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칼럼] ‘황제급 국회의원’ 특권 폐지는 국민 명령이다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전문가칼럼

가칭 국민입법위 설치··· 의원 급여·총원 등 대수술
옥상옥 안 되게 10명 내외 멤버 전원을 비상근으로

조우석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6-07 08:09:04

드디어 시동이 걸렸다.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특본·상임대표 장기표)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회의원 특권 포기를 압박하는 실력 행사에 돌입한 것이다. 한국정치 사상 초유의 대담한 시도에 박수부터 보낸다. 경찰의 제지 탓에 인간 띠로 여의도 국회를 포위하는 장면을 연출하진 못했지만 메시지 전달에 부족함이 없었다. 주류 언론의 관심이 덜했지만, 뭐가 문젠가? 예상보다 많은 1만 명 내외(주최 측 추산)가 참석한 것도 희망이다.

이번 한 차례 행동으로 끝내지 않고 시·도 본부를 포함해 전국 단위로 조직하고 서명운동 등을 지속하겠다니 한번 물면 놓지 않는 진돗개 정신으로 연결되길 기대한다. 맞다. 내년 총선 때 특권 폐지에 동의하지 않는 후보를 대상으로 하는 낙선운동도 효과적일 것이다. 사실 말도 안 되는 특권을 누리는 여의도 패거리는 ‘황제급 의원들’로 그들이 누리는 혜택은 기겁할 수준이다.

우린 묻는다. 세계 최고 수준의 예우는 누굴 위한 것인가? 이른바 세비로 불리는 연봉이 1억5000만 원이지만, 별도로 1억 원이 넘는 업무추진비 등을 그들은 받아 챙긴다. 놀랍게도 평균 국민소득의 3.36배다. 미국·일본·영국보다 높다는 것도 아는 이들은 다 안다. 여기에 후원금으로 연 1억5000만 원, 선거가 있는 해는 3억 원까지 모을 수 있으니 저들은 가히 ‘국민 앵벌이 집단’이다.

이걸 구조적으로 송두리째 바꾸자는 게 특본의 목표다. 항공기·철도 무료에 승용차 유지비·여행비 등 명목의 소소한 그들끼리의 돈 잔치도 문제이지만 더 골치 아픈 게 의원당 보좌관·비서관 8명을 두는 실로 황당한 제도다. 그러니 의원실은 한 곳 운영에만 연 7억5000만 원씩 투입되는 거대한 돈덩어리다. 그렇지만 막상 국회의 입법 효율성은 끔찍하다. 아니 차라리 반국가적이다.

저들이 10년 넘게 벼르고 있는 이른바 차별금지법 등은 악법 중의 악법이 아니던가? 그리고 대부분 의원들은 선거구 관리·정당 내 파벌활동 등에 코 박는데 누가 봐도 정치건달이다. 그래서 우린 묻는다. 저들을 어떻게 제어할 건가? 차제에 망가진 채 폭주하는 고장난 이 나라 대의민주주의를 어떻게 손볼 건가? 저들의 자구노력 기대 자체가 넌센스란 점도 분명하다. 즉 특본이 아무리 변방에서 떠들어도 저들이 스스로 자기 몸에 메스를 들이대진 않는다는 뜻이다.

이 상황에서 해법은 가칭 국민입법위원회 설치안으로 모아질 수밖에 없다. 그건 정치학자인 한국학중앙연구원 양동안 명예교수의 아이디어로 간단하고도 명쾌하다. 입법위는 국회와 별도로 설치할 국회개혁 전담기구다. 이 기구는 의원의 급여·총원·행동윤리·징계 등에 대한 법규만을 맡는다. 이 외에 여하한의 입법 활동은 없다. 문제는 당장 옥상옥 소리가 나오고, 이 기구의 운영에 무시 못할 예산과 인력이 든다는 지적도 나올 것이다.

전혀 그렇지 않다. 상근인력은 사무국 요원뿐이며, 10명 내외의 입법위 위원은 전원 비상근이 원칙이다. 그렇게 설계할 경우 입법위의 1년 예산은 지금 의원실 단 한 곳 운영비(연 7억5000만원) 정도면 너끈치 않을까? 그럼 그 기구가 구체적으로 무얼 어떻게 할까? 보좌관·비서관 현행 8명을 2~3명 정도로 줄이는 것부터 손대야 한다. 결정적으로 의원의 처우는 근로자 평균 임금인 월 400만 원을 기준으로 대대적으로 하향 조정해야 한다.

시대착오적인데다가 국민감정과 따로 노는 규정인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 포기도 당연하다.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 특본이 가칭 국민입법위원회 설치안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게 요긴하다. 그걸 정치권에 제안하고 여론전을 펼치며 국민적 합의를 유도하란 뜻이다. 안 그럴 경우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처럼 목소리만 요란하고 막상 ‘황제급 의원들’의 특권 해체 요구는 일회용 구호로 끝날 수 있다. 사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국회의원을 지금의 거들먹대는 정치건달에서 북유럽 국가들의 의회처럼 자전거 타고 다니며 봉사하는 의원들로 송두리째 바꾸는 것이다. 즉 특권계급에서 봉사직으로의 대전환이다. 실은 여의도가 운동권 국회로 바뀐 지 이미 오래다. 결정적으로 저들의 입법 폭주를 아무도 못 막아왔다. 그것 모두를 차제에 모두 고치기 위한 첫 단추가 바로 국민입법위 설치안이다. 당장 공청회부터 열어 중지를 모으자. 장기표의 특본에 그걸 새삼 제안한다.

조우석 필진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