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민자 즉각 추방’ 정책 종료에 긴장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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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종료 앞두고 “하루 1.5만 명 국경 넘을 것” 전망
바이든정부 이민정책 반발 확산… 시카고 비상사태 선포

김명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5-10 14:06:45

▲ 지난달 중남미 이민자들의 캐러밴이 미국 국경으로 향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불법 이민자를 즉각 추방하는 미국의 ‘42호 정책(타이틀 42)’이 11일(현지시간) 종료됨에 따라 앞으로 중남미 이민자가 폭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미국 사회에 빠르게 퍼지고 있다.

‘즉각 추방 정책’으로도 불리는 ‘타이틀 42’는 2020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시행한 것으로 국경을 넘는 불법 입국자를 일련의 절차 없이 즉각 추방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코로나19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와 함께 실시된 이 정책은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유지됐으나 11일 비상사태가 끝나게 됨에 따라 함께 종료될 예정이다.

베네수엘라의 경제 몰락, 아이티 무정부 상태 등의 이유로 미국으로 향하는 중남미 출신의 이민자 수는 폭증했다. 미 관세국경 보호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즉각 추방 정책이 시행 중이던 지난해에도 280만 명에 가까운 불법 이민자들이 멕시코와 국경을 맞댄 텍사스주로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7500여 명이 국경을 넘은 것이다.

즉각 추방 정책이 종료됨에 따라 미국 국경을 넘는 이민자의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언론들은 정책이 종료되는 11일 이후에는 하루 1만5000여 명에 이르는 불법 이민자들이 입국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42호 정책 종료를 앞두고 공화당에서는 국경 일대 장벽 건설을 위한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장벽 건설은 트럼프 정부에서 추진돼 일부 진행 단계까지 이르렀으나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중단됐다.

장벽 재건 법안은 11일 하원에서 표결 예정이다.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에서는 무리 없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나 민주당이 우세한 상원에서의 통과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소수 이탈표로 통과된다 해도 장벽 건설을 극구 반대해온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의 관용적인 이민 정책이 역풍을 불러왔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로이터통신이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재선에 도전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39%로 취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로이터는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정책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6%에 불과했다”면서 “관용적인 이민 정책이 지지율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남부 국경을 통해 입국한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 내 주요 대도시로 이동하기 시작하면서 미 북동부 대도시인 시카고는 9일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로리 라이트풋 시카고 시장은 “급증하는 이민자를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며 “상황을 정상화하기 위해 주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카고 썬타임즈에 의하면 지난해 8월 이후 최소 8000여 명의 불법 입국자가 시카고로 유입됐다. 지난해 9월과 10월에는 워싱턴DC와 뉴욕이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이에 중남미 이민자의 급격한 유입이 예상되는 남부 접경 지역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8일에는 텍사스 남부 도시 브라운스빌의 이민자 보호소 인근에서 이민자를 대상으로 한 차량 공격이 일어나 베네수엘라 출신 불법 입국자 7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다쳤다.

김명준 기자 mj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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