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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D 밴스 미국 부통령의 부인이 27일(현지시간)부터 2박3일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방문한다고 백악관이 23일 발표했다.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관심도를 국내외에 부각시키는 효과가 예상된다. 1월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에 이어 이번 방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그린란드의 미국 편입 구상 등과 맞물려 주목된다. 대표단에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도 들어 있지만 우샤 밴스 여사 쪽이 눈길을 끈다.
우샤는 세 자녀 양육에 집중하고 있으나 미래 활약을 기대하게 만든 만큼 자질·이력이 출중하다. 인도인 이민자 2세로 미국 태생이며 남편과 예일대 로스쿨 동문이다. 차기 대권을 말하긴 이른 시점이지만, 트럼프주의가 향후 최소 한 세대 지속될 전망이며 그 흐름에서 가장 돋보이는 인물이 밴스 부통령이다. 우샤가 ‘세컨드 레이디’(부통령 부인)로서 아들 및 미 대표단과 함께 그린란드를 방문해 유적지를 찾아 문화유산을 배우며 썰매대회를 참관할 것이라고 한다. 2017년생 큰아들을 대동한 우샤의 그린란드행이 평범한 미국인들에게 그린란드를 훨씬 가깝게 느끼도록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대규모 미군 기지를 가진 그린란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창설 멤버인 덴마크의 자치령이다. 인구 약 5만7000명에 면적이 한반도 9배 넘는 216만6000㎢이며 광물자원국으로 알려져 있다. 북극해가 녹고 있어, 기존의 군사적 차원의 가치뿐 아니라 새로운 항로 등장이 가져올 물류혁명 등 그린란드의 지정학적 의미는 그 어느 때보다 지대하다. 트럼프가 4일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국제 안보 면에서 그린란드는 꼭 필요하다”며 “반드시 획득하겠다”고 다짐한 게 결코 과욕이 아니다.
이를 과거 비슷비슷한 제국주의 열강의 확장 경쟁 같은 것으로만 봤다간 중대한 것들을 놓치기 쉽다. 미국이 손을 쓰지 않으면 그곳에 지배력을 늘릴 나라는 중국이다. 한반도의 운명이나 인류 전체에 미칠 결과를 따져 보며 어느 패권이 상대적으로 안전한가를 판단해야 한다. 그린란드가 확실히 미국 영향권에 포함되면 중국·러시아 패권을 제어하기 수월해진다. 미 제해권(制海權)에 의한 ‘항행의 자유’ 덕분에 수십년간 혜택을 누려 온 대한민국 등 자원수입국 및 제조·통상국들에게도 절실한 문제다.
다만 미국편입론이 그린란드와 덴마크 지도층에겐 일단 불쾌한 상황일 수 있다.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가 밴스 여사 일행의 방문을 두고 “매우 공격적”이라며 비판했다는 소식이 뉴욕타임스(NYT)를 탔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서면 논평으로 “미 대표단의 방문을 심각하게 간주한다”며 “미국과 협력하길 원하지만 ‘주권의 기본규칙’에 기반한 것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그린란드의 메시지가 11일 총선 결과로 드러났다. 300여년간 덴마크 통치를 받았으나 ‘빈손’이라는 공감대가 커지며 ‘즉각 독립’ 내지 ‘장차 독립’을 주장하는 정당들이 대거 약진한 것이다.
트럼프의 발언 이래 덴마크로부터 벗어나 새 활로를 찾으려는 그린란드 여론이 뚜렷해졌다. 시간을 두고 독립할 것을 추구하는 중도우파 성향의 민주당(Demokraatit)이 29.9％ 득표율로 1위, 전체 31석 중 10석을 차지했다. 직전 총선인 2021년 때 9.1％(3석)로 4위였던 정당이다. ‘즉각 독립’ 지향의 방향당(Naleraq)도 24.5%(8석)를 얻어 2021년 때 성적(12.0％·3위·4석)보다 두 배 이상 올랐다. 그 뒤를 잇는 게 현 연립정부 구성원인 이누이트공동체당(IA)·전진당(Siumut)이며 각각 21.4％(7석)·14.7％(4석)인 이들 IA·Siumut 합산 득표율이 36.1％에 불과하다. 2021년 66.1％의 반토막에 가깝다.
1월 트럼프 장남 방문 때 그린란드 매체 세르미치악은 미국편입 문제를 둘러싼 현지 분위기와 주민들 목소리를 자세히 전한 바 있다. 수도 누크 주민들이 트럼프 구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적힌 모자를 쓴 채 트럼프 주니어 일행을 맞으러 공항에 나와 “덴마크와 그린란드 자치정부 관계는 평등하지 않았다. 동등하게 대해준다면 미국 편입을 원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지 최대 인플루언서인 외르겐 보아슨 역시 “(미국편입 여부는) 그린란드인들 결정에 달렸다”며 “중국·러시아 영향력 배제가 트럼프의 정확한 메시지” “그린란드로선 다시 없을 절호의 기회”라고 짚었다.
당시 트럼프 주니어 일행은 주민 30명과 점심을 함께 한 후 “그린란드를 다시 위대하게”가 적힌 모자를 나눠주고 떠났다. 그린란드에 단 4∼5시간 머물렀을 뿐이며 표면상 내세운 방문목적 또한 팟캐스트용 영상 촬영이었으나 현지를 비롯해 전 세계에 던진 파장이 잔잔하면서도 묵직했다. 대부분 이누이트계(2020년 기준 89.5%)인 그린란드 주민의 최대 관심사란 경제 즉 먹고사는 문제다. 뉴욕포스트에선 “덴마크 정부 제공의 연간 5억 달러(약 7260억 원)가 그린란드 GDP의 20%일 만큼 가난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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