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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강원 및 경기북부권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위험경고가 치솟으며 방역당국을 긴장케하고 있는 가운데 무려 1만여 두의 가축(돼지) 매몰지에서 발굴한 사체 혼합물 수천 톤이 이천 등 경기동부권으로 유입된 사실 일부가 드러나면서 이를 둘러싼 석연치 않은 구석들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2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해당 동물 사체들이 섞인 발굴물이 ‘퇴비’라는 이름 아래 강원도 춘천지역 사체 매몰지에서 대량 발굴해 경기도 이천시 지역의 한 시유지에 야적한 뒤 시로부터 문제가 제기되자 다시 충북 충주시 앙성면 일부 농가의 농지에 분산 야적해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면서 이들 사체들은 각종 역겨운 악취와 파리 등으로 인근 주민들로부터 민원을 사고 있는 실정이다.
야적한 가축 사체 발굴물을 확인하기 위해 기자가 최근 앙성온천역 인근 몇 곳의 현장을 찾았을 때는 돼지 통뼈와 두골·치아 등이 통째로 고스란히 드러난 채 수십 t씩 여러 필지에 걸쳐 야적된 상태였다. 심한 악취와 함께 멀리서도 금새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도드라져 있었다.
인근 주민들의 민원에 지금은 비닐 등으로 덮어놓은 상태였다. 비닐이나 거적이 훼손돼 외부로 드러난 커다란 동물뼈와 두골 등은 보기에도 섬뜩할 정도다. 산더미처럼 쌓인 야적물 주변 저지대 부분에는 흘러나온 침출수들이 검붉게 고여 벌레들이 들끓고 있었다. 비가 내리기라도 하면 인근 하천으로 고스란히 침출수와 함께 깎여 흘러들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하천 오염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곳에서 만난 복숭아 과수원 운영 한 주민은 기자에게 “퇴비라고 하면서 부려놓은 게 너무 악취가 심했으나 같이 농사짓는 마당에 심하게 뭐라고 하지는 못했다”면서 “알 수 없는 불쾌한 냄새와 파리 등으로 괴롭기만 하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또 “어떤 농가에서는 야적된 것이 퇴비라고 해서 몇 부대 퍼서 과수나무에 뿌렸다가 나무가 다 죽어버렸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업자 측이 말하는 퇴비와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주민들은 이러다가 혹시 다른 풍토병이라도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도 털어놓는다. 이정도라면 분산 야적한 발굴물 더미가 해당 농지는 물론 인근 농지마저 황폐화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도 적지않은 실정이다.
강원도 춘천에서 발굴해 이천시 부발읍 수정리 소재 시유지 매립지로 옮겨온 시점은 D컨설턴트가 발굴·소멸화 사업 입찰에서 낙찰을 받은 뒤로 추정된다. D사는 대략 지난해 4월 발굴을 시작해 5월 부발읍 수정리로 매몰지 이동한 뒤 민원이 발생하자 다시 충북 앙성면으로 매몰지 이동 작업을 벌여온 것으로 분석된다.
소위 ‘사업자’ D컨설턴트가 대전의 H대학 산학협력단을 계약자로 앞세워 이 ‘사업건’을 추진했던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브로커 격인 A씨는 “돈분 퇴비를 받아주면 톤당 7만 원씩 주겠다”고 제안하며 농지 소유주 6명을 확보해 문제가 된 이천 부발 쪽 발굴물을 전량 재(再)이동해 야적했다는 것이다.
농지 소유주 6명은 많게는 15톤 트럭 45대, 적게는 6대 등 총 123대 약 2000t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농지 소유주 중에는 발굴물을 받는 조건으로 받기로 한 돈이 4800만 원에 이르는 이도 있다.
이들은 대체로 원주민도 있지만 ‘소유는 하고 있으나’ 서울 등 외지에 나가 있는 자들이 많고, 이들에게 돈을 제안해오자 쉽게 사용승락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그마저도 전부 받은 사람은 없고 총 1억2000여 만 원을 받기로 한 것 중에 4300여 만 원이 건네졌으며 나머지 8000여 만 원을 지급받지 못했다면서 민원을 제기하겠다는 자세다.
그러자 인근 주민들은 각종 악취에 시달리다 못해 시 당국과 시의회에 민원을 제기했고 해당 지자체는 충청권의 H대학 산학협력단에 대해 시유지 사용신청을 반려하는 한편 당초 신청서 기재 내용과 달리 동물 사체 폐기물을 다량 야적한데 대해 원상회복을 명령하고 변상금 명목으로 6000여 만 원을 부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학원(더불어민주당) 이천시의원은 이 같은 민원이 발생하자 지난해 5월 제244회 제1차 정례회 제2차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축산 방역 체계에 대해 재점검하고 감시체계를 강화하라고 강력히 촉구한 바 있다.
당시 서 의원은 “시민의 제보로 춘천시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 돼지 사체 1만5000두가 이천시로 이송되어 부발읍 수정리 시설에서 처리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걸린 돼지 사체가 농림축산식품부나 춘천시의 공문도 없이 처리장소를 이천시로 지정하고 랜더링 처리과정 없이 이송 후 부발읍 수정리 시설에서 처리되었다는 것은 절차의 적법여부를 떠나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국 4위 양돈농가를 보유한 이천시가 시민제보 이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도 시의 축산 방역 체계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이천시는 시료를 채취해 돼지열병 항원검사 결과 음성으로 판정받았으나 사전에 인지해 강력하게 대처해야 할 사안을 민감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대응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기자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최근 찾은 이천시 부발쪽 약 1000평 규모의 쓰레기 매립지는 평탄 작업 후 폐골재 쇄석들로 덮혀있는 상태였으나 어마어마한 분량이 야적 내지는 부산물 혼합작업 흔적이 도처에서 조금씩은 남아 있었다.
일각에서는 당시 원상복구하면서 가축 부산물 일부를 현지에 그대로 매립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하지만 풀리지 않는 의문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은 ‘사업자’ D 컨설턴트가 사체 매몰지 춘천시 동산면 해당 부지를 왜 서둘러 발굴작업을 벌였는지다. 동물 방역법상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발굴할 수 없는 기간을 3년으로 제한하고 있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왜 서둘러 발굴하고 이를 경기도 이천으로 실어날랐는지 하는 부분이다.
사업자는 2023년 3월 가축매몰지 발굴을 위한 사업을 낙찰가 6억3400만 원에 낙찰을 받았고 그해 11월 해당 매몰지 발굴·소멸화 사업 관련, 농림축산식품부의 소멸처리 승인을 받아 이듬해인 지난해 4월부터 본격적으로 발굴, 매몰지 이동작업을 펴온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에 H대 산학협력단이 연구개발사업부지로 일시사용 허가를 받도록 한 배경은 무엇인지도 풀리지 않는 의문의 하나다. D 컨설턴트 측이 손쉽게 지자체로부터 사용승인을 받기 위해 끌어들인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는 이유다.
이에 따라 시유지를 연구 목적으로 무상으로 임대받은 후 사기업의 영리 행위에 공모 내지는 이용당했는지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피해 농지주 S씨는 “야적된 발굴물들을 도로 가져가든지 당초 약속대로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입장이다.
이천시 관계자는 “사체발굴물을 혼합해 퇴비화하는 작업을 하는 줄은 전혀 몰랐다”면서 “(문제가 된 후) 시에서는 시유지 용도와 달리 사용한데 대해 변상금 명목으로 부과해 받았다”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이천시는 지난해 6월 당시 이천시농업기술센터를 통해 ‘경기도 해당과로 가축전염병 매몰지 이전 처리관련 건의’ 제목으로 춘천 ASF 발생 농가의 매몰지를 이천시로 이전해 처리한 것에 대해 △3년이 안 된 매몰지의 경우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발굴 금지 △매몰지 발굴시 타 시도로 이동해 처리할 경우 사전 협의 필요 등을 촉구하며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는 형편이다.
이천시는 지난해 5월 문제의 가축 사체 발굴물에 대해 잔존물 ASF 검사 결과 음성판정을 받은 상태라고 밝히고 있다.
이 사건을 바라보는 많은 시민들은 국가적으로 막대한 금전적 희생과 축산 농가들의 희생 속에 매몰처분한 전염병 가축들을 방역 규정마저 쉽게 넘어가며 단지 자신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삼으려는 일부 사업자들의 인식이 밑바탕에 깔린 것은 아닌지 우려섞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방역당국의 노력 따로, 돈벌이 따로 가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한편 경기도는 최근 아프리카 돼지열병(ASF)과 관련, 2019년 9건 발생을 시작으로 올해 현재까지 경기도에서 23건(파주7·연천2·김포5·포천5·양주4) 발생했다고 밝히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경기도가 23건으로 가장 많고 이어 강원 19건, 인천과 경북이 각각 5건씩이다.
경기도는 이달 말까지 ASF 발생위험이 높은 지역의 양돈농가 1033호에 대한 방역시설 일제점검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경기도는 앞서 이달 12일 장마 시작 예보에 따른 아프리카돼지열병 위험주의보를 발령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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