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 몸담고 살 때는 시야의 반경이 가족과 친지와 몸소 속한 모임에 집중되어 있었던 것 같다. 잊을만하면 발생하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 행위가 보도될 때마다 당황하고 떨기보다 고국의 그늘이 베푸는 보호를 믿고 쉽게 일상으로 돌아갔던 것 같다. 그런데 고국을 떠나 외국살이를 해 보면 세계 어디에 살더라도 한국인은 영원히 한국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가 보다. 아울러 멀리 떨어져 있게 되면 고국을 가슴에 품게 되는가 보다.
20년 전만 해도 영국의 보통사람들 사이에서 ‘한국’이란 나라를 제대로 알고 있던 이들이 그리 흔치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혹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든가 사업과 단체에 연루되어 한국을 방문했던 적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한국이 남과 북으로 갈라져 있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였다. 영국인 모임에 갔더니 한국에서 온 학생은 처음이라며 애국가를 불러봐 주겠냐고 요청받아 애국가 1절을 성의껏 불렀던 기억도 있다.
한가지 한국인으로서 황당하고 분개해 평생 못 잊을 일도 벌어졌었다. 외국에서 온 학생들의 등록일이었다. 영국인 사무원이 인적 사항을 물어오는데, “국적이 뭔가요?” 해서 “한국인이요” 했다. 다음으로, “어떤 언어를 쓰나요?”해서 자랑스럽게 “한국어(Korean)”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그 여직원이 화가 난 목소리로 “모국어가 뭐예요!” 하고 소리치는 것이었다. 재차 “한국어요” 했더니, “중국어 안 쓰세요?” 하는 것이었다. 당당하게 “아니요, 한국인은 한국어를 씁니다”라고 삼차 주장해야 했다.
요즈음은 온라인 덕분에 세계에서 한국 위상이 높아져서 예전과 달리 우리나라의 정보가 영국 곳곳에 제법 퍼져 있는 것 같다. 하루는 영국인 부부를 만났는데 한국에서 왔다니까 반색을 하며 딸이 ‘K 팝’ 열광팬이라고 한다. 특별히 젊은 세대층 사이에서는 제법 한국 음식에 관한 소문도 널리 퍼져있는지 한국의 알싸한 양념 맛을 보고 싶다는 말도 종종 들린다. 영국의 큰 마트에서는 고추장을 팔고 있는 지도 꽤 되었다. 단 한국어로 ‘고추장’이라 표기되어 있지만 ‘중국산’이라 밝히고 있어 근원이 의심스럽기도 하지만 말이다.
더 나아가 근래에 만난 한 영국인에게 한국인이라고 소개했더니 예상외로 “북한이요? 아니면 남한이요?” 하고 되물어 왔다. 이제는 한국이 남·북한이 분단된 국가라는 인식도 어느 정도 퍼진 것 같았다.
외국인들 틈에 있으니 이런 환경이 내 자신이 한국인임을 자각하게 만든다. 처음 스코틀랜드에 왔을 때 한국인을 처음 보는 사람들이 안 보는 척 던지는 수많은 눈길을 느낄 수 있었다. 모르는 사람을 무턱대고 쳐다보는 것을 결례로 삼는 어른들의 관습에 아직 익숙지 않은 어린이들은 낯선 한국인을 보자마자 호기심이 발동해 한동안 바라보기도 한다.. 유모차에 앉아있던 순진무구한 아기들이 한국인을 보았을 때의 반응이야말로 관습에 제어되지 아니한 가장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어떻게 알아차리는지 아기들은 한국인을 보자마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이제는 그런 아기들을 보고 되려 활짝 웃음으로 인사를 해주는 여유가 생겼다. 반면 외국에서 듣게 되는 북한의 군사 도발 소식은 국내에서 접하는 것보다 훨씬 피부에 가깝게 느껴질 뿐만 아니라 자주 들을수록 무덤덤해지기는커녕 신경이 더 쓰인다. 고국의 무한한 안녕과 발전을 기원하는 마음을 이번 주 글에 덧붙이고 싶다.
“What is your first language(모국어가 무엇인가요)?”
영국에서 공공 문서를 작성하다 보면 “What is your origin? (어디 출신인가요?)”라고 묻는 항목에 중국인 및 남동 아시아인이 예로 들어 있어 한국인을 표시하려면 ‘Others(기타)’란에 ‘South Korean’이라고 적어야 할 때가 종종 있다.
마찬가지로 “What is your first language?, 혹은 What is your mother tongue? (모국어가 무엇인가요?)”라고 언어를 묻는 질문에도 선택할 답이 없어 ‘Others(기타)’란에 ‘Korean(한국어)’이라고 적어 넣어야 한다.
“How are you today(안녕하세요)?”
스코틀랜드 작은 슈퍼에서 장을 보고 계산대로 가면 직원이, “How are you today(안녕하세요)?”하고 묻는다. 묵묵부답하면 실례가 되므로 “Not so bad, thank you.”하고 스코틀랜드식으로 답하는 것이 보통이다. 잉글랜드에서는 같은 상황에서 “Are you alright?”하고 안부인사를 물어오는데, 그러면 “Alright, thank you.” 혹은 “Fine thank you.” 정도로 답을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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