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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정부가 출범 23일 만에 내놓은 첫 부동산 대책이 시장 전반에 거대한 충격파를 몰고 왔다. ‘6·27 부동산대책’이라 불리는 이번 가계부채 관리 방안은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고 2주택 이상 보유자의 대출을 원천 차단하는 등 역대 최고 강도의 규제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 대책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고 가계부채를 관리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이미 13억 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주담대 한도를 6억 원으로 묶는다는 것은 사실상 현금 7억 원 이상을 보유한 사람만 집을 사라는 말과 다름없다. 이는 평범한 서민과 청년들에게는 사실상의 ‘주택시장 퇴출령’이나 마찬가지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번 대책의 불공정성이다. 현금이 넉넉한 고소득층이나 자산가들에게는 아무런 제약이 없는 반면, 대출을 통해 내 집 마련을 꿈꾸던 서민들만 규제의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이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터 전문위원의 지적처럼 “현금 부자들에게 실익이 집중되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과거에는 소득이 좋은 서민들도 높은 대출을 활용해 핵심지역 진입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현금이 없다면 아예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청년층과 신혼부부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목돈 마련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출을 통해 주거 사다리를 올라간다는 희망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대책으로 그 길이 가로막히게 됐다. 20·30세대가 평균적인 임금을 기준으로 현금 7억 원을 모으려면 20년 이상 고스란히 저축해야 하는데, 그 사이 부동산 가격은 더욱 오를 것이 뻔하다. 결국 근로소득으로는 집을 사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는 메시지를 정부가 직접 전달한 것이 아닌가.
더욱 심각한 문제는 외국인과의 역차별 논란이다. 이번 규제는 해외에서 대출받은 자금으로 국내 주택을 매수하는 외국인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특히 중국의 경우 자국 내 한국인의 부동산 매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반면, 한국에서는 중국인들이 별다른 제약 없이 토지와 아파트를 취득하고 있는 상황이다. 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외국인 집합건물 매매 등기 중 중국인이 66.9%를 차지했다. 이는 명백한 상호주의 원칙 위배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처럼 “대출 규제를 안 받는 중국인과의 형평성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인들은 강화된 규제로 주택 매매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외국인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외국인의 투기로 집값이 더 오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풍선효과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 등 6억 원 이하 매물 밀집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하면서 이들 지역의 단기 가격 급등이 우려되고 있다. 또한 의사·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은 여전히 고가 아파트 매수가 가능해 이들에 대한 특혜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정책 결정 과정의 졸속성이다. 별도의 유예기간도 없이 발표 다음 날부터 시행된 이번 대책으로 인해 은행들은 비대면 주담대 접수를 일시 중단하는 등 금융시장에 극심한 혼란이 발생했다. 더욱이 대통령실이 “금융위원회에서 나온 대책”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은 무책임의 극치다.
이재명정부가 진정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펼치려 한다면 이번 대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서민들의 내 집 마련 사다리를 걷어차는 반(反)서민 정책이 아닌, 실질적인 공급 확대와 세제 개편을 통한 근본적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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