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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봉산’만큼 한국에서 흔한 산 이름도 없을 것이다. 전북 진안에도, 대전에도, 부산에도 구봉산은 있다. 산봉우리가 조금만 들쑥날쑥하다 싶으면 여지없이 구봉산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전국 숱한 구봉산 중에서 요즘엔 강원도 춘천의 구봉산(441m)이 가장 핫하다. 1992년 동면 감정리와 신동면 학곡리를 잇는 춘천외곽도로가 개통되면서 카페단지가 생긴 덕이다.
구봉산 정상 아무 카페나 문을 열고 들어서면 노을 지는 춘천시가지와 봉의산·의암호가 한눈에 들어온다. 까마득하게 높지는 않아도 세상을 발밑에 둔 기분을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구봉산 카페단지의 시초는 1993년 생긴 구봉산전망대다. 산꼭대기까지 찻길이 나면서 간단하게 식사와 차를 파는 포장마차 형태의 식당이 들어섰는데 허름했던 구봉산전망대는 2005년 ‘산토리니’라는 이름의 이탈리안 카페로 큰 변신을 시도했다.
그리고 산토리니를 신호탄으로 구봉산에는 다양한 전망 카페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디야, 투썸플레이스, GS25, 스타벅스와 같은 브랜드 카페부터 지씨아틀리에, 구봉산전망대카페 등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가 성업 중이다.
인터넷 포털에서 구봉산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가장 먼저 하얀 종탑 이미지가 등장한다. 이 종탑은 카페 산토리니 마당에 세워진 시설물이다. 하얀 회벽에 파란 돔을 얹은 4층 종탑은 카페 산토리니의 상징이자 구봉산의 얼굴이다.
이런 형태의 종탑을 키클라데스 양식이라고 한다. 키클라데스란 그리스어로 ‘주변’을 뜻하는데 그리스 신화에서 아폴론과 아르테미스 신의 고향인 델로스 섬 ‘주변’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지중해의 낭만이 살아 있는 키클라데스 제도는 이탈리아 델로스섬을 중심으로 낙소스섬·미코노스섬·밀로스섬·산토리니섬 등 220여 개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 산토리니섬에는 250여 개의 그리스 정교회 소속 교회가 있다. 그만큼 많은 종탑이 있다는 뜻이다. 흰색 회벽에 파란 지붕을 얹은 종탑은 어느덧 산토리니의 상징이 됐다.
지중해 섬들은 날씨가 덥고 바람이 세서 주택의 층고가 낮고 벽체가 두꺼운 게 특징이다. 바람에 날아갈 만한 장식일랑 애초에 배재해 외관도 단순하고 명료하다. 키클라데스 양식은 ‘최소한의 장식이 최고의 장식’이 된 현대 미니멀리즘 건축에 영감을 주었다.
구봉산 산토리니 종탑 아래에는 망원경이 비치돼 있어 멀리 소양2교를 관찰할 수 있다. 소양2교는 춘천의 강북과 강남을 이으며 춘천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다리다.
원래 소양2교 자리에는 1951년 6·25전쟁 중에 미군 62건설공병대대가 군사작전을 위해 건설한 나무다리가 있었다. 25일 만에 건설된 이 다리에는 ‘포니 브리지’라는 이름이 붙었다.
1950년 11월 청천강 전투에서 전사한 미 19공병단의 프랭크 포니 대령을 기리는 이름이다. 의미는 깊지만 나무다리다 보니 큰비가 올 때마다 유실되고 복구하기를 반복했다. 지금의 현대적인 다리로 다시 태어난 게 1997년이다.
소양2교는 밤이면 미디어 파사드로 변신한다. 거대한 아치 공간에 새겨지는 화려한 그림과 글자들이 춘천의 밤을 아름답게 장식한다. 다리 부근에는 그 유명한 소양강 처녀상과 노래비, 소양강 쏘가리 동상, 소양강 스카이워크가 있다.
카페 산토리니 옆으로 투썸플레이스가 있고 그 옆으로 GS25 편의점이 있다. GS25에서는 ‘한강라면’도 팔고 커피도 파는데 옥상 공간을 전망대로 꾸몄다. 자리 잡고 오래 앉아 있을 게 아니라면 편의점은 꽤 괜찮은 대안이다.
GS25 편의점 옆으로 고속도로 휴게소와 편의점을 결합한 것같은 ‘구봉산전망대휴게소’가 자리한다.
인근 브랜드 카페들이 젊은 층을 의식해 미니멀한 공간으로 꾸몄다면 이곳은 다분히 7080풍의 키치적인 공간이다. 스피커에서는 고풍스러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정원 연못에서는 분수가 뿜어져 나온다.
나무벤치며 철제의자들이 정원 곳곳에 놓여 있는가 하면 수석과 고목이 또 한편을 장식한다. 예쁘게 꾸미고 싶은 주인장의 장식욕으로 충만한 공간이다.
세련된 전망 카페들 사이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발하는 이곳. 가볍게 과자나 음료수를 사서 전망을 즐겨도 좋고 잔치국수·돈까스로 든든하게 속을 채워도 좋다.
구봉산전망대휴게소 옆으로는 원통+원반 형태의 이디야 커피숍이 자리한다. 360도 서라운드 전망으로 춘천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한편 구봉산 카페단지가 들어선 이 4차선 외곽도로를 잼버리도로라고도 부른다. 도로 건설이 한창이던 2012년, 강원도 고성군에서 열린 제17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를 기념해 붙인 이름이다. 도로가 전부 개통된 것은 2014년 12월의 일이다.
구봉산 카페단지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강원도립화목원이 있다. 공립수목원 1호 지정된 곳으로 산림유전자원관리기관에 등록된 희귀·특산식물을 수집하고 보존한다.
이곳에서 보존 중인 희귀식물로 산솜다리·모데미풀·노랑만병초·홍월귤 등 129종류가 있으며 특산식물로는 모데미풀·금강봄맞이·금강초롱꽃·개느삼 등 49종류가 있다. 또 기후변화취약식물보존원에는 두메닥나무·제비동자꽃·등대시호·금꿩의다리 등 136종이 있다.
수생식물원에서는 분수가 물줄기를 힘차게 뿜어내고 사계절식물원 내 연못에서는 붉은 잉어가 헤엄친다. 바라보는 것만으로 시원함이 밀려오는 풍경이다. 수령 120년의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 보호수 넓은 그늘은 여름 더위도 맥을 못 추고 달아나게 만든다.
강원도립화목원에서 나와 소양호를 끼고 달리다 보면 머리 위로 케이블카가 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삼천동에서 의암호를 가로질러 삼악산을 연결하는 춘천 삼악산 호수케이블카다. 최근 춘천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으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케이블카 하부 정차장에서는 의암호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고, 삼악산 상부 정차장에서는 춘천 시내를 발밑에 두고 경치를 즐기면 좋다.
춘천, 하면 닭갈비! 춘천시 동면 금촌로의 명봉닭갈비막국수는 오래 끓인 양념으로 닭갈비를 만들어 그 맛이 부드럽고 깊다. 직접 기른 신선한 채소를 상에 올려 손님의 건강까지 챙겨주는 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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