터였다. 작년 중반부터 증시 약세를 전망해온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윌슨은 관세 부과와 재정 지출 축소로 인해 기업 실적이 감소하면서 올해 상반기 S&P 500 지수가 5500선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전날 S&P 500 지수는 5614선에서 마감했다.

그는 이날 메모에서 연말경 S&P 500 지수가 6500선으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시장이 경제 성장 위험을 계속 고민하는 만큼 그 경로에 변동성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만일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진다면 S&P 500 지수가 20%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보면서 “우리는 거기에 있지 않지만 상황이 빠르게 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JP모건과 RBC 캐피털 마켓 등 월가 은행의 시장 전문가들도 트럼프 관세정책으로 경제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올해 강세 전망을 완화했다.

이날 주식 시장 폭락은 경기 침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촉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방송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경기 침체를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에 대해 예상하는 것을 싫어한다"며 "(이런 일에는) 과도기(transition)가 있다. 우리가 하는 것은 부(富)를 미국으로 다시 가져오는 큰일이며 이것(성과를 만드는 것)은 시간이 조금 걸린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선을 확대하고 상대국들의 보복 조치가 잇따르는 가운데 소비와 기업 투자에 불확실성이 짙게 드리우면서 올해 미국 경기가 침체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서 커지고 있던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기자회견에서 '주식 시장의 반응 때문에 관세를 유예했느냐'는 물음에는 "난 시장을 보지도 않는다. 장기적으로 보면 지금 벌어지는 일들 덕분에 미국은 매우 강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전쟁 격화 우려를 낳는 관세 정책을 펼치면서 주식시장 등이 흔들리고 있지만 이를 "약간의 혼란"으로 치부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부분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관세 부과가 목표치(2%)를 향한 둔화 흐름을 멈춘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덮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노무라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포트폴리오 책임자 매트 로우는 관세 부과에 대해 "미국 예외주의를 믿는 욕구가 매우 강하다"며 "그러나 현실은 우리가 모든 것을 스스로 하려 한다면 모든 것이 훨씬 더 비싸질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주식시장이 폭락했을 때처럼 행정부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개입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주가 폭락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연준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와 감세 등 정책의 세부 내용과 이행 시기 및 강도 등이 드러날 때까지 "정책 조정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지키고 있다.

웰스 인핸스먼트의 선임 투자전략가 아야코 요시오카는 로이터 통신에 "우리는 커다란 투자심리 변화를 분명히 목도했다"며 "과거에는 효과가 있었던 많은 것들이 이제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임진영 기자 jy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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