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문화공정 야욕이 노골화되고 있다. 최근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강원도청 소속 선수가 명백한 편파판정 앞에 중국에 메달을 강탈당하고 한복이 중국 문화로 소개돼 공분이 일고 있다. 그런데 다른 곳도 아닌 ‘강원’에 중국 자본이 투입된 시설물 건설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 조짐이 일고 있다.
문제의 시설의 정식 명칭은 차이나드림시티다. 직역하면 말 그대로 ‘중국몽(中國夢) 시티’가 된다. 중국몽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천명한 ‘중국 주도의 세계질서 개편’이 내용이다. 여권의 유례없는 대중(對中) 저자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문화공정에 대한 단호한 조치 없이는 대한민국이 사실상 중국의 ‘문화적 속국’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치솟는다.
“마음에 까는 일대일로” 中문화타운 강행한 최문순
강원도는 최문순 지사 등 주도로 진행된 중국복합문화타운 건설 논란으로 몸살을 앓은 곳이다. 해당 관광단지는 120만㎡ 규모로 편파판정이 발생한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 등을 기념하기 위해 추진됐다. 완공 목표 연도도 2022년이었다.
최 지사는 이곳을 두고 ‘마음에 까는 일대일로(一帶一路)’라고 평가했다. 그는 2019년 12월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인터넷판 인터뷰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차이나타운은 전 세계에 많이 있지만 중국 문화를 인위적이고 고급스럽게 한 군데 모아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복합문화타운은 최초”라며 “그간 한중 문화교류는 간헐적이었다. 이제 상시적 문화교류 공간이 만들어지기에 두 나라 간 유대감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복합문화타운은) 마음속에 까는 일대일로”라며 “문화라는 건 수백 년, 수천 년을 이어기고 공간적으로도 널리 퍼져가는 힘이 있다. 이것이 잘 자리 잡으면 두 나라는 물론 전 세계가 문화 속에서 서로 교류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일대일로는 시 주석이 중국몽 실현을 위해 야심차게 추진한 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이다. 저개발 국가를 대상으로 중국이 대규모 투자‧지원을 한다는 내용이지만 해당 국가들이 금융 취약국으로 전락해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만 높인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여론은 극도로 비판적이었다. 지난해 3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강원도 차이나타운 건설을 철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랐다. 청원인은 “이곳은 대한민국이다. 국민은 대체 왜 우리나라 땅에서 중국 문화체험 빌미를 제공해 왜 대한민국에 작은 중국을 만들어야 하나. 중국에 한국 땅을 주지 말라”며 “최 지사가 국민‧강원도민 반대에도 건설을 추진하는 이유가 뭔지 묻고 싶다”고 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약 한 달만인 4월 청원에 달린 동의는 총 67만780건이었다. 최 지사는 당초 강원도민일보 인터뷰에서 “일각에서 가짜뉴스를 엉뚱하게 생산하고 있다. (차이나타운 건설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강행 의지를 나타냈다. 한중문화타운은 중국인 집단거주시설이 아닌 한중 문화를 소개하는 관광시설이라는 게 강원도 입장이었다.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실 디지털소통센터는 “창의적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색하되 목적에 맞게 사업이 구상되고 있는지, 현실 구현 가능성이 있는지 등에 대해 지자체와 함께 정부도 면밀히 살피겠다”고만 했다.
건설 반대 청원에 대한 중국 측 반응은 불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는 지난해 4월 한국 보수세력이 반대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는 음모론을 펼쳤다. 중국 영화평론가인 스원쉐는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반대 청원은 일부 사람들의 문화적 열등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슷한 시기 추진된 차이나드림시티 “한중 전통문화 ‘융합’”
노도와 같은 여론 물결 앞에 결국 중국복합문화타운 민간사업자는 두 손 두 발을 들고 말았다. 해당 업체는 청와대 청원이 마감된 후인 지난해 4월 말 강원도에 사업 전면 재검토 입장을 전달했다. 최 지사는 끝까지 “코로나로 인해 국민이 살기 어려워지자 혐오정서가 확산되고 이게 강원도에 대한 혐오로 나오는 것 같다”며 반대 이유의 본질을 가리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근래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의 편파판정‧문화공정은 반중정서에 한층 불을 지폈다. 7일 베이징 캐피탈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2조 경기에서 강원도청 소속 황대헌, 한국체대 이준서는 각각 조 1‧2위를 기록했지만 모두 레인 변경 반칙으로 결승행이 좌절됐다. 두 사람 대신 결승에 오른 건 모두 중국 선수였다.
개막식에서는 한복을 입은 여성이 소수민족 대표 중 한 명으로 등장해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전달하는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이를 두고도 중국이 ‘한복공정’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 백과사전은 그간 한복이 한푸(漢服)에서 기원했다고 주장해왔다. 중국은 나아가 김치 등도 자국 문화라고 선전해왔다.
그런데 앞서 강원 강릉시 정동진에도 ‘정동진 차이나드림시티’ 건설이 추진된 것으로 알려져 또다시 논란이 일었다. 해당 관광시설은 최 지사, 중국 자본인 A사가 정동진리 일대 약 50만㎡ 부지를 매입해 콘도‧호텔‧공연장‧미술관 및 휴양시설을 갖춘 복합관광리조트를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강원도‧A사는 4800억원의 중국 자본을 투입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토지 매입은 2014년 7월에 이미 약 150억원의 가격으로 이뤄졌다.
당초 이 사업은 정동진 지구의 부동산투자이민제 진행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위기를 맞은 바 있다. 투자이민제는 법무부 장관이 고시한 지역 휴양시설에 기준금액 이상을 투자한 외국인에게 국내 ‘거주자격’을 주고 5년이 지나면 ‘영주권’을 주는 제도다. 그러나 지난해 1월 법무부가 2024년까지의 투자이민제 연장 건의를 의결함에 따라 사업에는 숨통이 트였다. 지역 정치권은 “이 조치로 차이나드림시티 사업에 탄력이 붙게 됐다”고 평가했다. 강원도 중국통상과장 B씨는 “투자이민제 연장을 외국인 투자 전환점으로 삼겠다”고 했다.
확인 결과 A사는 공식홈페이지에서 사업에 대해 “특히 ‘한국과 중국의 전통문화’를 ‘융합’한 차별화된 리조트를 건설해 한국과 전 세계 관광객을 사로잡는 동해안의 새 관광명소로 만들어가겠다”고 설명하고 있다.
강원도 관계자는 해당 사업이 지금도 추진되고 있는지 여부는 함구했다. 다만 “차이나타운의 성격은 아닌 것으로 안다”며 중국복합문화타운 논란 당시의 최 지사 주장과 비슷한 입장만을 내놨다. 국민의힘 춘천갑 당협위원장으로 6.1지방선거 강원도지사 출마 하마평이 나오는 김진태 전 의원은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춘천시민자유연합 측은 “이 같은 중국 자본 유치사업은 고용효과,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전혀 없이 오로지 중국의, 중국인에 의한, 중국인을 위한 매국적 식민사업”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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