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베트남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기업과 가계의 자금 수요가 살아났고 은행권 신용도 빠르게 늘었다. 신한베트남은행 또한 최근 5년 사이 고객대출을 2.4배로 키웠고 2020~2025년 약 22조1000억동(약 1조1713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시장이 커진 만큼 신한의 성장도 자연스러운 결과처럼 보이지만 매년 시장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것은 아니었다.
신한베트남은행 연도별 재무제표 및 비즈니스 리뷰를 분석한 결과, 2020~2022년은 팬데믹 기간 늘어난 자금을 금융기관 예치금과 투자증권 등 유동성 자산에 두며 대출 확대를 준비한 시기였다. 2023년에는 금융기관 관련 자산과 투자증권을 줄이는 대신 고객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렸다. 2024~2025년에는 베트남 은행권의 대출 확대 흐름에 올라타면서 외부 조달까지 늘려 시장보다 더 강하게 액셀을 밟았다. 신한의 특이점은 항상 시장과 반대로 움직였다는 데 있지 않았다. 순풍일 때는 순풍을 탔고, 시장이 막힌 2023년에는 자산배분을 바꾸며 더 공격적으로 움직였다.
2020~2022: ‘돈은 넘치는데 쓸 곳이 없다’…신중한 은행권 따른 신한
코로나 초기 베트남 은행들은 ‘돈은 넘치는데 쓸 곳이 없다’는 문제에 직면했다. 베트남 중앙은행(SBV)이 2020년 정책금리를 세 차례 내리면서 시중 유동성은 늘었지만 기업은 투자를 미뤘고 가계도 소비를 줄였다. 예금은 들어오는데 대출로 내보낼 만한 수요가 부족했다.
베트남 은행들은 대출을 무리하게 늘리는 대신 남는 돈을 다른 금융기관에 맡기거나 증권에 투자했다. 높은 수익보다는 필요할 때 다시 꺼내 쓸 수 있는 안정성과 유동성에 무게를 둔 선택이었다. 신한베트남은행도 이 시기에는 대세를 따랐다. 2020년 고객예금은 30.0% 늘었지만 고객대출은 16.4% 증가했고 금융기관 예치금은 74.4% 늘었다.
2021~2022년, 경제활동이 겨우 살아나며 흐름이 바뀌었다. 기업과 가계의 자금 수요가 돌아오면서 은행들은 비축해 둔 자금을 조금씩 대출로 돌렸다. 2022년 베트남 은행권 신용은 14.18% 증가했고 상반기 신용 증가 속도는 10년 만에 가장 빨랐다. 다만 하반기에는 물가와 환율 부담이 커지면서 SBV가 9월과 10월 정책금리를 각각 1%p 올렸다.
신한베트남은행 또한 2021년에도 고객대출과 금융기관 관련 자산, 투자증권을 늘렸다. 2022년에는 고객대출이 17.1% 증가하며 본격적으로 대출을 확대했지만 금융기관 예치·대출 자산도 39.4% 키웠다.
2023: 모두 멈출 때 신한이 베팅한 기업금융
신한의 선택은 2023년 달라졌다. 이 시기 베트남 은행권에는 다시 ‘돈은 남는데 빌려줄 곳이 없다’는 문제가 생겼다. 현지에선 ‘트어 띠엔(thừa tiền·돈이 남는다)’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수출과 부동산 경기 부진이 원인이었다. 신용도가 높은 우량기업은 투자를 미루며 대출을 꺼린 반면 돈이 급한 기업은 은행 쪽에서 대출을 거절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SBV는 경기 부양을 위해 정책금리를 네 차례 내렸다. 신용 자체는 증가했지만 은행권의 자금 운용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이 시기 기업금융을 오히려 빠르게 키웠다. 2023년 기업대출 잔액은 전년보다 25.78% 증가했다. 2023년 6월 기준 신한과 거래 중인 베트남 현지기업은 1만6000곳을 넘었다. 현지 기업에 손을 뻗기 시작하며 기업금융을 본격적으로 키웠다.
실제로 신한베트남은행의 기업대출 자산의 절반 이상은 비한국계 기업이었다. 2023년 말 신한의 기업대출 자산 가운데 비한국계 기업 비중은 56%로 한국계 기업(40%)보다 컸다. 대출 자금은 기존 자산을 줄여 마련했다. 이 시기 은행의 금융기관 예치·대출 자산은 32.1%, 투자증권은 17.0% 줄었다.
현지기업을 만날 영업망도 넓혔다. 2023년 8월에는 하노이와 맞닿아 있고 산업단지가 밀집한 흥옌성 반장에 현지 첫 지점을 열었다. 흥옌지점 개점으로 베트남 내 지점·출장소는 50곳으로 늘었다.
새로운 판로를 적극적으로 확장하기도 했다. 이 시기 신한이 늘린 사업대출 하나는 녹색사업이었다. 녹색대출은 재생에너지와 친환경 농업 등 환경 관련 사업에 은행이 내주는 기업대출이다. 당시 베트남 은행권의 녹색대출 잔액은 약 621조동(약 32조9130억원)으로 전년보다 24% 늘었다. 사업 취지가 친환경 전환이다보니 정책금리 혜택을 받는 등 여러 이점이 있었으나 그만큼 모험적인 사업이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2023년 8월 베트남 농업기업 BAF의 자이쑤언 첨단 양돈단지 건설에 총 5000억동(약 265억원) 규모의 녹색 신디케이트론을 주선했다. 만기는 7년이었다. 신한베트남은행이 대출 주선과 담보 관리를 맡고 대구은행과 대만 제일상업은행이 함께 참여했다. 여러 은행이 자금을 나눠 대는 방식으로 한 은행에 위험이 쏠리지 않으면서 장기 대출자산을 확보할 수 있었다.
2024~2025: 순풍 돌아오자 ‘악셀’…시장보다 빨리 성장
신한베트남은행의 2024~2025년은 베트남 은행권의 대출 확대 흐름을 따라가면서도 시장보다 빠르게 액셀을 밟은 시기였다. 자체 신용성장률은 2024년 18.74%, 2025년 23.80%로 각각 베트남 은행권 전체 증가율 15.08%, 19.01%를 웃돌았다.
2023년 공격적인 대출 확대 과정에서 낮아졌던 건전성 지표도 회복시켰다. 부실채권(NPL) 비율은 2023년 1.06%에서 2024년 0.68%, 2025년 0.48%로 떨어졌다. 2025년 자기자본비율(CAR)도 20.53%를 기록했다.
2026: 성장 다음 승부는 수익성·디지털
건전성은 다시 관리했지만 수익성이라는 숙제는 남았다. 고객대출은 2025년 24.3% 증가했지만 고객예금 증가율은 14.0%에 그쳤다. 부족한 자금은 금융기관 예금과 차입으로 채웠고 이자비용은 27.7% 늘었다. 순이자마진(NIM)은 2023년 5.08%에서 2024년 4.63%, 2025년 3.79%로 낮아졌고 순이익도 2025년 5.7% 감소했다.
2026년에는 커진 대출자산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익으로 연결하느냐가 다음 시험대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최근 베트남 금융시장은 그 어느 지역보다 디지털화가 급속도로 고도화되고 있으며, 현지의 금융기관들도 앞다투어 디지털 혁신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한베트남은행의 올해 전략은 “대규모의 오프라인 영업점 확장보다는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한은행의 녹색금융 DNA, 베트남으로
신한베트남은행은 신한은행이 지분 100%를 보유한 현지법인이다. 인력 운영과 영업에서는 현지화 비중을 높여왔다. 베트남 현지 인력을 중심으로 조직을 꾸리고 한국계 기업뿐 아니라 현지 기업과 개인 고객으로 영업 범위를 확장시켰다. 녹색금융에서는 신한금융그룹의 전략에 맞춰 재생에너지·친환경 농업 등 현지 사업을 대상으로 관련 대출을 늘려왔다.
일례로 신한베트남은행의 녹색금융 확대는 신한은행과 신한금융그룹이 구축해 온 녹색금융 체계를 현지 시장으로 확장한 결과다. 신한금융은 2020년 ‘제로 카본 드라이브’를 선포하고 2030년까지 누적 30조원의 녹색금융 공급을 목표로 세웠다. 신한은행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여신심사에 반영하고 녹색채권을 발행하는 등 관련 체계를 구축해 왔다.
베트남 법인은 이를 현지 기업금융으로 연결하며 태양광발전을 비롯한 저탄소 사업에 중장기 대출을 공급했고, 2025년 말 녹색신용 잔액을 1조6630억동(약 881억3900만원)까지 키웠다.
※ 환율은 24일 서울외국환중개 100동=5.30원을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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