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의 목적은 분명하다. 성장기 학생들에게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제공함으로써 학습 능력을 높이고 심신의 건강한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대전 지역을 중심으로 터져 나온 학교 급식 조리원들의 ‘노동 간소화’ 요구와 그에 따른 급식 파업 사태를 보면 이 제도의 중심축이 과연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 묻게 된다. 급식은 학생들을 위한 제도인가, 조리원을 위한 제도인가.
대전 둔산여고와 글꽃중학교 등에서는 조리원들이 재료 손질을 거부하고, 급식 후 식기 세척을 하지 않은 채 퇴근하며 급기야 단체 병가를 내고 자리를 비우는 등 노골적인 쟁의 행위에 나섰다. 그 결과 ‘미역 없는 미역국’ 같은 황당한 급식이 제공됐고, 급식 자체가 중단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교직원이 돼지국밥용 고기를 삶고, 학생들이 자율학습을 포기하거나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어처구니없는 장면이 현실이 됐다.
조리원들이 주장하는 개선 요구는 이런 것이다. 고기 삶기 금지, 튀김 메뉴 주 2회 초과 금지, 냉면 그릇 월 2회 제한, 반찬 수 3찬(김치 포함) 제한, 교직원 배식 금지 등 상식적 이해를 벗어나는 요구가 포함돼 있다. 급식이라는 공공서비스의 질과 다양성을 명백히 해치는 이 같은 주장에 학생과 학부모가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은 쟁의 행위가 ‘합법적’이라 주장하지만, 그 수단이 학생을 볼모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법적으로 보장된 쟁의권이 국민 기본권인 학습권과 건강권을 침해하면서까지 우선될 수는 없다. 학교 급식은 공교육의 일부로서 엄연히 학생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
학교 현장에선 조리원들이 공공성을 무기로 과도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교육청이 조리원 정원을 늘리기 위해 수백억 원을 투입하고, 급식시설 개선 사업까지 벌였음에도 ‘냉면 그릇 2회 제한’ 수준의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은 비상식 그 자체다. 이런 식이라면 급식의 질과 안전을 담보할 수 없고,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간다.
이쯤에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전국 학교 대부분이 ‘직영 급식’을 고수할 이유는 없다. 2010년 직영 급식이 의무화된 이래 급식 환경이 개선되기는커녕 노조의 파업과 쟁의 행위로 오히려 더 열악해졌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급식 시장이 사실상 독점 체제로 운영되며 질적 경쟁이 사라졌고, 노조의 ‘갑질’이 구조화된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국방부는 군 급식에도 대기업 위탁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삼성웰스토리·아워홈·동원홈푸드 등 급식 전문 대기업들이 군 부대 급식을 맡아 식단의 질을 높이고 병사 만족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식중독 파동 이후 위축됐던 위탁 급식 모델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다. 군 급식의 단가는 초·중·고 급식과 큰 차이가 없으며, 특히 학교는 도심지에 있어 운송비 절감이 가능하다는 장점까지 있다. 이는 분명히 정책적 대안이 될 수 있다.
더 이상 ‘학교 급식은 직영이 유일한 답’이라는 시대착오적 고정관념에 갇혀 있어선 안 된다. 더구나 직영 시스템이 노조의 볼모가 되어 학생들이 굶거나 부실 급식에 시달리는 현실을 방치하면서까지 이를 고수할 이유는 없다. 교육 당국은 위탁 급식을 포함한 다양한 방식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아이들 밥’보다 우선되는 권리는 없다.
학생의 건강권과 학습권은 단체교섭의 대상이 아니다. 급식은 교육의 일부이자 국가의 책임이다. 교육 당국이 더 이상 눈치만 보며 머뭇거린다면, 그 무책임의 결과는 교육을 맡긴 학부모와 국민 전체의 불신으로 돌아올 것이다. 학교 급식이 조리원의 노동운동 무대가 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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