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 대학살 사건은 1994년 일어난 후투족과 투치족 간의 종족분쟁으로 불과 100일 동안 무려 100만 명 가까운 사람, 국민의 7분의 1이 희생된 세계 역사상 가장 끔찍한 집단학살 사건 중 하나다.
벨기에 식민지 시절을 겪으면서 증폭된 후투족과 투치족 두 부족 간의 차별과 불평등이 근본 원인이었는데, 해방 이후 정치적 갈등이 고조되고 급기야 대통령과 총리가 잇따라 암살되면서 극단적인 내전으로 치달았다.
다수 세력이지만 억눌렸던 후투족은 지배세력이던 투치족와 온건파 후투족을 대상으로 무자비한 살육전을 벌였다. 군과 민병대가 학살에 동원됐고 민간인들도 칼과 창, 마체테(벌채용 칼)를 들고 광란에 가담했다. 이들 중 많은 사람이 한 손에는 무기를 들었고, 다른 손에는 라디오를 들었다고 한다. RTLM(라디오 텔레비지옹 리브르 데 밀 콜린 Radio Télévision Libre des Mille Collines)라는 방송을 듣기 위해서였다.
“투치족은 바퀴벌레다! 죽여야한다” “무덤이 다 차지 않았다. 더 채워야하지 않겠나?”
RTLM은 반 투치족 증오발언을 적극적으로 퍼뜨리며 학살을 조장했다. 사람을 벌레라고 부르면서 죄의식을 무력화시키고, 일반 시민들을 자극해 동참하도록 부추겼다. “키 큰 나무를 찍어 넘어뜨려라”(투치족이 신장이 큼)라며 암호를 사용하기도 했다.
특정인의 이름과 위치를 실시간 방송으로 공개하기도 했는데, 예를 들어 투치족 언론인의 위치를 방송으로 알려 살해를 유도했다. 또 당시 온건파 후투족인 여성 총리에게 죽음을 선고하듯 방송했고, 결국 총리도 살해됐다.
또 “검문소를 설치해 신분증을 검사하라”는 실행 방안을 직접 제시했고, 그 결과 실시된 검문에서 투치로 확인되면 즉결 처형이 이뤄지기도 했다.
학살을 정당화하기 위해 허위정보도 퍼뜨렸다. “투치족이 학살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등의 거짓 정보를 퍼뜨려 후투족의 선제 공격을 유도했다. 또 “투치 여성들이 미인계로 후투 남성들을 조종한다”고 자극해 투치 여성들에 대한 성폭력을 조장하기도 했다. “투치 여성들은 교만하다. 정복해 가르쳐야한다” “에이즈에 감염된 후투족 남성은 투치족 여성과 성관계를 맺어라”는 내용을 방송하기도 했다. 수만 명이 강간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살해된 유명 정치인이 어떻게 강에 던져졌는지를 묘사하며 조롱하기도 했다. 또 “유엔평화유지군은 아무런 힘이 없다” “서방 국가는 우리를 내버려뒀다”라며 공포에 떠는 피해자들에게 절망감을 안겨줬다.
르완다 학살이 끝난 직후 이 방송사는 즉시 폐쇄됐다. 방송사의 경영진과 언론인들은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집단학살 선동죄’ 등으로 기소돼 종신형과 3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RTLM은 미디어가 학살까지 조장하는 극악한 흉기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방송사는 대학살 직전인 1993년에 개국했다. 소유구조상 민영방송이지만 사실상 후투족 정부의 지원을 받아 탄생했는데, 기존 방송들과는 달리 전통을 무시하고 자극적인 언어를 사용하며 청취자와 직접소통을 통해 영향력을 급속하게 키웠다고 한다. 편파는 말할 것도 없었고, 무엇보다 특정 세력에 대한 증오를 쏟아내 청취자들을 쉽게 자극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금 대한민국은 계엄사태 이전부터 증폭된 좌우 갈등으로 심리적 내전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와중에 우리나라 언론은 어떤가? 충실한 전달자와 양심적인 비판자의 역할을 떠나 직접 플레이어가 돼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고 세력화하려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중에 우리 MBC는 어떤가? 노골적으로 민주당을 편드는 편파방송은 더 이상 언급할 필요도 없다. ‘MBC는 민주당 방송’이라는 공식이 굳어져 돌이킬 수 없을 지경이다. 그뿐인가. 이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절반의 국민을 ‘극우’ ‘내란세력’으로 부르며 척결해야할 적으로 돌리고 있다. "탄핵이 인용되면 극우세력의 폭력사태가 벌어질 것을 경찰이 대비하고 있다"라며 잠재적 폭도로 묘사하기도 한다(기각될 경우 좌파의 난동 가능성은 상상도 하기 싫은지 언급하지도 않는다).
지금 MBC가 보이는 행태는 편파를 넘어 증오방송을 하는 것은 아닌지 냉철하게 돌아봐야한다. 결코 발생해서는 안 되겠지만 만에 하나 비극적인 사태가 발생할 경우 MBC는 그 책임을 어찌 지려고 하는가.
르완다는 어디 있는지도 잘 모르는 아프리카 한구석의 미개한 나라이고, 대한민국은 이성적인 문명시민들만 모여있는 나라여서 그런 비극은 일어날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가? 다 시 한 번 생각해보자. MBC는 공영방송의 가치를 망각하고 지금 한쪽 부족의 목소리만 전하면서 다른 부족을 바퀴벌레로 몰아 척결하자고 선동하는 ‘증오의 방송’을 배설하는 민중의 흉기가 돼가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2025.3.13.
MBC 노동조합(제3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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