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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로 우리는 물론 미국·일본·중국·러시아에서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독불장군처럼 죽창가만 부르고 있다. 일본 자위대 함정이 부산에 온 것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국제적 방어훈련에 참가하기 위해서임에도, 민주당은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 없이 ‘욱일기 타령’에 빠져 있다. 사실상의 북한 옹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본 자위대 함정이 우리가 주최한 다국적 해양훈련 ‘이스턴 엔데버23’에 참가하기 위해 부산에 입항했다. 한국·미국·일본·호주 함정이 부산항에서 나란히 출항해 부산 남방 공해상에서 통신망 점검 훈련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상 악화로 훈련은 대폭 축소됐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대체됐다.
이에 따라 함정 사열도 생략돼 ‘자위함기’를 게양한 일본 호위함이 우리 국방부 장관에게 경례하는 장면은 없던 일이 됐다. 바로 야당이 지난 한 주 동안 “윤석열정부가 일본 군국주의를 눈감아주려 한다”며 성토하고 비판에 열을 올렸던 그 장면이다.
이번 훈련은 제주도에서 개막한 확산방지구상(PSI) 20주년 고위급 회의가 계기다. PSI는 대량살상무기와 운반 수단 등의 불법 확산을 막기 위해 2003년 출범한 국제 협력체제다. 출범 20주년을 맞아 아시아에서 처음 열렸고, 북한 미사일 위기 때문에 제주도 회의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북·중·러의 제재 회피가 횡행하는 우리 앞바다에서 공동으로 훈련을 실시하는 상징성도 크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PSI의 출범 취지와 해상 훈련의 목적은 외면했다. 오로지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하마기리함에 달린 욱일기의 일종인 자위함기에만 초점을 맞췄다. 1954년 제정된 자위대법 시행령에 따르면 자위대 선박은 자위함기를 일장기와 함께 게양해야 한다. 우리 국방부는 일본 함정이 자위함기를 달고 방한하는 게 ‘통상적인 국제적 관례’여서 별도로 문제 삼지 않았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를 ‘친일 프레임’으로 맹비난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일본의 식민지배에 면죄부를 준 것도 부족해 일본의 군국주의마저 눈감아주려고 하느냐”고 했다.
이런 민주당의 태도에서 아쉬운 것은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예고에 대해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사일을 발사한 지난달 31일에도 서울시의 경계경보 오발령에 초점을 맞췄다. 미사일 발사로 대한민국에선 핵 확산방지가 가장 절실하다는 사실이 증명됐음에도 북핵은 뒷전으로 밀린 것이다.
더불어 아쉬운 점은 민주당의 고질적인 ‘내로남불’ 노선이다. 자위함기를 단 일본 함대가 우리나라에 입항한 일은 보수 정부 시절은 물론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도 여러 차례 있었다. 특히 적극적으로 죽창가를 불렀던 문재인정부 시절에도 욱일기를 게양한 자위함 2척이 입항했다.
2017년 10월 우리 해군과 일본 자위대 간 친선교류 행사에 해상자위대 훈련단 기함인 카시마함(연습함·4050t급)과 구축함 하루사메함(4550t)이 자위함기를 게양하고 평택동항 제1부두에 나흘간 머물렀다. 문 정부는 당시 행사를 공개하지 않았다. 민주당 대변인의 발표가 옳다면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이 국민 자존심을 짓밟은 것이다.
민주당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일본 함정은 영원히 우리나라에 입항할 수 없다. 우리 군함도 일본에 기항할 수 없다. 2018년 일본 초계기와 우리 해군 함정 충돌로 끊긴 해군 교류가 이번에 재개된 것은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나라 안보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욱일기에 대한 시각은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일의 중심에는 국익이 있어야 한다. 나아가 어떤 일이 국익과 직결되는지 깨달을 수 있는 기초적인 양식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정계의 주역이던 민주당이 요즘 너무 싸구려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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