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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 후보자 김민석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대한민국 헌정사상 초유의 ‘무자료·무증인’ 청문회로 기록될 전망이다. 국회가 증인 채택에 합의하지 못한 가운데 미제출·불충분 자료가 전체의 73.3%나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야당은 ‘묻지마 청문회’ ‘무자료 총리’라며 공세 수위를 높였고, 국민 다수는 “무엇을 믿고 총리직을 맡기느냐”는 근본적인 회의감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특히 국민의힘 주진우·김희정 의원이 집중 제기한 문제는 바로 김민석 후보자의 재산 형성 경위와 칭화대 석사학위 논란에 관한 것이다. 이들이 일관되게 김 후보자의 주장을 반박한 내용은 “이론적으로야 가능할지 모르나, 현실적으로는 개연성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김 후보자는 중국 칭화대에서 법학석사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학위 취득 과정을 증빙할 성적표와 체류 기간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김희정 의원은 해당 기록에 실질적 오류가 다수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비행기 탑승 기록에 없는 편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후보자가 중국에 있어야 할 시간에 한국에 있었다는 보도를 제시했다. 나아가 “법학석사 25학점 이수를 위한 실질 체류기간이 불과 26일”이라는 주장은, 학업 이수 가능성을 사실상 인정하기 어려운 정황을 말한다.
이에 김 후보자는 “실제 체류는 148일이었다”고 해명했으나 출입국 기록의 오기라는 설명은 공적 검증에 필요한 개연성을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이는 일반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상식적 수준에서의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산 형성 과정 역시 마찬가지다. 김 후보자는 “최근 5년간 수입 5억여 원, 지출은 13억 원”이라는 국민의힘 지적에 대해 “출판기념회, 조의금, 장모의 현금 생활비 지원으로 충당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주진우 의원은 “장모가 5년간 2억 원 생활비 중 1억 원을 현금으로 줬다는 설명은 상식 밖”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5000만 원, 1억 원씩 현금으로 집에 쌓아 두고 사는 사람은 없다”는 주 의원의 말은 정치적 레토릭이 아니라 국민 눈높이에서의 타당성의 기준을 제시한 발언으로 봐야 한다.
서양 철학·논리학·미학 등의 기본 체계를 세웠던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문학이 역사를 뛰어넘는 진실성을 가진 이유로 “문학은 일어난 일보다 일어날 법한 일을 다룬다”는 점을 들었다. 다시 말해, 문학은 개연성을 통해 보편적 진실을 추구한다. 실제로 일어났다고 주장하는 일조차 개연성이 떨어진다면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김 후보자의 해명은 대부분 이론적 정합성에는 호소하되, 국민 상식선에서 납득할 개연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
여당은 이를 감싸며 “김 후보자의 삶에 존경을 표한다”는 말까지 했다. 3년 전 야당 시절 한덕수 총리 인사청문회 당시 민주당은 자료 미제출을 이유로 청문회 자체를 보이콧하기도 했다. 이제는 여당이 된 그들이 정반대 태도를 보이는 것은 단지 내로남불의 문제가 아니다. 국회의 검증 시스템 자체를 무너뜨리는 위험한 선례로 남을 수 있다.
김민석 후보자는 총리직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의석 수를 앞세운 여권이 인준을 밀어붙이면 끝이다. 그러나 총리는 국무위원의 수장일 뿐 아니라 대통령 권한 대행의 1순위이기도 하다. 그만큼 국민의 신뢰와 도덕성, 정책 능력을 모두 갖춘 인물이란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청문회는 국민을 대신한 검증 절차다. 최소한의 개연성도 제시하지 못한 채, 중요한 의혹을 ‘이론상 가능하다’는 말로 얼버무리는 관행이 반복된다면 결국 국민은 정치 전체에 대한 신뢰감을 잃을 수밖에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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