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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의 공군력을 보유한 미국이 군사 전략의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2026년 국방 예산안 초안에서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A의 구매량을 기존 연간 48대에서 24대로 대폭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예산 절감 차원을 넘어 유인 전투기 중심의 전통적 공군 전력에서 무인 드론 체제로의 본격적인 전환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하는 정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드론 안보 강화 및 산업 육성’ 행정명령은 중국산 드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 중심의 드론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장비 도입 정책이 아니라 자국 기술 기반을 강화하고 군사 공급망의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이다.
미국이 무인 전력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이 크게 작용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수천 대의 소형 자폭 드론과 정찰 드론을 전장에 투입해 기존 전쟁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상용 드론을 개조해 전차·참호·지휘소를 공격하는 모습은 군사 전문가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과거에는 MQ-9 리퍼나 글로벌 호크 같은 고가의 군용 드론이 주로 사용됐지만, 이제는 저렴한 소형 드론이 정보 수집과 타격 임무 모두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이 입증된 것이다. 이는 고성능 무기에 의존하던 기존의 전쟁 방식이 더 이상 효율적이지 않음을 의미한다.
유인 전투기와 무인 드론의 경제적 차이는 더욱 극명하다. 미국 공군의 F-35A 한 대의 도입 비용은 약 8000만 달러(약 1080억 원)에 이르며, 조종사 양성 비용만 해도 약 1300만 달러(약 175억 원)가 소요된다. 여기에 유지보수 비용까지 합치면 1억 달러(약 1350억 원)를 훌쩍 넘는다.
반면 소형 자폭 드론은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 수준으로 생산이 가능하며, 인명 손실의 위험도 없다. 고가의 유인 전투기를 대량으로 보유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드론을 다수 확보해 압도적인 화력과 정밀 타격 능력을 갖추는 것이 현대전에서 더 유리한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향후 유인 전투기는 핵심 전략 임무나 후방 통제 등으로 역할이 제한될 전망이다. 대신 전장의 주도권은 인공지능(AI) 기반 자율 전투 드론이 쥐게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이미 드론을 단순한 정찰 보조 장비가 아닌 주력 전투 체계로 규정하고 관련 기술 개발과 인재 양성, 산업 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늘날 전장은 ‘작고, 빠르고, 저렴한’ 무기 체계로 재편되고 있다. 미국이 드론과 AI 기반 무기체계를 강화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연이며, 러·우 전쟁은 그 타당성을 이미 입증했다.
한국 역시 이 같은 변화에 발맞춰야 한다. 드론 기술 확보는 더 이상 미래의 과제가 아닌, 국가 안보의 생존 문제다. 수십억 원짜리 전차를 저렴한 드론 한 대가 무력화시킬 수 있는 시대에 전쟁의 승패는 무기의 가격이 아니라 기술력과 창의적인 운용 능력에 달려 있다.
세계는 이미 ‘드론 시대’에 진입했으며, 미국은 그 선두에서 새로운 전장을 설계하고 있다. 이제 전쟁의 주역은 조종사가 아닌 알고리즘, 전투기가 아닌 드론이 될 것이다. 한국도 이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기술 개발과 전략적 투자에 힘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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