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지난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4.10총선)를 앞두고 투표함을 밀봉하는 특수 봉인지의 색상을 기존 청색(파란색)에서 흑색(검은색) 계열로 변경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일각에선 잔류 표시가 남지 않는 특수봉인지에 검은색 매직으로 서명할 때 서명 및 날인 확인이 쉽지 않아 투표 조작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뼈아픈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선관위 측은 6월3일 치러지는 21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연한 회색’의 특수봉인지를 사용하겠다고 답했지만 투표함과 특수봉인지에 간인 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어 대선을 목전에 두고 선거 공정성이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21일 스카이데일리에 취재를 종합하면 선관위는 제22대 총선 투표함 특수 봉인지 색깔이 기존 청색에서 회색으로 바꿨다. 선관위는 ‘특정 정당을 연상시킨다’라는 지적이 있어 투표함 봉인지 색깔을 회색으로 바꿨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검은색 매직으로 서명하게 된 점이다. 흑색 봉인지에 검은색 매직으로 서명하면서 서명 식별이 어려워졌다는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복수의 제보자는 애초부터 필적 식별이 어려운 흑색 봉인지에 검정색 서명을 하게 된 것은 혹시 모를 잡음을 음소거하기 위한 선관위의 꼼수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선관위가 선거무효 소송에서 특수봉인지의 투표관리관 서명이 달라지거나 필적 감정을 통해 사실 여부를 가려보자는 원고 측 항의가 이어지자, 파란색 봉인지를 이번에 식별이 어려운 검은색 봉인지로 바꾼 것”이라고 알려왔다.
봉인지 부착 전 투표함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봉쇄 잠금 핀 설치 후 최종 서명을 하는데, 투표 관리관이 직접 서명한다. 봉인 과정의 법적 효력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로 각 정당과 후보자 측에서 파견한 투표참관인이 봉인 과정에 참여한다.
참관인 서명은 봉인 과정의 투명성을 보장하며, 정당 간 상호 견제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개표소에서는 개표참관인이 봉인지 서명 대조를 통해 위변조 여부를 파악한다.
본지가 확보한 흑색 서명지에 검은색 매직으로 서명이 된 복수 봉인지의 경우 서명 대조가 어려울 정도로 문자식별이 되지 못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선관위는 △서명된 봉인지가 훼손될 때 ‘OPEN VOID’ 표시와 함께 서명의 일관성이 깨져 즉시 식별 가능하며 △ 특수봉인지 서명은 투표 관리관과 정당별 투표참관인이 공동으로 수행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특수 봉인지는 투표함·투표지 분류기·보관 장소 출입문 등 선거 관련 물품을 봉인하는 데 사용되는 특수 재질의 스티커로, 한 번 부착한 후 떼어내면 ‘OPEN VOID’ 등 훼손 표시가 남아 위변조를 방지한다. 선관위는 각 정당과 후보자별 참관인이 봉인 과정에 참여해 서명하며 CCTV 등 다중 보안 시스템을 통해 투표함의 이송과 보관 과정을 철저히 관리한다는 게 선관위 입장이다.
이를 두고 복수 제보자는 △ 잔류 표시가 남지 않는 특수 봉인지는 투표함 바꿔치기를 하더라도 식별이 불가하고 △ 투표함을 봉인하는 투표 관리관과 개봉하는 개표 관리관이 같지 않아 특수 봉인지가 중간에 뒤바뀌어도 확인할 길이 없으며 △ 투표함에 간인을 할 수도 없게 됐다고 밝혔다.
제보자는 “2022년 3월9일 대선에 당시에만 해도 특수봉인지에 개표 참관인이 별도로 간인을 해도 용납이 됐다”며 “2024년 4월10일 총선에서 개표 참관인이 흑색 특수 봉인지에 검은색 매직 서명이 식별되지 않아 빨간색 매직으로 간인을 한 후 선관위 측에 의해 현장에서 쫓겨나기까지 했다”고 반박했다. 사실상, 간인 혹은 특수봉인지를 뜯었을 때 투표함 외부에 직접 열렸음을 확인할 수 있는 기계적 장치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질의에 대해 선관위 측은 스카이데일리에 “특수봉인지의 서명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어 이번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특수봉인지의 색상을 진한 회색에서 연한 회색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특수봉인지의 유형(잔류형·비잔류형)과 관계없이 봉인지에 기재된 사전 투표 관리관·참관인 서명 등을 통해 정상적인 투표함임을 확인할 수 있으며 모든 사전 투표함 윗면에는 관리 번호가 기재된 홀로그램 스티커를 부착하고, 참관인의 참관하에 이상 유무를 확인한 뒤 관리 번호를 사전 투표록에 기재하는 등 절차를 거치는 등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투표함은 일회용이 아닌 선거 시마다 계속 사용하는 장비이므로 유성 매직 등 지워지지 않는 필기구로 투표함에 서명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표함 별 특수봉인지를 통합 관리하는 ‘대장’의 존재 여부를 묻는 질의에 선관위는 “투표소별 투표함 수·사전 투표 운용 장비 수 등을 고려하여 ‘적정량의 특수봉인지’가 배부되며, 투표함에 부착하는 특수봉인지에는 (사전) 투표관리관·참관인이 직접 서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참관인의 경우 투표함 봉쇄·봉인 과정 촬영할 수 있으며 투표함을 무단으로 개함할 경우 특수봉인지에 훼손 표시가 나타나므로 봉인지 교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사실상 대장 여부는 확인해 주지 않은 것이다.
이 같은 선관위 측 답변에도 특수봉인지가 부착된 투개표 함에 간인 서명을 해야 함을 역설했다. 유성 매직의 경우 사전 투표함 개표 2·3시간 전 참관인 확인 후 지울 수 있다는 반박이 나왔다. 간인을 투표함 관리 때문에 안 하는 것은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거 특수봉인지 부착 당시 현장을 지켰던 개표 참관인은 “참관인 100명 정도 들어갈 때도 있다”며 “대부분 차 마시며 앉아서 한담하는 분들 많은데, 이들이 서명을 확인 후 개표 전까지 개표한 간인을 지우게 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는 “무조건 사전 투표함을 가장 먼저 개함해야 한다”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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