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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가 서서히 막을 내리는 ‘엔데믹(풍토병) 시대’를 맞이해 그동안 억눌렸던 여행에 대한 욕구가 폭발하면서 여행이나 관광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도 이러한 분위기를 감안해 ‘2022 여행가는 달’ 캠페인을 통해 KTX와 항공요금을 할인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어디로 어떤 여행을 가는 것이 좋을지, 무엇을 체험해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지역별 관광콘텐츠를 소개한다. 특히 본지는 올해 3월 엄청난 산불 피해로 실의에 빠진 경북 울진과 강원 동해안 지역주민들에게 힘을 북돋워주기 위해 현장을 직접 방문했다. 이를 통해 울진과 동해안 지역 등 산불 피해 지역의 관광 및 여행 활성화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금주 이슈포커스 주제를 ‘산불 피해지역으로 돈쭐내러가자’로 정해 상하 두편에 걸쳐 집중 조명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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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계속 살아야죠, 어떻게 하겠어요.”
울진에서 만난 택시 기사가 불타버린 산을 보면서 한 말이다. 올해 3월4일 울진군 북면 두천리에서 시작된 산물은 건조한 날씨와 강풍을 타고 급격하게 퍼졌다. 한울원전, 삼척 액화천연가스 기지와 인구 밀집 지역, 금강송 군락지 근처까지 확산된 산불은 역대 최장기간인 213시간 동안 계속 이어진 뒤에야 가까스로 같은 달 13일 오전 9시쯤 진화가 완료됐다.
울진군 4개 읍·면과 삼척시 2개 읍·면 주택 319채와 농·축산 시설 139곳, 공장·창고 154곳, 종교시설 등 31곳 등 634곳이 소실됐으며 총 피해면적은 2만923ha에 달했다. 중앙합동조사단 조사 결과 울진 지역 산불 피해액은 1689억2100만원으로 집계됐으며 복구 비용은 3483억3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 울진 시민은 “산불이 산만 태우는 게 아니라 바람을 타고 사람 사는 곳까지 번져서 마을 전체가 타버린 곳도 있다”며 “가다 보면 컨테이너가 가끔 보이는데 산불 때문에 집을 잃은 사람들이 아직도 살고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의 산불 피해를 뒤로 하고 울진 시민들은 불타버린 삶의 터전을 재건하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이에 본지는 실의에 빠진 울진 시민을 위로하고 지역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울진의 주요 관광지를 직접 찾아다니며 곳곳을 둘러봤다.
관동팔경 중 으뜸 망양정… 2억5000만년 세월 담긴 성류굴
첫 번째로 찾아간 곳은 울진 금강송 군락지 근처 두천리다. 금강산의 이름을 본떠 지어진 금강송 소나무가 울창하게 자란 금강송 군락지는 숭례문 화재 복원 때 이곳의 금강송을 사용했을 정도로 보존 가치가 높다. 그러나 산불이 퍼지면서 금강송 군락지 주변 지역도 피해를 입었다. 실제로 두천리에도 붉게 변한 산들이 눈에 띄었다.
이번에 찾아간 두천리 보부상길은 조선 시대에 보부상들이 봉화, 영주, 안동 등 내륙지방으로 행상을 하던 길이다. 먼 길을 가는 동안 물고기가 상할 수도 있어 소금에 절여서 가져갔던 것이 바로 오늘날에도 유명한 안동 간고등어의 유래다. 금강송 군락지는 보부상길 외에도 다섯 개의길이 있으며 예약을 하면 안내인과 함께 동행할 수 있다. 이번 취재에서는 시간 관계상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지만 여유롭게 산행하며 트레킹 여행을 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두천리에서 버스를 타고 죽변항 쪽으로 향했다. 죽변항은 이번에 소개하는 여행지 가운데 북쪽에 위치한 곳이다. 울진 여행을 계획하면서 어디부터 갈지 고민된다면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는 방식을 추천한다. 더 북쪽에 있는 나곡해수욕장이나 원자력전시관에 들를 생각이 있다면 거기서부터 시작해도 된다. 다만 중간중간 이동해야 하는 거리고 있고 버스 간격이 띄엄띄엄 있어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이 보다 편리할 것이다.
죽변항에 도착해서 조금 더 걸으면 드라마 ‘폭풍속으로’ 세트장으로 갈 수 있다. 바닷가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었지만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해지면서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관광지로 바뀌었다. 오랜 기간 이 지역을 지켜온 죽변 등대와 집에서 내려다 보이는 바다 풍경이 환상적이다.
세트장에서 내려다보이는 ‘하트 해변’ 또한 유명하다. 밀물과 썰물로 침식과 퇴적을 반복하면서 하트 모양이 됐기 때문에 ‘하트 해변이라고 불린다. 하트 해변으로 가는 길에는 케이블카와 산책로가 있어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감상할 수도 있다. 여기에 드라마 촬영지로 가는 길에 있는 죽변항에는 수산시장과 횟집이 많아 갓 잡아 올린 신선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죽변항에서 울진 시내로 내려와 조금 가면 울진 은어다리가 있다. 은어다리는 은어를 본딴 멋들어진 장식물이 있는 보행자용 다리다. 울진 은어다리는 동해안 자전거길(경북)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울진은어다리에서 시작해 망양휴게소와 월송정, 후포항을 지나 더 아래의 영덕 해맞이공원까지 이어진다. 전체 거리는 76km이며 예상소요시간은 약 5시간 15분이다.
은어다리에서 조금 더 내려오면 관동팔경 중 하나인 망양정이 있다. 망양정은 조선 숙종이 관동제일루라는 편액을 하사할 만큼 관동팔경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힌다. 언덕을 올라 망양정에 오르면 원피천과 이어진 바다가 한눈에 보인다. 망양정에서 보이는 해면은 망양정해수욕장으로 물놀이를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망양정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성류굴이 있다. 성류굴은 2억5000만년 전에 형성된 석회암 동굴이다. 종유석이 마치 금강산 같다고 해 지하금강이라고도 불린다. 성류굴의 이름은 성스런 부처가 머뭇던 곳이라는 뜻으로 임진왜란 때 왜군을 피해 불상들을 굴안에 피신시킨 것에 유래했다.
동굴 안으로 들어가면 무더위에 지친 여행객을 서늘한 공기가 감싸준다. 수억년동안 형성된 종유석과 석순, 석주가 인상적이다. 안전을 위해 관람로를 만들어놓기는 했지만 동굴을 크게 해치지 않게 만들었기 때문에 중간중간에 실제로 동굴 탐험을 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다만 바닥이 미끄러운 곳이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걸을 것을 추천한다.
스릴 가득 등기산 스카이 워크… 갓 잡은 대게 요리해 주는 대게거리
둘째 날에는 울진 아래에 있는 후포를 찾았다. 울진에서 버스를 타면 1시간30분 정도가 걸린다. 버스가 해안선을 따라 내려가기 때문에 창문 밖으로 동해바다가 보인다. 차를 타고 해안가 드라이브를 즐길 수도 있고 앞에서 언급한 대로 자전거 도로를 이용할 수도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긴 트레일 거리인 ‘해파랑길’을 따라 도보 여행을 즐기는 이들도 있다.
울진에서 후포로 가는 길에는 관동팔경 중 하나인 월송정이 있다. 고려시대에 지어진 월송정은 조선 연산군 때 관찰사 박원종이 중건했다. 그 뒤 세월이 지나 예전 같지 않아졌지만 1980년에 고려 양식으로 복원한 것이 월송정이다. 소나무 숲을 지나 월송정에 오르면 숲 내음과 함께 아름다운 해안가가 보인다. 숲 안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니 이 또한 절경이다.
월송정에서 걸어서 조금만 가면 구산해수욕장이 나온다. 2019년 ‘캠핑클럽’에서 핑클의 세 번째 정박지로 선택해 다시 주목받은 구산해수욕장은 깨끗한 바다와 백사장에 더해 소나무 숲에서 캠핑할 수 있다. 월송정처럼 소나무 숲에서 더위를 피하면서 바다를 같이 느낄 수 있다.
월송정에서 다시 30분쯤 내려오면 등기산 스카이워크가 있다. 등기산 스카이워크는 하절기 기준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운영한다. 20m 높이에서 목재 데크 구간 68m, 스틸그리이팅 구간 10m, 접합강화유 리구간 57m로 구성됐다. 강화유리 구간은 안전 문제로 꼭 덧신을 끼고 입장해야 한다. 강풍이나 악천후가 있을 시에는 운영하지 않는다.
등기산 스카이워크에 들어서니 바닷바람과 함께 유리 바닥 아래로 코발트색 바다가 보인다. 스카이워크 끝에는 선묘라는 이름의 동상이 있다.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당나라로 건너가 어떤 집에 머물게 됐는데 그 집 딸인 선묘가 의상을 사모해 귀국할 때 대사를 모시고 불도를 이루겠다고 바다에 몸을 던져 용이 됐다고 한다. 스카이워크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울진 갓바위도 볼 수 있다. 갓바위에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고 하니 간직했던 소원 하나를 빌어보자.
스카이워크 바로 옆에는 등기산 공원으로 이어진 출렁다리가 있다. 흔들리는 출렁다리는 다소 무서울수도 있지만 오히려 스릴을 느낄 수 있다. 출렁다리 위에서 보는 등기산 풍경도 제법 볼만하다. 등기산 근처에는 후포리 신석기 유적관, 울진 대게 홍보전시관 등도 있으니 이곳에 온 김에 들를만하다.
울진에 왔으니 대게를 먹지 않으면 섭섭하다. 울진 대게는 크다고 해서 대게아 아니라 대나무처럼 다리에 마디가 있어서 대게하고 한다. 스카이워크에서 내려와 길을 걸으면 울진후포대게거리가 있다. 대게를 먹고 싶다고 말하면 수조에 담긴 대게를 그 자리에서 꺼내서 무게를 재고 곧바로 요리해준다. 질 좋은 대게를 값싸게 먹을 수 있는 시기는 12월부터 5월까지라 시기가 약간 맞지 않지만 살이 가득 들어찬 집게살에 등딱지에 밥까지 비벼 먹고 나니 울진에 왔다는 기분이 든다.
대게 거리 끝에는 SBS에서 방영했던 ‘백년손님’으로 유명해진 후포 벽화마을이 있다. 울진 특산물인 대게 벽화를 시작으로 꽃과 새가 그려진 벽들이 이어지며 백년손님 촬영 당시에 인기를 얻었던 마을 주민들과 출연진 벽화도 있다. 먼 거리를 지나온 여행객에게 여유를 찾을 수 있게 한다.
1박2일간의 울진 여행이 끝났다. 시간과 지면이 부족해 기사에 담지 못한 곳이 많아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여름 여행지를 찾는다면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울진에서 여유롭고 풍족한 시간을 지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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