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유행어 중에 ‘늘 있는 WWE’라는 말이 있다. WWE는 미국 최고의 프로레슬링 단체다. 늘 있는 WWE(World Wrestling Entertainment)는 미리 합을 맞춰 놓고 기술을 주고받는 프로레슬링처럼 겉으로 보기에는 싸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 어떻게 될지 알고 하는 일을 의미한다.
해가 지나고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어김없이 노사 갈등 시즌이 찾아왔다. 임금 단체 협상은 언제나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단식 투쟁 선언도 몇 개 나왔다. 본사 건물 근처 높은 곳에 올라가서 고공 농성을 한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는 뉴스를 좀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사측은 하던 대로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할 것이며 노조는 사측이 약속을 어겼다고 말할 것이다. 언론 성향에 따라서 노조 측 억지 주장 또는 자본의 횡포를 외칠 것이고 여기에 맞춰 정치권에서 노조법 개정 법안이 나온다.
여기서 합의가 되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웃으면서 사진 찍고 끝내면 되고 안 된다면 몇 달 정도 절차를 밟으면 여름이니까 큰 노조들이 참여하는 하계 투쟁으로 이어진다. 사업장 점거나 파손이 있었으면 손해배상 청구 또는 법적 조치에 들어가면서 1년의 투쟁 사이클이 돌아간다.
손해배상을 청구해 다 받아 내는 경우도 드물며 유명 노조들의 시위 현장을 잘 살펴보면 손해 배상이 청구액이 많이 나올 물건은 안 건드리는 것도 있고 노조 간부는 감옥 한 번 안 들어갔다 오면 자격이 없다는 말도 들리는 걸 보면 이런 게 ‘늘 있는 WWE’가 아닌가 싶다.
생업이 달린 처절한 투쟁을 짜고 치는 프로레슬링에 비유한다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다. 그런데 일단 말하고 싶은 것은 프로레슬링도 아프고 처절하다는 것이다.
기술을 쓰다가 합이 조금만 어긋나면 목이 부러질 수도 있으며 더 화려한 연출을 위해 고통을 온몸으로 받아 내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WWE 프로레슬러들은 마약성 진통제를 달고 산다. 당연히 부상도 많이 당하고 프로레슬러로 오래 일하면 몸이 망가져 평생 후유증을 안고 사는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결국 싸움을 하면 아프고 다치는 건 피할 수 없다.
프로레슬러들의 몸이 상하는 것처럼 격렬한 노동 투쟁은 몸도 힘들고 기업에는 손해가 발생하며 노조원들에겐 손해배상 또는 법적 책임이 생긴다. 매번 반복되면서 익숙해져서 그렇지 어느 쪽에나 나쁜 결과를 낳는다. 그래서 노사 갈등과 투쟁이 매년 반복되는 양상보다는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더 좋은 노사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양측이 모두 노력해야 한다. 노조는 강경하고 폭력적인 방식보다는 조금 더 평화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야 하고, 사측 또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다는 더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고 노동자들이 납득할 만한 자료를 더 제시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물론 노사 협상이 처음부터 극단적인 형태의 투쟁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고 서로 양보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대립이 격해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탁상공론처럼 들릴 수는 있다.
그래도 지금의 노사 갈등이 노사 양측에 상처와 손해를 입힌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만큼 개선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엔 변함이 없다. 대한민국의 노사 갈등이 늘 있는 WWE 각본에서 벗어나 조금 더 새롭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변화하기를 바란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