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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요자에게 저렴한 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플랜이 필요합니다.”
이상경 신임 국토교통부 1차관의 한마디는 지금 우리가 직면한 부동산 시장의 본질적 해법을 정확히 제시했다. 그러나 새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은 강력한 대출 규제였다. 6월27일 발표된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은 부동산 과열을 억제�構渼募� 의지는 분명했지만 정작 시장이 기다렸던 공급 대책은 아니었다. 대출 규제로 수요를 억누르는 것만으로는 집값 안정에 한계가 있다. 균형 잡힌 후속 조치가 절실하다.
이번 대출 규제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했다. 2주택자는 추가 주택을 살 수 없고 1주택자도 6개월 안에 기존 집을 팔지 않으면 대출이 불가하다. 생활안정자금 대출은 1억 원으로 제한됐고 생애 최초 구입자조차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80%에서 70%로 줄었다. 특히 6억 원 초과 대출이 금지되면서 서울 아파트의 약 70%는 사실상 대출을 끼고는 접근이 불가능해졌다.
현장은 이미 반응�構� 있다.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 지역에서는 거래가 멈추고 호가가 내려가는 조짐이 보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거래 취소, 급매 사례가 잇따르고 일부 단지에서는 수천만 원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는 소식도 들린다. 서울 평균 시세로 보면 아파트를 사려면 최소 9억 원의 자기 자본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수요자들이 발붙이기 어려운 구조다.
무리한 대출을 차단한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실수요자와 무주택자에게도 길이 막혔다는 데 문제가 있다. ‘지금 아니면 못 산다’는 불안은 대출 규제 이후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시장은 조용히 적응하며 다시 과열될 가능성도 있다.
더 큰 문제는 공급이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5월 수도권 인허가, 착공, 준공 실적이 모두 감소했다. 특히 착공은 전월 대비 50% 가까이 줄었다.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이 시장 심리를 더욱 자극한다.
대출 규제는 단기적 진정 효과는 있을지언정 근본 해법이 아니다. 정부가 정말 집값 안정을 원한다면 공급과 수요를 동시에 고려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기서 강조�構� 싶은 것이 있다. ‘규제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도심 곳곳에 닭장처럼 고밀도 아파트를 짓는 것이 해법일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공간, 삶의 질을 담보하는 건축이 되어야 한다. 파리식 저층 고밀도 개발이 맨해튼식 고층 개발보다 환경과 공동체, 삶의 질 측면에서 더 바람직하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있다. 집은 단순히 머무는 곳이 아니라 사람의 일상과 존엄을 담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공공과 민간 모두 이 목표를 향해 움직여야 한다. 실수요자가 대출 없이도 접근할 수 있는 저렴�構� 질 좋은 주택 공급,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분양 및 임대 확대 그리고 도심 내에서도 휴먼 스케일을 지키는 유연한 개발 방식이 필요하다. 공급 확대와 주거 혁신은 결국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집을 짓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주택 문제는 단지 돈의 문제가 아니다. 사는 곳,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는 일이다. 새 정부가 가야 할 길은 멀다. 이제 방향만큼은 분명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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