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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사퇴하는 게 마땅하다.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제기된 중앙선관위 고위직 인사만 지금까지 11명에 이르고 있다. 문제점이 드러난 후 노 선관위원장이 보인 태도에는 도저히 중앙기관장의 엄정한 리더십을 찾아볼 수 없다. 사태 발생 초기에는 뒤에 숨어버렸는지 두문불출하다 뒤늦게 나타나 기껏 한다는 조치가 말로 사과하는 것뿐이고 행동은 감사원 감사를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국민 눈에 적당히 버텨보겠다는 태도로 받아들여져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더구나 선관위는 국회의 국정조사,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 및 수사기관의 수사에는 성실히 임하겠다면서도 감사원의 감사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최종 입장을 발표했다. 헌법적 관행상 감사원으로부터 직무감찰을 받지 않아 왔다는 게 선관위의 주장이다.
그러나 감사원은 2016년·2019년·2022년의 사례를 들어 감사원법에 따라 선관위도 감사원의 감사 대상에 해당한다고 반론을 폈다. 감사원법에 따르면 감사를 받는 자가 감사를 거부하거나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결국 감사원 감사 거부 사태와 특혜 채용 의혹은 경찰 수사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는 박찬진 사무총장·송봉섭 사무차장·신우용 제주 선관위 상임위원·김정규 경남 선관위 총무과장 등 4명을 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선관위 고위직 인사들의 자녀 특혜 채용은 현재는 범죄인 현대판 음서제(蔭敍制)라고 할 수 있다. 특채 수법도 다양하다. 자녀를 지방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국가공무원인 선관위에 경력직으로 특혜 채용하는 등 충격적인 사례들이 적잖다. ‘아빠찬스’ ‘형님찬스’ 채용에 이어 자녀들을 본인 근무지에 꽂은 근무지 세습까지 밝혀지고 있다. 공개 채용을 통해 선관위 직원을 뽑지 않고 경력직 채용이란 이름으로 특별채용을 해온 속셈이 드러나고 있다. 이 정도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선관위 집단 전체의 문제다.
인사는 만사라고 했다. 그만큼 인사는 특정 조직문화를 넘어 한 사회의 가치 척도로 작용한다. 이런 측면에서 선관위 고위직 인사들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은 선관위의 인사 개혁이 시급함을 뒷받침한다. 선관위 직원 채용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다는 소문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취업 준비생들은 밤잠을 설쳐 가며 입사 시험을 준비한다. 이들에게 채용 비리는 박탈감·좌절감을 넘어 분노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이들을 지켜봐야 하는 부모 입장에서는 이보다 야비한 범죄가 있을까 싶을 정도의 허탈감을 느낀다. 또한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사안은 선관위가 북한 해킹 공격과 관련해 국가정보원의 보안 점검 컨설팅을 거부했다는 점이다.
선관위가 문재인 전 대통령 후원자가 대주주로 있는 업체에 보안 컨설팅을 맡겼고, 그 과정이 공개입찰로 위장한 사실상 수의계약이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더구나 북한이 선관위 PC를 해킹해서 메일을 열어본 정황이 확인됐다고 국정원이 선관위에 알려준 사실이 드러나고 있는데 선관위는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선거관리 기관의 공정성이 의심받으면 선거에 의해 탄생하는 권력 자체에 정통성이 없어진다. 탄생 순간부터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권력이 한 국가를 이끌고 가기는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선관위는 위원 대다수가 친야 성향이어서 중립성을 의심받는 처지다. 고위직 인사들의 자녀 특채부터 보안 문제까지 빙산의 일각은 아닌지 합리적인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사법당국의 철저한 수사와 불법이 드러나면 엄중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그 이전 이런 참담한 사태에 대해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은 자진해 퇴진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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