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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코믹스 같은 만화에서나 볼 수 있던 사스콰치 이야기가 영화관에서 개봉한다. 2일 개봉하는 데이비드·네이선 젤너 형제 감독의 영화 ‘사스콰치 선셋'은 수컷 세 마리와 암컷 한 마리로 이뤄진 사스콰치 가족의 사계절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보여준다.
사스콰치는 북미에 살고 있다고 전해지는 미확인 생물체로 빅풋(Bigfoot)이라고도 불린다. 온몸이 털로 뒤덮여 있고 인간처럼 직립보행을 하며 성격이 온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체는 확인되지 않았다.
러닝타임이 88분에 이르는 데 비해 영화 내용은 단조롭다. 사스콰치 가족은 퓨마와 같은 외부 침입자와 동족의 악당과 싸우며 어려움을 이겨 나간다. 그러나 문명의 공격 앞에서는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속수무책이다.
영화는 사스콰치의 시선을 통해 인간은 어떤 모습인지 인간인 관객이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스콰치는 인간의 언어를 모르기 때문에 대사도 없다. 우어어, 아으, 하는 동물의 울음소리로 의사소통한다.
배우가 사스콰치로 분장하는 데만 6시간이 걸린다. 주름과 털로 뒤덮인 얼굴로는 표정 연기마저 불가능하다. 대사도 없으니 눈빛 연기가 전부다. 감정 표현은 발을 구르고 팔을 허공에 휘젓는 행동으로 대체된다.
인간의 눈으로 바라본 이들의 삶은 동물의 삶이 그렇듯 매우 야만적이지만 사스콰치에게 문명사회는 너무나 이상하다. 멀쩡한 나무를 잘라 누군가를 깔려 죽게 하고 울창한 숲을 태워 버린다.
먹을 것이 지천으로 널렸는데도 공장에서 만든 가공식품을 섭취하고 캠핑을 와서도 아름다운 새소리 대신 시끄러운 록을 듣는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사스콰치들의 가족애다. 인간처럼 말로 표현하지는 못해도 이들이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고 아끼는지 한 장면 한 장면에서 느껴진다.
아무리 의견이 맞지 않아도 폭력을 쓰는 법이 없다. 생존을 위한 목적이 아니면 결코 살생도 하지 않는다. 사스콰치가 인간보다 더 인간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적나라한 사스콰치의 묘사와 일부 엽기적인 장면으로 인해 이 작품의 호불호는 극명하게 갈린다. 그러나 실험적 작품에 단련된 관객이라면 일반 영화에서 좀처럼 경험하지 못한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다.
2024년 미국서 개봉한 부조리 판타지 드라마 ’사스콰치 선셋‘은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영화. 대사가 없어도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고, 얼굴 표정 없이도 온갖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증명한다”는 평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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