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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민간 보험사에 막대한 이익을 안기는 창구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아온 ‘환경책임보험’이 개선된다. ‘환경책임보험’은 환경에 피해를 입힌 기업에 배상 책임을 부여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보험금 지급이 느린데다 손해율도 턱없이 낮아 실질적인 피해 지원이라는 도입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유사 정책보험과 비교해도 턱없이 낮은 손해율
지난 10월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보험사가 환경책임보험으로 과도한 이익을 거두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환경부에 따르면 환경책임보험으로 인한 보험사 영업이익은 △1차 연도(2016년 7월~2017년 6월) 141억원(19%) △2차 연도(2017년 7월~2018년 6월) 213억원(27%) △3차 연도(2018년 7월~2019년 6월) 255억원(29%) △4차 연도(2019년 7월~2020년 5월) 335억원(38%) △5차 연도(2020년 6월~올해 5월) 308억원(34%) 등으로 드러났다.
최근 5년간 보험사 전체 영업이익의 합계액은 1253억원, 영업이익률은 30%로 집계됐다. 매출액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영업이익률은 두 자릿수만 되도 호실적으로 평가받는다. 반면 보험사가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지급한 보험금은 사업장이 납입한 보험료의 7.3%(손해율)에 불과했다. 보험료로 100억원을 내면 7억3000만원만 지급받았다는 의미다. 이는 유사 정책보험인 가스사고배상보험(19.3%), 특수건물화재보험(66.2%), 농작물재해보험(186%) 등과 비교해서도 터무니없이 낮은 수치다.
보험금을 청구해도 지급받는 비율은 낮았다. 환경부에 따르면 환경책임보험 제도가 시행된 2016년부터 최근까지 환경책임보험금 지급이 신청됐으나 지급되지 않은 건은 42건이며, 이 중 자기부담금보다 손해액이 낮아서 지급되지 않은 비율이 57%(24건)를 차지했다.
여기에 늑장 손해사정으로 인해 보험금 지급에 평균 482일이나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보험이 보험사 영업이익을 키워주는 창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노웅래 의원은 “환경책임보험은 기업이 가입여부를 선택할 수 없는 의무보험인데 정작 이윤의 대부분을 민간보험사들이 가져가고 있다”면서 “보험을 기금 형태와 같은 국고로 전환하는 등 전면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환경부조차도 피해구제 확대 및 손해율 개선이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올해 1월 환경부가 펴낸 ‘2020년도 자체평가결과 보고서’에서 “소액의 구제급여 지급, 건강피해에 한정된 소극적 구제에 따른 구제계정 적립 과대 등 제도가 경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원인자로부터 배상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으로 민사상 손해배상에 해당하는 위자료나 일실수익이 포함되지 않고 본인이 부담한 의료비만 지급 △법적 근거가 있음에도 재산피해보상 신청·지원 실적이 전무, 구제급여 지급 후 원인 시설 또는 부지에 대한 제거·개선사업 연계 미비한 점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현실 무시한 산정기준’ 기업들 볼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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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스카이데일리 |
환경책임보험은 2012년 경상북도 구미에서 발생한 불화수소(불산은 불화수소를 물에 녹인 액체) 가스 누출 사고 이후 2014년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환경오염피해구제법)’ 제정으로 도입됐다. 일정 규모 이상이거나 유해물질을 취급하는 시설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환경책임보험 의무가입 대상기업 1만4388곳 가운데 1만4030곳이 가입해 가입률이 97.5%에 달했다. 휴·폐업 등을 제외할 경우 가입률은 98.93%에 이른다. 1년 단위로 재계약하며 올해에는 DB손해·농협손해·AIG손해·삼성화재·현대해상 등 5개 보험사가 맡았다.
하지만 기업들에서는 환경책임보험의 산정 기준이 사업장 현실을 무시한 채 불합리한 산정 기준을 적용해 경영에 상당한 제약으로 작용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현행 환경피해구제법은 오염물질의 보유량과 사업장의 크기 등을 기준으로 가·나·다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등급에 따라 최대 수천만원의 보험료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오염물질의 실제 보관량이나 허용량이 아니라, 유통되는 누계 총량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산정하는 것도 보험료를 올리기 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기업의 불만이 지속되자 앞서 환경부는 올해 5월에도 환경책임보험 개편안을 내놓은 바 있다. 환경 피해 사고 발생 시 기업의 자기분담율을 최고 보상한도의 0.5~1%로 완화하는 게 핵심 내용이었다. 예를 들어 30억원 보상한도의 환경책임보험을 가입한 사업장의 경우, 자기부담금이 1500만 원(보상한도의 0.5%)에서 300만원(보상한도의 0.1%)으로 줄어든다.
또한 무사고 할인율(5%)이 새롭게 도입되고, 환경안전관리가 양호한 시설에 대한 할인율이 최대 10%에서 15%로 확대되는 등 보험료 할인 혜택이 현재보다 두 배인 20%로 늘린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도 보험사들의 과다 수익을 막기에는 미흡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초과손해율’에서 ‘손익분담 재보험’ 방식으로 변경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환경부는 환경책임보험으로 보험사가 과도한 수익을 얻지 않도록 국가와 수익·손실 분담 방식을 변경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또 사고 발생 시 보다 빠르게 보험금을 지급해 실질적으로 피해를 지원하도록 제도를 개편하기로 했다.
환경부 초안에 따르면 환경책임보험은 ‘초과손해율’ 방식에서 ‘손익분담 재보험’ 방식으로 변경된다. 현재는 환경책임보험으로 보험사가 과도한 손실을 볼 경우에만 국가와 이를 분담하지만, 앞으로는 과도한 수익을 얻을 때에도 국가와 나누게 된다.
예컨대 환경책임보험으로 총 600억원의 수익금(순보험료)을 걷었다면 보험사 몫은 지금의 400~550억원대에서 60~70억원대로 줄어들며 300억원 이상이 국가 공적자금에 쌓인다. 초과이익은 대형 환경 사고에 대한 보험금 등 공적 용도나 피보험 기업의 환경 개선 등에 활용할 방침이다. 약 16개월이 소요되는 사고 조사 기간은 6개월 안팎으로 줄여 보다 신속하게 보험금 지급을 결정하게 된다.
아울러 △보험사 이익 100억원 이하 제한 △환경안전관리 우수사업장에 보험료 환급 및 할인율 확대 △정부에 손해사정조사 직권명령 권한 부여 △위험평가 등 약정 미준수 보험사에 위약금 부과 및 미개선 시 약정 해지 △환경손해사정사 교육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달 환경부 의뢰를 받은 보험연구원이 이 같은 내용의 연구용역에 들어갔다. 결과가 나오면 전문가 자문 등 의견 수렴을 거쳐 내년 중 도입할 방침이다.
환경부는 현재 초안을 토대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결과가 나오는 대로 개선안을 마련해 법령 및 약관 개정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개별 보험사에서 딱히 불만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며 “(환경부 초안이) 합리적인 수준이라는 분위기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보험업계는 환경부 결정을 따르겠다는 모습이다. 올해 환경책임보험 사업에 참여한 한 보험사 관계자는 “아직 환경부와 직접적으로 개선안에 대해 논의하거나 협의한 적 없고 오히려 언론 기사를 보고 알았다”며 “향후 (환경부가) 약관 개정 등에 관해 협의하자고 하면 기꺼이 응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가지 이유로 환경부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면서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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