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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이 20년간 준비한 블랙코미디 영화 ‘어쩔 수가 없다’가 9월24일 개봉한다. 이 작품은 20년 만에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한국 영화로도 주목받고 있다.
어쩔 수가 없다는 구조조정으로 해고된 중년 가장이 현실의 벽 앞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감행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풀어낸다. 박 감독의 열두 번째 장편이며 오랜 기간 그가 가장 만들고 싶어 했던 작품이다.
원작은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미스터리 소설 ‘액스’로 박 감독은 “범죄를 저지르려는 인물의 심리에서 출발하는 설정이 장르적으로도 흥미로웠다”고 설명했다.
지난 19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는 박찬욱 감독과 출연 배우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차승원이 참석했다. 이들은 작품의 배경과 캐릭터에 대해 직접 소개했다.
주인공 ‘유만수’ 역은 이병헌이 맡았다. 25년간 일한 제지회사에서 해고된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남긴 채 절망에 빠진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재취업을 시도하지만 실패가 이어지고 마침내 경쟁자를 제거해 자리를 만들겠다는 결심에 이른다.
이병헌은 “극단적인 선택이 설득력 있게 전달되도록 인물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봤다”며 “코미디이면서도 깊은 절망을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손예진은 만수의 아내 ‘이미리’ 역을 연기한다. 출산 이후 스크린 복귀작으로 이 작품을 선택한 그는 “박찬욱 감독, 이병헌이라는 조합을 놓칠 수 없었다”고 전했다. 극 중 이미리는 현실을 받아들이며 가족을 지탱하는 인물이다.
박희순은 제지회사 반장 ‘최선출’ 역으로 만수의 해고를 통보하는 인물이다. 이성민은 실직 후 무기력에 빠진 업계 동료 ‘구범모’를 차승원은 구둣가게 점원으로 일하게 된 해고자 ‘고시조’를 연기한다. 염혜란은 구범모의 아내 ‘이아라’ 역으로 출연한다. 이들 모두는 각자의 방식으로 불안정한 현실에 맞서고 있다.
영화는 인물의 감정을 시각적으로 반영하는 공간 연출에도 집중했다. 만수가 정성 들여 가꾼 집은 그의 자존심이자 삶의 최후 보루로 기능한다. 박 감독은 “앞마당은 밝고 뒷마당은 어둡게 설계해 공간 자체가 인물처럼 작동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음악은 런던 컨템포러리 오케스트라와 협업해 제작됐으며 첼리스트 장 디앤 케라스가 참여했다. 클래식부터 트로트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인물의 내면을 따라 흐른다.
영화의 제목이자 핵심 대사인 “어쩔 수가 없다”는 극 중 인물들의 입을 통해 반복된다. 해고를 통보하는 사람, 해고당한 사람 모두 같은 말을 되뇌며 자신을 정당화한다.
박 감독은 “이 말이 다소 비겁하게 들릴 수는 있지만 현대 자본주의 구조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 군상을 가장 정확하게 함축하는 표현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어쩔 수가 없다는 희극과 비극이 맞물리는 경계에서 인간의 삶을 조명한다. 웃음 뒤에 슬픔이 절망 속에 아이러니가 깃든 이 작품은 박찬욱 감독이 블랙코미디라는 장르를 통해 사회의 민낯을 비추는 방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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