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중 정책에도 변함없는 ‘전랑 외교’…외교 정책 수정 목소리 커져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식에서 한복을 입은 여성이 등장해 몇 년 째 이어져 온 중국의 문화침탈 논란이 다시 일었다. 중국은 한복이 자국 소수 민족인 조선족의 의상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으나 한국의 문화를 중국문화로 편입시키려는 공작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후 쇼트트랙 경기에서 우리나라의 황대헌 선수가 중국 선수를 추월하는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실격 당해 판정 시비 논란마저 불거진 바 있다.
편파 판정 논란은 한·중 네티즌 간의 갈등으로도 번졌다. 황대헌 선수의 인스타그램에는 황 선수와 한국을 조롱하는 내용의 댓글이 주렁주렁 달렸고,이것이 알려지면서 한국 네티즌 사이에서도 반중 감정이 심화됐다.
주한 중국 대사관은 SNS를 통해 편파 판정 논란에 대해 반박했다. 주한 중국 대사관은 “일부 한국 언론과 정치인들이 중국 정부와 베이징 올림픽 전체에 화살을 돌리고 심지어 반중 정서를 부추기며 양국 국민의 감정을 악화시켰고,중국 네티즌들의 반격을 불러일으켰다”고 주장하면서 “우리는 이에 대해 엄중한 우려와 엄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사안이 본격적으로 외교 분쟁으로 번진 것도 아닌 상황에서 주한 중국 대사관이 ‘우려’, ‘엄정’ 등 강경한 외교적 표현을 사용한 것은 과응 대응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더해 해당 발언이 최근 중국의 ‘전랑(戰狼-늑대 전사) 외교’의 전형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전랑 외교는 중국의 액션 영화 ‘특수부대 전랑 2’에서 유래된 말로 중국 외교관이 채택한 것으로 알려진 공격적인 외교 스타일을 가리키는 용어다. 공격적이고 대립적인 언행을 구사하는 것에 더해 중국과 관련된 비판과 법적 분쟁을 적극적으로 차단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중국이 패권국가로 도약하려는 야욕을 드러내며 전랑 외교 성향은 더욱 강해지는 추세다.
이러한 중국의 외교 성향은 2017년 사드 배치로 한중관계가 악화되면서 본격적으로 부각됐다. 당시 한국을 방문한 천하이 중국 외교부 아주국 부장관은 한국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소국이 대국에 대항해서 되겠냐”고 발언해 한국에 대한 중국의 인식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중국의 이러한 전랑 외교에 맞서기 보다는 유화적인 외교 기조를 보여 왔다. 문재인 정부는 △사드 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 방어(MD) 체계 참여 △한·미·일 군사협력을 하지 않겠다는 ‘사드 3불 약속’을 내놓고 시진핑 주석의 한국 방문을 추진하며 친중 행보를 이어갔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의 한국 방문이 이뤄지지 않고 중국의 문화 침탈 시도가 계속되며 친중 외교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친중 정책이 비판의 도마에 오르며 현재 한중 관계 악화의 도화선이 됐던 사드 문제도 계속해서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한국은 중국의 경제 보복을 경험했지만 중국의 경제 제재에 굴복하면서 안보 이익을 희생시켰다”며 “이런 조치는 안보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 정부의 주권적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문재인 정부의 외교 정책을 비판했다. 윤 후보는 경기 북부 등 수도권 방어를 위해 사드 1개 포대를 추가 도입하겠다는 공약도 내놓은 상황이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 후보 역시 “사드 도입은 중국 자극 이전에 주권 문제다” “대한민국이 사드를 배치하든 안 하든 중국이 간섭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문재인 정부의 3불 정책을 비판한 바 있다.
쿼드·오커스 등 중국 팽창 동맹…전문가들 “한국도 협력해야 한다”
중국이 패권주의 성향을 드러내면서 국제사회에서도 중국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신장·위구르 지역에서의 인권 침해, 홍콩에 민주주의 억압과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무책임한 행태가 겹치며 본격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야욕을 저지하는 대표적인 국제기구인 쿼드는 미국, 일본, 인도, 호주 등 4개국이 국제 안보를 주제로 가지는 정기적 정상 회담으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목표로 한다. 쿼드는 직접적으로 중국을 견제한다고 밝힌 적은 없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국의 확장을 견제하기 위한 동맹으로 평가받고 있다.
쿼드는 법치, 항행과 비행의 자유, 분쟁의 평화적 해결, 민주적 가치, 국가들의 영토적 온전함 등의 가치를 주장하며 중국의 남중국해 영향력 확장, 홍콩 민주주의 탄압 등을 견제하고 있다.
중국 관영 언론 환구시보는 “쿼드가 인도-태평양을 분열시키고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다양한 세력을 선동하고 있다”며 “미국이 쿼드를 중국 견제용 폭력 집단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쿼드 가입 국가들에게 “그들이 중국의 핵심 이익이라는 레드라인을 밟으면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를 신경 쓰지 않고 그들을 처벌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쿼드에 직접 가입하지 않아도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문성묵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 소장은 “굳이 중국 견제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쿼드가 추구하는 가치들은 인도-태평양을 통해 대부분의 물자를 수송하는 우리나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가치들이다”며 “국익을 생각한다면 쿼드 체제와 협력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문소장은 이어 “문재인 정부가 중국 눈치를 보며 어중간한 자세를 취하는 동안 중국에도 별로 힘이 안 되고 마국에는 동맹국으로서의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주권 국가로써 당당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9월에는 미국, 영국, 호주으로 구성된 군사동맹 오커스(AUKUS)가 출범했다. 해당 동맹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외교, 안보, 국방 협력 심화를 목적으로 발족됐으며 국방·외교 고위 관료 간 회의에 더해 최첨단 과학기술 분야, 장거리 공격, 실시간 네트워크, 수중 등 국방 핵심기술 분야까지 공유하는 동맹이다. 오커스 역시 직접적으로 중국을 언급하지는 않지만 중국의 영향력 확대 저지를 위한 동맹으로 분석된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오커스가 지역 평화를 심각하게 해칠 위험이 있으며 군비 경쟁을 강화한다”며 “구시대의 냉전 사고방식으로 스스로의 이익을 해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진기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산하 국방사이버안보연구센터 센터장은 “오커스와 같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결성된 동맹 참여 국가들은 대부분 우리의 우방 국가다”며 “전통적인 우방 국가들과의 동맹 관계를 확실히 다지는 것이 한반도 안보에 직접적인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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