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남자 선수로 쇼트 프로그램 5위 안에 진출한 선수, 완벽한 연기로 주목받고 있는 ‘피겨계의 프린스’라는 별칭을 가진 차준환 선수. 그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 사용한 음악이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의 아리아 중 ‘공주는 잠 못 이루고’였는데요. 김연아 선수가 은퇴 후 가진 한국에서 열린 갈라쇼에서 사용한 곡이기도 합니다. 빨간 드레스를 입고 열정적이고 우아한 연기를 보여준 김연아 선수의 모습은 잊을 수 없습니다. 김연아 선수의 무대를 본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투란도트의 아리아도 잊을 수 없을 거예요. 영국 오디션 프로그램, ‘브리튼즈 갓 탤런트’에서 상을 받은 폴 포츠와 영화 ‘파바로티’의 실제 주인공 김호중 씨가 이 아리아를 부르면서 대중에게 더 알려지게 되었죠.
투란도트의 배경이 고대 중국인 것은 차준환, 김예림 선수 둘 다 이 음악을 선택한 이유였을 지도 모르겠네요. 풍성한 오케스트레이션과 아리아의 중간쯤에 나오는 누구나 들어도 알만한 감동적인 아름다운 주선율이 피겨 스케이팅과 찰떡궁합인 것은 말할 필요도 없지요. 특히 승리의 확신에 차서 부르는 아리아는 선수가 자신감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고 관객이 희망을 안고 경기를 보는 힘이 되지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유럽 사람들은 동양에 관한 관심이 커졌고 푸치니도 일본을 배경으로 한 오페라 ‘나비부인’을 시작으로 중국을 배경으로 한 오페라 ‘투란도트’까지 창작하게 됩니다. 푸치니는 거의 1년에 걸친 구상을 마치고 투란도트의 작곡을 시작하지만, 끝까지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총 3막 중 미완성된 마지막 부분은 이탈리아 작곡가 프랑코 알파노가 마무리하게 되죠. 알파노는 공모를 통해 가장 ‘푸치니다운’ 작곡가로 뽑혔지만, 투란도트의 초연에서 지휘자 토스카니니는 알파노가 작곡한 일부분을 아무 양해 없이 삭제하고 발표했습니다. 알파노는 토스카니니에게 서운함을 표현하는 정도로 그쳤지만 거장의 힘에 큰 반박은 못 했지요.
투란도트의 내용을 살펴볼까요. 투란도트 공주는 자신이 내는 세 개의 수수께끼를 모두 맞추는 사람과 결혼할 것이라고 알립니다. 하지만 단 한 문제라도 틀리면 죽음을 면치 못하게 된다는 섬뜩한 포고를 하는데요. 이는 그녀의 어머니를 죽게 만든 사람들에 대한 복수심 때문이라는 복선이 깔려있습니다. 투란도트에 반한 칼라프 왕자는 수수께끼에 도전해서 세 문제 모두 맞히게 되는데요. 하지만 공주는 결혼을 거부합니다. 거꾸로 왕자가 공주에게 제안하죠. 동이 틀 때까지 투란도트가 왕자의 이름을 맞추면 왕자는 죽을 것이고 못 맞추게 되면 결혼하자고요. 둘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투란도트’는 대부분의 푸치니 오페라의 결말과는 반대죠. 그래서 창작에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후문도 있습니다.
투란도트의 예술적 가치는 다양하고 풍성한 오케스트레이션에 있다고 할 수 있는데요. 푸치니가 사용한 온갖 종류의 타악기- 팀파니, 트라이앵글, 북, 심벌즈, 공, 첼레스타, 탐탐, 글로켄슈필 등-는 푸치니 오페라 중에서도 투란도트를 가장 화려하고 풍성한 음향을 가질 수 있게 했죠. 또 오페라의 등장인물마다 고유하게 쓴 관현악법, 예를 들어 칼라프는 현, 투란도트는 목관과 현, 황제는 금관악기처럼 각 인물과 그를 대표하는 악기들을 조합해서 인물의 특징과 심리묘사도 가능하게 했습니다.
투란도트의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들으면 베이징 올림픽의 차준환 선수의 무대가 떠오를 정도로 그의 연기와 몸짓은 아름다웠습니다. 피겨 스케이팅에서 음악은 생명입니다. 안무 구성부터 리듬과 박자, 기술, 심미적인 것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죠.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피겨 스케이팅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인 만큼 그들이 선택한 클래식 음악도 대중들에게 가까이 다가갔을 거라 믿습니다. 클래식 음악에 입문하려는 분들도 클래식을 이미 사랑하는 분들도 피겨 스케이팅 선수들이 고른 클래식 음악을 그들의 스케이팅 무대와 함께 들어 보시길 권합니다. 차준환 선수의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 경기의 투란도트 아리아부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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