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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오늘 역사시간에는 조선의 임금님이 백성들과 어떻게 이야기를 나누셨는지 공부하도록 해요.”
드루실라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은 호기심이 가득했다.
“선생님, 그 말씀이 정말이에요? 임금님이 우리 같은 백성들과 이야기를 하셨다는 게.”
해린이 아직 붉은 얼굴로 물었다. 참고 있기에는 너무 궁금했다.
“그럼, 당연하지. 조선은 서양과 다른 나라예요. 서양의 왕들은 백성들과 이야기할 생각도 없었고 당연히 방법도 없었지만, 우리는 달라요. 질문 하나 해볼까? 여러분 중에 우리나라의 건국 이념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
드루실라 선생님은 질문과 대화로 수업을 끌어가는 방법을 썼다. 그래야 아이들이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고 배운 것을 잊지 않는다.
보민의 입이 간질간질했다. 원익 오빠한테 분명히 들은 이야기가 있었다. 곰과 호랑이 이야기였다. 그때 오빠가 해 준 말이 있는데 가물거리기만 할 뿐, 생각이 잘 안났다. 어쩌다가 손이 저절로 올라갔다.
“그게... 호랑이랑 곰 이야기랑 하늘 임금님의 왕자님 생각은 나는데요... 네 글자로 된 뭐가 있는데요, 홍익... 뭐더라?”
의욕이 가득한 보민은 정확치는 않아도 대답을 했다.
“그렇지! 홍익인간이란 말이지. 백성을 사랑하고 아끼는 정치를 한다는 뜻이고.”
보민의 얼굴이 활짝 펴지고 기쁨의 홍조를 띠었다.
“그 전통은 긴 역사를 거쳐 이어졌단다.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에도 그랬고 당연히 조선에도 내려왔어. 임금님들은 마음대로 정치를 하지 않았고 백성들의 마음을 보살피려고 많은 노력을 하셨단다. 백성들의 마음이 하느님의 마음이란 생각을 늘 하고 지내셨거든.”
“선생님, 그러면 하느님이 하나님인가요? 우리가 예배드리고 기도할 때 믿는 그 하나님 있잖아요?”
해린이 재빨리 질문했다.
“아주 좋은 질문이야, 해린아! 하나님과 하느님은 다르단다. 하나님은 서양 선교사님들이 모시고 믿는, 그리고 우리 이화학당이 받드는 신이시고, 하느님은 우리 조상들이 오랜 세월 의지한 분이지. 하느님은 원래 하늘님이란 뜻인데 하늘은 자연에서 가장 중요하고 힘이 세잖아? 그래서 하느님은 자연의 모든 것을 다스리는 분이기도 하고 자연의 원리이기도 하고 그래.
또 우리의 마음, 양심 속에도 계시는 분이란다. 무언가 잘못한 일이 있으면 불편을 느끼지? 그건 자연의 법칙에 어긋나서 그런 거야. 그걸 양심이라고 하지. 그래서 우리 조선 사람들은 하느님을 그냥 이해하고 느낄 수 있지. 왜냐면 우리 마음 속에 바로 하느님이 계시거든. 우리의 곱고 착한 마음은 하느님의 마음이고 자연의 원리란다.”
해린을 비롯한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었지만 선생님의 설명을 느끼고 이해할 수 있었다. 무언가 잘못하면 불편하고 불안한 것은 하느님의 마음일 것이다.
“선생님, 우리 각자의 마음 속에 하느님이 계시다면 우리는 모두 아주 귀한 사람들인가요?”
보민이 질문했다.
“부라보! 보민이 대단한데? 보민이도 애덕이도 해린이도 우리 모두가 하느님이지. 그래서 임금님은 이렇게 귀한 백성들과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하신 거야.”
선생님의 말씀에 보민은 얼른 해린에게 눈길을 주었다. 해린은 고개를 푹 숙였다.
[글 최문형 그림 박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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