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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선 때 “부하 간부를 모른다”고 발언하는 등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되기 2주일 전, 민주당 의원들이 기소의 근거가 되는 조항을 삭제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냈다.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인 이 개정안에는 이미 기소된 사람 등에 대한 소급 적용 조항까지 포함돼 있다. 개정안이 통과할 경우 이 대표는 재판은커녕 과거에 저질렀던 잘못에 대해 아무 책임도 지지 않고 제한없이 정치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바로 ‘이재명 처벌 면제용’ 방탄 법안이다.
현행 선거법 250조 1항에는 후보자가 자신의 ‘행위’ ‘경력’ ‘재산’ 등에 관해 허위 사실을 공표하면 처벌하게 돼 있다. 즉 선거에 당선될 목적으로 후보자나 그 가족의 출생지, 가족 관계, 신분, 직업, 경력 등, 재산, 행위, 소속 단체, 특정인·특정 단체로부터의 지지 여부 등에 관해 허위 사실을 공표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조항이다.
처벌 대상 중 ‘행위’는 2000년 선거법 개정 때 추가됐다. 후보자 간 흑색선전을 제한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2000년 선거법 개정으로 허위사실 공표로 인한 선거 혼탁 행위가 많이 줄었다는 것이 선거전문가들 평가다. 이 대표의 경우,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개공 처장을 알고 있었다는 과거 ‘행위’에 대해 “몰랐다”고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 등으로 작년 9월 8일 기소됐다.
이런 와중에 민주당 장경태 의원 등은 이 대표 기소를 앞둔 작년 8월26일 선거법 250조 1항에서 ‘행위’라는 단어를 삭제해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장 의원 외에 친명계인 김남국, 김승원, 김용민, 김의겸, 문진석, 박찬대, 서영교 의원 등 11명이 공동 발의자다. 장 의원은 개정안 부칙에 ‘이 법 시행 전의 행위에 대한 벌칙의 적용에 있어서는 이 법에 따른다’는 조항을 넣어 개정안의 효력이 ‘소급 적용’까지 되도록 해 놨다.
이 선거법 개정안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돼 있다. 장 의원은 개정안 제안 이유에서 “허위 사실 공표 대상 가운데 ‘행위’는 너무 광범위하고 불명확해 죄형법정주의의 파생 원칙인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면서 “위헌 시비를 없애기 위해 ‘행위’를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 선거법 전문 법조인은 “‘행위’에 관한 허위 사실 공표 처벌은 합헌이라고 헌법재판소가 이미 판단한 바 있다”며 “이 대표 기소 직전에 소급 적용 조항까지 넣은 개정안을 발의한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했다. 국회 행안위 전문위원도 지난해 11월 검토 보고서에서 “헌법재판소는 선거법 250조 1항에 대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결정한 바 있고, 대법원 판례도 해당 조항을 제한적 열거로 해석해 그 밖의 사항에 관해 본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며 “(민주당 개정안대로) ‘행위’를 삭제할 경우 처벌 공백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이 검토 보고서에는 “중앙선관위도 이 개정안에 대해 ‘매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국내 정치 현실과 선거 문화를 감안할 때 허위 사실 공표 대상에서 ‘행위’를 삭제하면 선거의 공정을 해치는 심각한 행위를 처벌할 수 없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선관위가 지적했다는 것이다.
개정안이 통과할 지는 미지수다. 분명한 것은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 대표가 자기 행위에 대해 거짓말을 했어도 처벌받지 않게 된다는 것이고, 민주당 의원들이 도를 넘었다는 것이다. ‘행위’를 삭제하겠다는 이유를 이해 못하겠다는 법조인들이 많다. 당 대표를 위해 이런 술수를 쓴 정당은 없었으니 이해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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