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60조 공룡공기업 한국전력 “또 낙하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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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 명암<792>]-한국전력공사

차기 수장 둘러싼 하마평 무성…친정부 인사 유력후보 거론 ‘눈길’

조성우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3-21 00:02:39

▲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 차기 수장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하다. ‘밀실공모’ 논란으로 선정 과정에 투명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친여권 인사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어 관심은 특히 높다. 사진은 한국전력공사 본사 ⓒ스카이데일리

최근 정치권은 물론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한국전력공사(이하·한전) 차기 수장에 대한 관심이 높게 일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공기업인 만큼 수장의 능력에 따라 국민 혈세의 활용도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경선과정이 공개되지 않아 ‘밀실공모’ 논란이 불거져 나오는 가운데 유력 후보로 친여권 인사가 거론돼 논란은 더욱 거세지는 분위기다.

연 매출 60억원, 전기공급 중책 국내 최대 규모 공기업 한전 ‘낙하산 천국’ 오명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한전은 연매출 60조원, 2만1000여명의 임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공기업이다. 우리나라 ‘전력공급’을 책임지는 중책을 맡고 있다. 책임이 막중한 만큼 수장은 강력한 리더십과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맡아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정권 교체 시기마다 당시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은 ‘낙하산 인사’가 수장을 맡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사장 자리 외에 핵심 요직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보니 한전은 ‘낙하산 천국’이라는 오명에도 줄곧 휩싸여왔다. 이런 한전은 지난해 12월 조환익 전 사장이 물러나면서 수장자리에 공백이 생겼다.

그로부터 약 2달여가 흐른 최근에서야 한전은 신임 사장 공모에 나섰고 지난 7일 오후 6시 후보 접수를 마쳤다. 한전은 공모 결과에 대해서는 철저한 비공개 방침을 세웠다. 일각에서는 ‘밀실 공모’라는 비판과 함께 선정 과정과 절차에 대한 투명한 공개를 주장하고 있지만 한전은 비공개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한전의 신임 수장 선정에는 약 2달여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모 결과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결과 발표까지 길어지다 보니 한전의 차기 수장에 대한 하마평만 무성해 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사 대부분이 현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사가 주를 이루자 ‘낙하산 논란’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한전 차기수장 유력후보 2인, 현 정부와 긴밀한 인연 ‘눈길’

정치권 및 한전 등에 따르면 현재 한전 차기 수장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김종갑 한국지멘스 회장, 정창덕 송호대학교 총장 등이 대표적이다. 두 사람 모두 현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김종갑 회장은 경상북도 안동군 출신으로 대구상업고등학교, 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를 취득했다. 지난 1975년 행정고시에 합격하며 공직에 첫 발을 디딘 김 회장은 통상산업부 무역위원회 조사총괄과장, 산업자원부 산업정책국 국장 등을 역임했다. 문재인정부의 전신으로 평가되는 참여정부 시절에는 산업자원부 차관보를 시작으로 특허청 청장, 산업자원부 차관 등 정부 요직을 두루 거쳤다.

차기 한전 사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정창덕 송도대 총장도 현 정부과 인연을 맺고 있다. 전라북도 임실군 출신인 정 총장은 단국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했으며 한국과학기술원 경영정보학 박사를 취득했다. 한국유비쿼터스학회 회장, 한국산업정보보안학회 회장, 강릉영동대 제14대 총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2005년에는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을 지냈다.

주목되는 사실은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 한전을 이끌기에는 다소 부족한 측면이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경영능력과 전문성, 인지도 측면에서도 국내 최대 규모의 공기업 수장을 역임하기엔 부적절하다는 시각이 일고 있다.

우선 김종갑 회장은 산업자원부 관료 출신이지만 전기·전력 분야 경험은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회장은 관료시절 산업정책 및 통상 분야를 주로 담당했다. 하이닉스, 한국지멘스 등을 거친 이력 덕분에 경영능력은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으나 변수가 존재한다.

변수로는 그가 경영을 진두지휘했던 한국지멘스를 둘러싼 갑질 논란이 꼽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를 일삼은 한국지멘스에 대해 시정명령 및 62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한 바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국지멘스는 의료기기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의 시장진입 방해, 병원 거래 차별 등의 행위를 저질렀다.

정창덕 총장의 경우엔 전기산업 분야에 대한 이해도를 갖추긴 했으나 인지도 부분에서 아쉽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전은 탈원전·탈석탄 정책, 해외 원전 수출, 흑자전환 등 각종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들 현안 대부분은 사장이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할 중대 사안들이다.

특히 해결 과정에서 정치권과의 긴밀한 소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평가된다. 청와대 정책기획위원 외에 관료 경험이 거의 없다시피 한 정 총장이 정치권과 긴밀한 소통을 통해 이들 과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게 한전 안팎의 중론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전 소속 한 고위임원은 “현대 차기 수장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물들 대부분이 국내 최대 규모의 한전을 책임지기에 다소 아쉬운 측면을 지니고 있다”며 “한전의 성패는 국민생활은 물론 국가경제와도 직결돼 있는 만큼 능력과 인지도를 모두 갖춘 수장이 선임되길 기대한다”고 귀띔했다.

[조성우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조성우 기자 jsw5655@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