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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현지시간)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중국과의 관세 관련 회의를 위해 호텔을 나서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협상을 그에게 전적으로 일임한 상태이며 첫 회의 직후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 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중 무역협상 첫날 결과에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 글에서 그는 “오늘 스위스에서 중국과 매우 좋은 회담이 있었다. 많은 것이 논의됐고 많은 것에 동의가 이뤄졌다”면서 “우호적이며 건설적인 형태로, 완전한 (미·중 무역관계의) 리셋(재설정) 협상이 있었다”고 자평했다.
지난 30여 년 중국의 초고도성장은 미국 측 시장 개방에 크게 의존해 왔다. 근년 이 구도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면서 한때 미 국채 최다보유국이던 중국은 미 국채를 내던지기 시작한다. 미국이 짊어진 엄청난 대중 무역적조가 중국의 미 국채 매입으로 상쇄되던 호시절이 지난 것이다. 이런 현실을 꼬집듯 트럼프는 “중국이 미 업계에 (시장) 개방하는 것을 보고 싶다. (이번 회의로) 큰 진전이 이뤄졌다”고 짚었다. 구체적인 진전 내용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초고율 관세의 인하 등에 공감대를 확인했을 것으로 보인다.
최고 145% 관세 폭탄을 주고받던 두 나라가 이날 오전 10시~오후 8시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났다. 베선트 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수석대표로 한 협상 첫 회담이 이튿날 회의 속개를 약속하며 종료되자 뉴욕증시의 3대 주가지수 모두 상승세로 출발했다. 기대감과 경계심이 투자심리를 흔드는 모양새로 하락 반전도 이어졌다. 중국에선 애국주의 물결 속에 ‘중국은 무릎꿇지 않아’ ‘풀만 먹고도 최소 3년 버틸 것’ 등의 애국적 반미 구호가 무성하다. 미국과 그간 물밑협상을 벌여 온 것, 중국 측이 이미 미국산 130개 품목을 면세 조치한 것 등은 자국민에겐 최대한 감춰지고 있다.
트럼프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에게 협상 전반을 일임한 상태다.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진행한 취재진과 문답에서 ‘베선트 장관이 노딜, 빈손 귀국하면 실망스럽겠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전혀 아니다. 우린 이미 훌륭한 딜을 했다. 연간 1조 달러(약 1400조 원)의 손해를 끼친 중국과 거래를 안 하고 있다”며 받아쳤다. 중국산 소비재 차단에 따른 물가앙등으로 트럼프가 조만간 굴복할 것이라는 국내외 보도를 재고할 시점이다. 장기적으로 중국산 소비재를 대체할 나라들이 많은 반면 미국 시장 없인 번영하기 어려운 게 중국이다.
첫 협상인 만큼 가시적 성과를 내긴 힘들다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해빙 모드 자체가 기대감을 불렀다. 다만 트럼프의 태도는 ‘밀고당기기’ 주도권이 어느 쪽에 있나를 가늠하게 한다. 이날 오전 “중국에 80% 관세 부과가 적절해 보인다”는 트럼프 발언이 기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즉각 S&P500 주가지수 선물은 순간 30p 정도 급락했다. 시장에선 대중(對中) 관세율이 일단 60% 정도까지 내려올 것으로 보고 있었다.
협상 기대감 유지 속에 선물 가격은 이내 반등했다. 개장 후엔 기대감과 경계감이 뒤엉켜 주가지수가 오락가락했지만 노스라이트자산운용의 크리스 자카렐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 정부가 영국과의 무역협상에 이어 추가 협정을 체결한다면 올해 큰 타격을 입은 주식 시장의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주요 경제 지표가 미발표인 가운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주요 인사들도 대거 공개 발언에 나섰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불확실성이 매우 높을수록 ‘물가 안정’ 기대감을 잘 고정시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며 기대 인플레이션을 정책 목표치에 맞추는 게 연준 등 중앙은행의 기본 역할임을 강조했다. 일부 전문가의 인플레이션 악화와 경제성장률 하락 전망이 없지 않으나 아드리아나 쿠글러 연준 이사 등은 미국의 ‘자연 실업률 추정치 4.2%’ 등 현재 고용시장의 탄탄함을 들어 상황을 낙관했다.
자연실업률이란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음에도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실업률을 의미한다. 완전고용 상태에서의 실업률인 셈이다. 업종별로 혼조 양상이긴 하나 1% 이상 급등락하는 업종 없이 완만하게 움직이고 있다. 무역전쟁 속에 트럼프의 미국 경제는 국내외 주류 언론의 보도 만큼 비관적 형편이 아니라는 뜻이다. 중국 정부가 작년 청년실업률 16% 발표 이래 아예 업데이트를 멈춘 것, 고향으로 돌아가면 그만인 수 천만 명의 농민공들이 실업 통계에 잡히지도 않는 것과 대비된다.
‘매그니피센트7’(7대 기술기업) 중에선 테슬라가 6% 넘게 뛰었다. 나머지 종목은 오른 상태에서 소폭 오르내리고 있다. 차량호출서비스 기업 리프트는 자사주 매입 계획 발표 후 주가가 20% 폭등했다. 소셜미디어서비스 핀터레스트는 1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웃돈 가운데 2분기 매출 가이던스도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7% 이상 올랐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선 9일(미 동부시간) 오전 10시 40분 현재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전장보다 126.39포인트(0.31%) 밀린 41,242.06에 거래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6.48p(0.29%) 떨어진 5647.46, 나스닥종합지수의 경우 66.39p(0.37%) 내린 1만7861.75였다.
한편 유럽증시 역시 영국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강세다. 유로스톡스50 지수가 전장 대비 0.35% 오르고 있다. 독일 DAX지수 또한 0.53 상승 중이다. 영국 FTSE 지수는 미국과의 무역협상에도 불구하고 0.18% 상승에 그치고 있다. 국제 유가는 상승세다. 이날 오전 10시 10분 현재 근월물인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전장 대비 0.95% 뛴 배럴당 60.48달러,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7월 인도분 가격은 전장 대비 0.88% 오른 배럴당 63.39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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