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추진했던 양곡법 부작용 현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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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창고 보관 중인 쌀 14만t 특별처분
과다한 재고 헐값으로 처분해 사료 제작
세금 매입 후 떨이하는 악순환 끊어내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6-02 00:02:02

정부에 보관 중인 쌀이 헐값에 처분된다. 과거 비싸게 사들였지만 과다한 재고로 보관료 관리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 남아도는 재고 쌀을 처리하지 않으면 기존 쌀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주게 돼 단행한 조치다. 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하려 했던 “남아도는 쌀을 정부가 반드시 사들이라”는 내용의 ‘양곡관리법’의 그늘이 현실로 드러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크게 떨어진 산지 쌀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사상 최대인 77만t을 사들였다. 적극적인 매입으로 쌀값은 어느 정도 안정됐지만 공공비축에 따른 정부 재고량이 대폭 늘었다. 결국 지난달 말 정부 재고량은 적정 재고량인 80만t의 두 배가 넘는 170만t이 됐다.

이로 인해 농식품부는 보관 중인 정부쌀 14만t을 올해 말까지 사료용과 주정(酒精)용으로 각각 7만t씩 특별처분한다. 2016년 이후 7년 만의 특별처분이다. 특별처분으로 올해 남는 쌀 판매량은 당초 78만t에서 92만t으로 늘어난다. 농식품부는 특별처분을 통해 △정부 양곡 보관비 115억 원 절감 △사료용·주정용 수입원료 대체에 따른 외화 618억 원 절감(사료 283억 원, 주정 335억 원) △정부 양곡 창고 확보 △과잉물량 일부 해소로 쌀값 상승기여 효과를 기대한다.

‘특별처분’이란 명칭은 거창하지만 재고 쌀을 ‘떨이’ 처분하는 조치일 뿐이다. 정부 예산으로 산 쌀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보관 뒤 시장에 헐값에 푸는 것이다. 보관기한이 3년이 지난 쌀은 매입가의 10~20% 수준에 팔린다. 2016~2017년에도 정부는 쌀 100만t 이상을 사료용으로 특별처분했다. 결과적으로 쌀값 상승에 기여하긴 했지만 정부 재정 지출이 매우 컸다. 가공용 쌀 가격 등 형평성 시비도 남았다.

국회가 농식품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2022년 정부가 매입한 양곡의 판매 손실 추정액과 관리 비용 총액은 4조3913억 원으로 추산됐다. 남는 쌀이 ‘골칫덩이’로 전락한 신세라 정부는 쌀 보관 연한 기준을 가공식품용은 기존 2년에서 1년으로, 주정용은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민주당은 초과 생산된 쌀의 정부 매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해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켰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자 민주당은 “쌀값 폭락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자 ‘쌀값 정상화법’”이라며 “대다수 국민과 농민은 양곡관리법이 인기영합주의라는 윤 대통령 주장에 공감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민주당은 양곡관리법을 다시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쳐졌지만 결국 부결됐다.

양곡법 통과로 정부의 쌀 매입 의무화가 시행되면 밭농사에 비해 쌀농사가 크게 늘어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쌀 매입으로 정부의 재정 부담이 늘어나고, 쌀 이외 다른 작물과의 형평성 문제도 생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대통령이 국회 입법권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며 규탄만 하고 있다.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지시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용산 출장소’ 행태에 분명히 경고하고 규탄한다”고 비난을 쏟아 부었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보름 정도 지나 쌀 재고 사태를 맞은 정부가 보관 중인 쌀을 헐값에 팔아야 하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민주당의 양곡관리법이 시행됐다면 과잉 생산으로 쌀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정부는 쌀값을 방어하기 위해 재정을 쏟아 부어 쌀을 시장에서 대량 매입해야 했을 것이다. 거기에 시간이 지나면 사들인 쌀을 사료와 주정용으로 헐값에 파는 악순환이 반복됐을 것이 뻔하다. 문제는 대통령의 거부권에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민주당이 불이 난 우리 경제에 기름을 끼얹는 제2·제3의 양곡관리법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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