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성우 칼럼니스트
수(需)는 기다리다, 머뭇거리다는 뜻이 있다. 어떤 정해진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이 때는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오게 돼있다. 주역을 읽다 보면 유독 기다리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 아직 때가 아니다,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겸손해야 한다 등 기다림을 강조한다.
반면 우리들은 일상생활에서는 뭔가 원하거나 기다리는 것이 있으면 속으로 그것이 빨리 오기를 바라고 갈망한다. 여기서 자연의 원리와 인간사 사이의 갭이 발생하는 것이다. 자연의 시간은 정해져 있는데 인간은 자신들의 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 그러다 다 된 국에 재를 빠뜨리는 우를 범한다. 느긋하게 기다리면서 관조할 줄 알아야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당장 성공하고 싶지만 주위 여건이 성숙되지 않으면 사상누각에 불과한 성공이 다가오고 시간이 지나면 허망하게 무너진다. 차근차근 하나씩 다지면서 전진해 나가는 것이 큰 문제없이 무탈하게 진행하는 지름길이다.
주역의 괘중에는 수천(水天) 수(需)가 이런 상황을 설명해준다. 지상의 물이 수증기가 돼 하늘로 올라간 상황이다. 다시 말해 구름이 형성된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비가 돼 내릴 것이니 기다려야 한다. 마치 밥을 할 때 뜸을 들이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여건을 성숙시키기 위한 마지막 담금질 과정이다.
기업의 상황으로 설명해 보면 조직이 비전 위에 있는 상황이다. 정상적인 위계질서에서는 비전이 조직 보다 위에 있어 Top Down으로 전개된다. 일 방향 흐름이다. 그러나 조직이 위에 있고 비전이 밑에 있다는 것은 Bottom Up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결국 중간 부분에서 융화가 이뤄진다. 정비된 비전이 조직 내에 스며들어 새로운 공유가치를 만들어내고 협력을 증진 시키는 상황이다. 하지만 조금 더 기다려야 하는 때다.
이 단계에서의 기다림은 이전의 ‘지화명이’ 단계에서 설명한 기다림과는 성격이 다르다. 지화명이 단계는 캄캄한 어둠속에서 밝음을 기다리는 것이지만 수천수는 농부가 가을을 기다리는 것처럼, 부모가 자식의 성장을 기다리는 것처럼 믿음과 확신이 있는 기다림이다.
지상의 물이 수증기가 돼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되면 멀지 않아 비가 올 것이라는 예상을 하면서 희망을 품고 기다리는 것이다.
인적쇄신 후 전략적 과오·오류를 제거
9부 능선을 넘어선 상황이다. 마지막 피치를 올리기 위해 함량미달의 경영자, 리더들을 솎아내 분위기를 쇄신해야한다. 정비된 비전을 추진하기 위한 조직 재정비를 통해 본격적인 경쟁에 준비한다.
과거 기업이 한창 성장하던 시절에 무주공산 환경에서 충분한 자질이 검증되지 않았던 사람들이 이후 조직의 리더가 되면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소인배적 성향이 강한 검증 안 된 리더들은 자신들의 출세 및 영달에 더 초점을 맞추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이는 시간이 흐른 뒤 밝혀지는 현상이기 때문에 조기 발견에 따른 해결이 어렵다. 직원들을 닦달해 성과만 창출하는 악덕 리더들을 발본 색출해야 한다.
한 사례가 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전자 기업에서 발생한 사례다. 이상하게 많은 사원들이 하나 둘씩 회사를 떠나는데 퇴직 사유를 분석해 보니 인화를 중심으로 하는 기업에 어울리지 않게 리더의 무모한 업무지시와 과다한 근무시간이 문제였던 것이다.
당연히 회사는 그 때부터 동일한 문제를 일으키는 리더들을 찾아내 제거하기 시작했다. 한 5년이 지나고 난 후 다시 조사해 보니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근무 여건이 개선됐다고 한다. 이직률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눈 여겨 봐야할 것은 5년을 기다렸다는 것이다. 한 두 번 해보고 원위치가 아니라 꾸준히 시행한 점이다. 인내심이 필요하다.
정비된 비전을 조직에 전파
기대했던 제품들이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심지어 수요조차 발생하지 않는 상황이 오면 전략의 수정도 고려해야 한다. 원래 기대했던 시장이 아닌 틈새시장이나 파생 시장이 성장해 대체하는 경우도 자주 등장한다.
한 예로 OLED TV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시장은 크게 움직이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눈치를 보고 관망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 와중에 스마트 폰용 OLED 시장이 형성되면서 대체 시장으로서 몫을 다하고 있다.
당연히 전략수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다고 TV 시장을 당장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중소형의 OLED 기술을 발전시키다 보면 현재 대형 TV 생산의 난제들을 보완하는 방법을 의외로 쉽게 찾을 수도 있다.
LCD TV도 대형화 이전에 노트북, 모니터로 이어지는 대체 시장이 성장하면서 TV 시장으로 자연스럽게 전환된 케이스다. 틈새시장, 파생 상품 시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직원들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점진적 개선과 효과 유지
본 단계에서는 새로운 기술로 기존 제품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 잔존하는 문제들을 즉시 해결하고 개선 효과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새롭게 설정한 틈새시장에서 위치를 확고히 하기 위한 생산성 향상에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자동차의 경우를 보자. 전기 자동차가 미래의 자동차라고 하며 테슬라, 구글, 심지어는 애플까지 기존 가솔린 자동차 업계의 선두주자를 무시하고 새롭게 진입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자동차의 경우 충전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런 와중에 가솔린과 배터리를 같이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카가 등장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친환경 자동차라는 좋은 이미지와 우수한 연비 효율을 무기로 시장을 키워 나가고 있다. 당초 도요타는 20여년전부터 프리우스라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먼저 개발했고 이는 전 세계적으로 히트 상품이 됐다.
도요타는 소형 하이브리드카에서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새롭게 형성되는 중형차, 대형차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영역 확장의 키는 그 간 쌓아온 생산성과 효율성이 바탕이 되는 것이다. 하이브리드카 시장이 확장되는 동안 전기 자동차 시장의 난제가 해결이 될 것이고 이때 본격적으로 형성되는 전기차 시장을 누가 차지할 것인지는 쉽게 예측 가능하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기 (Last Spurt)
어렵게 포착한 새로운 기회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궁극적으로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자신 있게 마지막까지 밀고 나가야 한다.
삼성전자나 LG 전자가 궁극적으로 꿈꿔 왔던 LCD TV시장의 잠시 옆길로 갔었지만 꿈을 접지 않았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반면 일본 전자회사들은 초기에 너무 LCD 산업의 수익성과 전망을 자신들 만의 시각으로 봤기 때문에 실기를 하게 됐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추진한 노력의 보상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 스퍼트(Spurt)가 필요한 단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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